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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먹구름에 가려진 수확의 기쁨

[경제전망대] 먹구름에 가려진 수확의 기쁨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9월1일)가 닷새앞으로 다가왔다.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좋은 절기에 새 곡식과 햇과일이 나와 여름에 땀을 흘린 농부들에게 수확의 풍성함을 안겨주고 있다. 농부들은 한가위를 맞아 햅쌀을 성주단지에 새로 채워 풍년을 감사하는 제사를지내고, 산소를 찾아가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원보본(追遠報本) 행사를 치르기위해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절기는 오곡백과가 풍성한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경제를 둘러싼 주변여건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혹독한 겨울처럼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사면초가에 둘러싸인 우리경제는 홍수에 떠밀려가는 조객배처럼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동반불황파고에 휩쓸려갈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성장률 마이너스 가능성 경고

미국의 테러사태는 우리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보복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올해 성장률은 당초 4~5%대에서 2~3%대로 급락하고, 수출도 지난해에 비해 큰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보복전쟁이 중동국가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밖에 없고, 그 불똥은 물가앙등, 경상수지 대폭 축소, 성장률 추락 등으로 튈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정부가 추락하는 수출에 대한 대안으로 기대하는 소비 및 내수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지적된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3ㆍ4분기 우리경제 성장률이 1%, 심지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대외여건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전쟁양상에 따라 3단계 비상경제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정부의 비상대책들은 요동치는 금융 및 증시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는 별다른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한은이 콜금리 인하와 총액한도 대출 2조원 확대등을 발표하고, 재경부가 주가 급락시 20조원규모의 증안기금을 조성한다는 방침을 천명했지만 주가는 구멍난 풍선처럼 자꾸만 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미 테러사건의 후폭퐁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포위하고 있다. 기업들은 미국의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당분간 접어두고 비상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물론 호재도 있었다. 우리경제의 ‘악성종양’ 대우차 처리 문제가 지난주 후반 GM과의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체결로 매듭지어지는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테러 참사 등 거대한 외부폭풍에 휩쓸려 증시에 별다른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

정부는 미 테러보복전의 양상에 따라 2차 추경, 국채발행, 내수경기진작을 위한 세제지원, 유가 탄력세율 조정등을 통해 내수경기 살리기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국이 여소야대로 뒤바뀐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경기부양 스케줄도 험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증시는 1930년대 대공황당시의 주가폭락을 방불케 하고 있다. 미국증시는 지난 주 다우지수14.3%, 나스닥지수 16.05%씩 폭락했다.

국내증시도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종합주가지수 500선이 무너졌다. 다우지수의 낙폭은 대공황 말기인33년 7월의 한주간 낙폭 1 5.5%에 근접하는 것이다.

월가의 비관론자들은 미국경제가 거품경제 붕괴이후 복합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일본경제처럼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폴 오닐 미국재무장관이 지난주 뉴욕증시거래소의 재개장식에 참석, “지금 주식을 사면 2003년엔 50%이상 오를 것”이라며 미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했지만, 추락하는 증시를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증시재개장직전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것도 월가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지난해 이후 IT주 폭락으로 대부분 펀드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은 와중에서도 코카콜라 등 전통주매입으로 수십억달러의 차익을 챙겨 월가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워렌 버펫도 이번 테러참사를 피해갈 수 없었다.

버펫이 운영하는 버크셔 헤더웨이는 이번 사태로 지난 3ㆍ4분기 22억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내수 살리기 시나리오 마련에 분주

국내증시도 지난주 초반 정부가 증안기금 조성방침을 밝히고, 기관들에 대한 ‘손목 비틀기(순매도자제, 연ㆍ기금의 주식매입 유도)’로 주가를 힘겹게 떠받쳤지만, 결국 지난주 후반 하락세로 돌아서며 무기력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인위적인 증시부양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시장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뚜렷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주 증시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지난주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가능성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 테러보복전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반등은 말 그대로 반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단행될 경우 오히려 증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주가가 반등하는 전기가 될 수도 있다.

지난 25일엔 내년도 나라살림규모가 발표됐다. 정부가 책정한 내년 예산규모는 올해보다 6.9%증가한 112조5,800억원. 부문별 내역을 보면 경기부양을 위한 주택건설 확대,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예산배정을 많이 한 점이 특징이다.

야당은 내년 예산안중에 대선등 내년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이 숨어있다며, 국회심의 과정에서잔뜩 벼르고 있어 여야간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주말엔 8월중 산업활동 동향이 나올 예정이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내경기도 테러사태전에 이미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우울한 자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의춘경제부차장 eclee@hk.co.kr

입력시간 2001/09/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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