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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는 나라 빚, 불안한 국가재정

느는 나라 빚, 불안한 국가재정

공적자금 절반은 국가채무, 각종연금도 불안요소

지금은 티벳과 외몽골이 중국 영토로 편입됐지만 불과 300여년 전만 해도 오히려 중국을 위협하는 세력이었다.

이처럼 수 천년 넘게 중국을 괴롭히던 티벳과 외몽골을 정복한 때는 흥미롭게도 만주족의 나라인 청(淸)나라 강희제(康熙帝ㆍ1661~1722)때이다.

청나라의 네번째 황제였던 강희제는 만주족 황제이면서도 한족(漢族) 지식인을 등용하고, 사심없는 부국강병(富國强兵) 정책으로 거듭된 내란을 평정하고 티벳과 외몽골은 물론 남방을 정벌해 중국의 영토를 크게 넓혔다.

실제로 강희제와 그의 아들인 옹정제(雍正帝ㆍ1722~1735), 또 그의 손자인 건륭제(乾隆帝ㆍ1735~1795)로 이어지는 100년 동안은 중국 역사상 유례없는 번영기였다.

특히 옹정제는 수면시간이 4시간을 넘지 않을 정도로 정무에 열심이었고, 검소한 생활로 국가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었다. 옹정제는 강희제와 마찬가지로 수차례의 정복전쟁에 나섰으나 막대한 전비를 경상세입으로 충당하고 일반 백성들로부터는 일체의 세금을 더 거둬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막강하던 청나라도 건륭제의 아들인 가경제(嘉慶帝ㆍ1795~1820) 때부터 몰락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몰락의 신호는 부정부패와 국가재정의 피폐로부터 시작됐다.

기록에 따르면 가경제가 화신(和珅)이라는 권신을 숙청했을 때 그의 집에서 황금 15만냥, 구리 580만냥, 대홍보석(大紅寶石) 180개 등 당시 청나라의 20년분 세수와 맞먹는 재산을 압수할 정도로 부정부패가 관료사회 전체에 만연하고 국가재정은 고갈 상태였다.

그리고 가경제 이후 청나라는 90년을 넘기지 못하고 1912년 몰락해 버렸다.


야당 “국가채무 1,000조원 수준”주장

청나라의 경우처럼 국가재정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면 2001년 10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실로 국가의 운명을 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국가채무 규모와 그 위험성을 둘러싼 여야간의 논쟁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14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이 위기경고를 보내는 공적연금 등을 예로 들며 직간접적 국가채무가 1,000조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주장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2000년말 기준 우리나라의 공식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3%로 OECD 선진국 평균(70%)에 훨씬 못 미치는 안정된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채무를 둘러싼 여야의 구체적 주장은 무엇이고 어느 편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먼저 한나라당 주장.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등 정부의 채무보증과 통안증권 등 한국은행의 채무, 각종 연금과 공기업의 채무까지 감안하면 국가채무가 1,000조원 수준에 육박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또 정부와 여당이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숨긴 채 다음 정권에 부담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야당 의원들은 지난 6월 국회 경제분야 대 정부질문에서 “차기 정권 출범 이후인 2003년 이후 재정 부담이 나라를 짓누를 것”이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한나라당 나오연 의원은 “국가 빚만 120조원으로 오는 2007년까지 이자부담만 국가예산의 10%를 지급해야 하며, 지방재정도 작년 말 기준으로 18조8000억원 부채에 연간 이자부담만 1조원”이라고 말했다.

나 의원은 “회수율이 24%로 극히 저조한 공적자금,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잠재부채 230조원, 정부투자기관, 출자기관 등 공기업 부채 447조원 등의 상당 부분도 결국 나라빚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한나라당) 역시 “공적자금 관련 이자는 내년 4조원, 2003년 5조원, 2004년 이후부터 6조원이 넘는 등 공적자금 이자를 갚기 위해 또 공적자금이 동원돼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는 주가 회복만 기다리는 천수답식 해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민련 안대륜 의원도 “전문가들은 134조7,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회수 불가능한 규모가 무려 50조~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며, 회수율이 60%에 이르더라도 목적세를 신설하고 소득세를 11.5%나 더 거둬야 할 상황”이며 “잠재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적자금이 최대 78조원 추가로 더 투입될지 모른다는 맥킨지 보고서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통계의 기본도 모르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최근 펴낸 반박자료에서 “한나라당의 주장은 국제기준(IMF)상 국가채무에 속하지 않는 채무보증, 한은 통안증권, 연금 등 잠재적 채무, 공기업 채무 등을 포함한 것으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념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국회 답변에서 “2000년 말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의 23.1%로 미국 59.5%, 일본 112.3% 등 OECD 평균 70.6%보다 훨씬 낮고, 재정수지도 외환위기 3년 만에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정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심각한 상태”의견

국가채무와 관련된 정부ㆍ여당과 야당의 논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야당의 주장이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국가채무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우선 2003년부터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는 공적자금의 경우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박승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지난 8월말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세대도 공적자금을 부담해야 하며, 현재 조성된 공적자금 중 절반 정도는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그동안 조성된 140조원의 공적자금 중 절반인 70조원은 국가부채로 추가되는 셈이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도 국가재정의 불안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IMF는 지난 7월 내놓은 ‘한국경제의 주요 이슈’라는 보고서에서 2000년말 현재 우리나라 주요 연금의 잠재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65%(336조원)에 이르며, 정부는 즉각 연금분야에 대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현재의 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지금의 노동시장 진입자들이 은퇴할 무렵인2043년에 재원이 바닥나게 된다.

또 공무원 연금은 적자를 메우기 위한 정부의 예산지원이 매년 증가해 2003년에는 적자폭이 GDP의 3%에 육박하며, 사학연금은 2012년에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서고 201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한국은행이 통화가치안정을 위해 발행한 ‘통안증권’ 발행액이 매년 증가, 2000년말에는 74조원에 달하는것이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 역시 현재의 국가부채 수준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정부 주장과는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기자 chcho@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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