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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테러 대전] "적이 되기 싫거든 미국을 따르라"

[美 테러 대전] "적이 되기 싫거든 미국을 따르라"

부시 "내편 아니면 모두 적"결연한 의지

“모든 국가들은 이제 우리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테러리스트들의 편에 설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9월20일 미국 워싱턴의회 의사당. 단상에 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목소리를 높였다. 단하의 상ㆍ하 양원과 사법부, 행정부, 군대 지휘관, 911 테러대참사희생자 가족,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워싱턴 주재 외국 사절들은 숙연하게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부시 대통령이 9월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대 테러전쟁을 위한 전국민의 단합과 인내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도중 박수를 받고 있다.

이날 연설은 대(對)테러 전쟁을 위한 일종의 출정식.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진주만 공습 직후 행한 연설에 비견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오늘 이후 테러리즘을 계속 보호 또는 지원하는 어떤 국가도 적대적인 정권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미국 군인에 대해 “미국이 행동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여러분들은 우리가 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미군에게 남은 것은 D데이의 진군 나팔 소리뿐이다. 미국은 21세기 첫 전쟁에서 승리할까. 미국이 빼든 ‘큰칼’에 비해 주적은 왜소하고 심지어 얼굴까지 모호하다. 미국은 마치 유령과 싸우려는 것과 같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에게 유리한 싸움이다. 미국인의 결속과 결전의지, 주요 국가의 지지, 미국 군대의 전투능력 등 승리의 3박자를 갖추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당근ㆍ채찍 활용한 총력 외교전

미국이 현재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주요 국가의 지지 확보. ‘반테러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대대적인 ‘위싱턴 초청외교’를 펴는 등 외교적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워싱턴에서 미국의 오른팔 격인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대 테러 전쟁에서의 군사적 연대를 거듭 다짐했다. 21일에는 워싱턴을 방문한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도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주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 장 크레티엥 캐나다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자크 시라크프랑스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대통령,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부 장관 등을 위싱턴에서 만났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이른바 ‘대 테러 국제연합’의 모습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전쟁에 준하는 공격을 받은 만큼 미국은 유엔의 결의 없이도 자위권에 입각해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어’는 파키스탄과 팔레스타인이다. 페르베즈 무라샤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내부의 분열과 내전 가능성에도 불구, 아프간을 ‘배신’했다.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파키스탄은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절실히 필요한데다 차제에 미국 편에 서서 파키스탄을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려는 인도의 ‘음모’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최근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화해 분위기에도 미국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측은 18일 동시에 휴전을 선언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했다.

▷ 테러대전 출동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키디호크호가 9월21일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를 빠져나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적극적인 대미 협조와 ‘반(反)테러’의지를 보임으로써 ‘원인 제공자’ 라는 혐의를 벗을 수 있고, 팔레스타인은 ‘테러 집단’ 이란 비난과 미국의 보복 공격 대상에서 완전히 비켜갈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놀라운 외교적 성과는 공짜가 아니다. ‘내편이 아니면 혼내주겠다’는 채찍과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하겠다는 당근의 합작품이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4억 달러의 경제지원을 약속했고 중국에도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일본이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해 경제협력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영국 SAS, 아프만서 첫 교전

미군의 아프간 목조르기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육ㆍ해ㆍ공이 이미 아프간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에 포진하기 시작했고 걸프전 때와 같이 거대한 동맹군의 참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CIA와 영국 대외정보국(MI6) 직원들이 아프간 지형에 밝은 영국 특수부대인 SAS(Special Air Service) 병사들과 함께 빈 라덴의 행방을 염탐하기 위해 카불 인근에 잠입했다가 21일 탈레반 병사들과 총격전을 벌이며 도주하는 등 특수작전은 이미 본격화한 상태다.

전쟁 형태는 미국과 영국등 일부 국가의 비정규전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한 야간, 근접작전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고 있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이번 작전이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며 공격 첫날은 크루즈미사일 공격과 폭격 등으로 아프가니스탄의 밤하늘을 밝히는 눈에 익은 광경이 연출되겠지만 그 이후로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특수부대 그리고 야간, 근접작전 위주의 공격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21세기 첫전쟁은 지저분한 보복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하드(성전)를 선포한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은 역시 게릴라전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양측 모두 비정규전에 의존하면서 양민까지 대량으로 희생되는 비열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던 아프간 반군인북부동맹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가담하면 골육상쟁의 비극까지 발생한다.

아프간 전쟁 당시 게릴라의 철저한 저항에 시달리던 구소련군의 특수부대는 마을에 탈레반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마을 전체를 몰살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으나 오히려 아프간 사람들의 더 강한 저항에 부딪히는 악순환을 겪었다.


'빈 라덴'은 어디에 있나?

911 테러대참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과 그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테러 발생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어 미국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100만 대군’을 출병시켰지만 정작 주적으로 지목한 빈 라덴의 ‘체포영장(물증)’이 없고 ‘주소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진군나팔을 불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미국은 11일 테러 참극직후부터 빈 라덴을 제1의 용의자로 보고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한 정보기관들을 총동원, 그의 뒤를 쫓고 있으나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얻지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과거의 전력 등으로 보아 그가 범인들을 배후조종한 것이 틀림없다’는 심증뿐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열린 아들의 결혼식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빈 라덴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파키스탄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 아프간 수도 카불의 북쪽 소도시이며 지형이 험준한 바그람으로 숨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인도의 인터넷 언론 테헬카는 빈 라덴의 훈련캠프가 밀집한 카불 남쪽 150㎞에 위치한 호스트의 비밀터널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터널을 구 소련의 침공에 맞서던 86년 CIA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98년 미군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반면 아프간을 떠났다는 정보도 잇따르고 있다. UPI통신은 파키스탄내 아프간 접경지대에 은신처를 구했다고 보도했고, 파키스탄 일간 뉴스인터내셔널은 탈레반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빈 라덴이 레바논이나 체첸으로 잠입했다고 주장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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