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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공격당한 미국민의 애국심

[미국 들여다보기] 공격당한 미국민의 애국심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아, 미국 경제의 중추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권력 중심부인 워싱턴 D.C.에서 펜타곤이 크게 부서지는 대참사가 일어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은 글자 그대로 초상집이었다. 펜타곤에서 잃은 인명만 해도 200명 가까이 되는데다가, 무너진 무역센터에서는 이미 사망 또는 실종자의 수가 5,0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고, 앞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세기 말 냉전에서 승리함으로써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자부심으로 21세기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펼쳐 나가려는 미국으로서는 다른 곳도 아닌 자국의 정치 경제의 수도에서 이런 공격을 받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사실 지난 화요일 참사 때, 사무실 옥상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펜타곤을 함께 바라보던 동료 미국인들의 얼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는 사태에 대한 궁금함과 함께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는 망연자실함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하는 이야기들도 어떻게 베이루트나 북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워싱턴과 뉴욕에서 일어났느냐며 허탈해했다.

한편 건물을 폭파한 것이 납치된 여객기이며 무고한 시민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것이 알려지자, 이번 테러행위의 배후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를 지시한 배후자는 가장 비겁하고 나쁜 사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비난하였다.

이 기회에 전 세계의 모든 문명 국가들이 단결하여 테러리즘을 근절하여야 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화요일의 참사로 언론 매체와 몇몇 긴급구조업무를 제외한 전 미국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정지되었다. 필자의 사무실도 직접 피해를 당한 워싱턴 D.C.의 사무실은 물론이려니와 대형건물의 테러 노출 가능성을 이유로 시카고, LA 사무실, 뿐만 아니라 런던 사무실까지 문을 닫았다.

특히 워싱턴D.C.의 경우는 모든 공공 장소를 폐쇄하는 바람에 점심 한끼 제대로 먹을 곳조차 없었다.

10분이 멀다하고 온갖 광고를 쏟아내던 TV는 무려 사흘동안이나 광고 한번없이 이번 대참사에 대한 특별 보도를 계속했다.

비행기가 무역센터에 충돌하고 연이어 건물이 붕괴되는 영화 같은 장면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미국을, 그리고 그 미국이 지키려는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애국심을 불태웠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뉴욕과 워싱턴의 각 병원과 적십자사에는 헌혈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모여들어, 웬만한 곳에서는 헌혈하는데 5-6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많은 사람들을 다음날에 오라고 되돌려 보내야만 했다.

테러리스트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건재 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그 다음날 연방 정부는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

하지만 워싱턴 근교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의 행사가 끊이질 않았고, 미국민들의 애국심은 더욱 고취되었으며 적개심은 불타올랐다.

지나가는 차량을 보면 두세 대 중에서 한 대 꼴로 국기를 달고 있으며,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에는 크고 작은 성조기들이 걸려 있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한쪽 벽면 전체에 성조기를 그려놓기도 하였다.

이번 테러 행위의 배후에 대한 수사도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상최대의 인원을 동원하여 이루어지는 이번 수사는 일주일만에 50명 가까운 사람을 연행하여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사건의 배후를 밝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아울러 납치된 4대의 비행기 이외에 다른 비행기를 또 납치할 계획이 있었는가를 중점적으로 밝혀내려고 한다고 한다. 누구로 판명나든 이번 사건의 배후자는 반인류적 범죄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다.

위기에 처한 미국의 대처를 보면서 과연 우리 경우와 비교하게 된다. 물론 경우야 조금 다르겠지만 몇 년 전 북한의 불바다 발언으로 서울 시내 슈퍼마켓의 라면과 생필품이 동이 났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병원 앞에 늘어선 헌혈 행렬 속의 미국인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09/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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