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 과일나무 가로수 천국

‘과일이 익어가는 가로수 길’

요즘 충북지역에는 가을 햇살아래 탐스럽게 열린 과일나무 가로수가 장관을 연출,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동군내 주요 시가지와 국도변은 온통 샛노란 감으로 뒤덮였다. 감이 노랗게 익기 시작한 이달 중순께부터 전국에서 사진작가와 관광객들이 몰려 북새통이다.

영동의 감나무 가로수는 지난해 산림청과 사단법인 ‘생명의 숲가꾸기 국민운동’이 뽑은 제 1회 ‘아름다운 거리숲’ 대상(大賞)에 선정된 전국적인 명물.

곶감의 고장인 영동군은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기 위해 1970년대 초부터 가로수 길 조성에 나서 지금까지 영동읍내 12㎞, 읍과 연결되는 국도변 18㎞ 등 총 30㎞에 3,720그루의 감나무를 심었다. 군은 30여년간 가꿔 온 감나무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도로변 주민들에게 3~5그루씩 분배, 보살피도록 하고 그 대가로 감을 수확해 가도록 하고 있다.


수확의 계절을 더욱 풍요롭게

충주시는 발갛게 익은 사과나무 가로수가 눈길을 끈다. 충주시는 1997년 서울 방면의 달천로 변 600㎙ 구간에 홍로, 후지, 홍옥 등 색깔이 선명한 품종 위주로 400그루를 심었는데 작년부터 그루당 50~100여개의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고 있다.

시는 지난해 이곳에서 9톤의 사과를 수확해 마련한 2,000여만원을 불우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했다. 사과나무가 병해충이 많아 가로수로 적합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연인과 가족들의나들이 코스로 인기를 끌자 충주시는 수안보 쪽 국도변에 사과 가로수 길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음성군내 주요 시가지는 해마다 10월이면 은행나무 가로수에 단풍이 들면서 노란 옷으로 갈아입는다. 읍면 소재지 곳곳에 조성된 은행나무 가로수는 모두 4,150그루.

이곳 은행나무가 로수길은 대기오염 방지 차원에서 조성되기 시작했다가 명물이 된 케이스. 음성군은 중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공단조성이 잇따르면서 전국 최고의 ‘공업군(郡)’으로 떠오른 ‘대가’로 대기오염이 심해지자 대표적인 환경수종인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대체했다.

군은 요즘 음성읍내 은행나무 가로수가 너무 커서 오히려 도시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4~5㎙크기의 분재형으로 가꾸기로 하고 나뭇가지를 아담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옥천군 안내-안남면을 잇는 도로 변은 980여 그루의 모과나무가 행인들의 입에 침이 돌게 만들고 있다.

시군마다 과일나무 가로수가 고장을 홍보하고 과실까지 수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둬 희색이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몰래 과일을 따가는 서리꾼들.

충주시는 사과가 열리기 시작한 지난해 일부 취객, 외지인들이 열매를 따가는 일이 빈발하자 올해는 공공근로 인력을 ‘사과 지킴이’로 고정 배치, 24시간 감시에 나서고 있다.

시는 지난해 9월 10여개의 사과를 따던 30대 회사원을 적발한 뒤 절도죄로 고발할까 고민하다 그를 사과 지킴이로 활용, 퇴근 후 매일 2시간씩 일주일간 사과나무를 지키도록 한 일도 있었다.

해마다 감 서리꾼 때문에 고민하던 영동군은 가로수 몇 그루씩을 주변 주민들에게 할당, 가로수 임자라는 책임감을 갖고 관리토록 하면서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충북도 김광중(金光中)산림과장은 “지역 특산 과일을 활용한 가로수 길이 결실기를 맞아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있다”며 “과일나무 가로수 조성사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덕동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9/26 15:55


한덕동 사회부 ddh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