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검찰] 칼은 뽑았는데…진도 안나가는 검찰

이씨 비호 고위층에 초점, 강도높은 수사 불구 난항 거듭

이용호 커넥션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씨를 구속 기소한 검찰은 지난주 수사팀을 대대적으로 보강, 검찰 고위층의 이씨 비호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서울지검의 이씨 불입건 처분 과정에서 검찰 간부들의 힘이 작용했는 지와 이들의 비위 여부, 이씨 로비창구 구실을 한 여운환씨의 로비자금 사용처, 해외전환사채 등의 로비 이용 여부 등을 주요 갈래로 잡고 수사 중이다.


당시 수사간부 개입사실 완강 부인

우선 검찰 간부의 연루 조사에서는 다소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별감찰본부는 한 간부의 통장에수천만원이 입급된 경위를 밝히는 것을 통해 사건의 첫 매듭을 풀려고 하고 있다. 입금된 돈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를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 불입건 처분 과정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사 지휘 라인에 있던 간부들이 개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 뚜렷한 외압의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2일 9시간의 강조 높은 조사를 받은 임휘윤 부산고검장(당시 서울지검장)은 “긴급체포 계획을 승인하고 변호사인 김태정 전 법무장관의 당부를 3차장에게 전했을 뿐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임양운 광주고검 차장(당시 서울지검 3차장)도 “임 지검장한테 의례적인 지시를 받았고, 이씨와 그전에 한두차례 만나기는 했지만 사건 처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덕선 군산지청장(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장)역시 감찰조사에서 “수사팀 내부에 이견은 있었지만 협의를 거쳐 처리했을 뿐”이라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감본부는 이용호씨에 대한 고소·진정을 취하하면서 여씨를 통해 10억원을 받아낸 강모씨등을 불러 조사하기로 하는 등 이씨와 검찰 간부들과의 관계, 여씨나 이씨의 검찰쪽 로비사실 등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돈 흐름 파악에 수사력 집중

현재 특감본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이씨가 여씨한테 건넨 로비명목 자금 가운데 여씨가 실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40억원의 흐름이다.

검찰이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는 여씨 자금은 사건무마용 22억원, 심모씨 채무변제비의 일부인 14억원, 진정취하용 12억원 가운데 2억원, 김태정 전 검찰총 변호사 비용 등이다.

여씨가 실제 이씨 구명을 위해 검찰 고위간부를 포함한정ㆍ관계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면, 이 돈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자금 추적결과, 여씨가 이씨한테 목돈으로 받아간 이 돈은 대부분 제주 모호텔이나광주 모호텔 등에 흘러 들어가면서 작은 단위로 쪼개지고 있어, 명백한 로비단서를 아직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추적결과만 보면 여씨가 궁지에 몰린 이씨한테 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이 정도 목돈을 로비 시늉도 않고 혼자 삼켰다고 보기는 어려운만큼, 천만원 이하의 작은 단위까지 흐름을 샅샅이 좇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전환사채 로비에 활용했을 수도

검찰은 또한 전환사채를 로비로 활용했을 개연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KEP전자의 1,700만달러와 삼애인더스의 900만달러 등 해외 전환사채(CB) 등 전환사채 전체의 실제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삼애인더스가 지난해10월 발행한 900만달러 전환사채 가운데 흐름이 이상한 300만달러의 행방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는 국내에서 팔 수 없도록 된 해외전환사채를 실제로는 국내에서 매각하면서 무수히 많은 가·차명계좌를 이용해 복잡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특히 삼애인더스 발행 전환사채 300만달러어치가 이상해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를 이씨가 정·관계 인사한테 넘겨 보물선인양 사업 등의 재료를 활용해 주가를 띄움으로써 이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알려진 이씨의 횡령 및 배임금액 680억과 증권거래법위반 금액 250억원 이외에 횡령과 주가조작 등의 추가 혐의를 잡고 조사중이다.

또 여권 고위층의 친인척인 이모씨가 이씨한테 보물선 인양사업을 소개해준 것과 관련해 사례금 수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배성규 사회부기자

입력시간 2001/09/27 11:02


배성규 사회부 veg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