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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사람들](19)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下)

[미래를 여는 사람들](19)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下)

대발견…오메가 센타우리는 '은하'

“분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98년 봄께, 이영욱 교수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러면, 오메가 센타우리가 성단이 아니라 은하란 말인가.”

오메가 센타우리(Omega Centauri)는 천문학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우리 은하에서 발견된 150여 개의 구상성단 중에서 가장 밝은데다 모습까지 일반적인 성단과 달리 구형이 아니라 찌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40여년 전, 오메가 센타우리를 이루고 있는 별들의 화학성분이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많은 천문학자들이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해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미국와 일부 유럽 국가들이 칠레 등 지구 반대편의 남반구에 대형 관측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도 바로 이 ‘괴상한’ 오메가 센타우리의 신비를 풀기 위한 것이다.


집념이 결실, 전세계 과하계에 큰 반향

“오메가 센타우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특이하기는 해도 단순한 별의 집합인 구상성단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운용 차원에서 실시한 첫 분석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왔어요.

분석에 따르면 오메가 센타우리는 성단이 아니라 은하이며, 우리 은하와 충돌해 이제 핵만 남은 왜소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이 개발한 디지털 관측자료 자동분석 소프트웨어를 의심할만 했죠.”

이후 다섯 차례에 걸친 재분석을 하면서 연구팀의 의심은 흥분과 확신으로 발전했다. 또 이 교수가 단장으로 이끌고 있는 자외선 우주망원경연구단의 ‘헬륨연소단계 항성들을 이용한 나이 측정법’을이용해 오메가 센타우리가 우리 은하의 강한 중력에 이끌려 대충돌을 한 시점이 약 100억년 전이란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같은 대발견은 이 교수와 손영종 연구교수, 이수창 박사, 주종명 이현철 연구원등 연구진 5명의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쳐(Nature)의 1999년 11월4일자에 소개되면서 국ㆍ내외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은하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캐나다 도미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의 반덴버그 박사는 “우리 은하의 외곽부분이 오메가 센타우리와 같은 작은 은하들의 충돌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획기적인 것”이라고 극찬했다.

국내에서도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내년 여름을 목표로 현재 미국 나사(NASA)와 막바지 작업을 한창 진행중인 갈렉스 계획에도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결과를 내기까지 연구진들은 험한 길을 걸어야 했다.

북두칠성을 북반구에서만 볼 수 있듯이 오메가 센타우리는 남반구에서만 관측을 할수 있다. 이 교수는 93년 미국에서 학위와 연구를 마치고 연세대로 부임하자마자 칠레 세로톨로로 천문대의 워커 박사에게 관측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천문대는 안데스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지만 남반구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세운 미국 국립 천문대이다.

따라서 미국연구진과 장소를 제공한 칠레 사람을 제외한 외국인은 관측시간을 할당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렵다. 워커 박사를 끈질기게 설득, 현지 천문대연구원의 이름을 맨 앞에 올려놓고 우리측 연구원을 공동연구원으로 하는 ‘편법’을 사용해 천금 같은 1주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난의 칠레 관측여행, 엄청난 자료축적

당시 연구팀이 관측용으로 확보한 예산은 단돈 1,000만원이었다.

그나마 절반은 칠레로 가는 비행기표 값이었다. 29시간의 항공여행(한국에서 미국 L.A. 12 시간, LA에서 브라질 상파울로 12시간, 상파울로에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5시간)과 8시간의 산골 버스여행을 거쳐 97년 4월 현지에 도착한 이수창 박사와 주종명 연구원은 날씨가 폭풍우로 급변하자 ‘이 교수의 1년치 연구비가 비행기 삯으로 날리게 된 것 아니냐’며 몹시 불안해했다.

그러나 정작 관측을 시작하자 날씨는 거짓말처럼 개기 시작해 1주일 내내 청명했다. 이 덕에 720여 장의 디지털 영상자료 등 방대한 관측테이터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어렵게 입수한 관측자료는 정작 ‘귀국’ 후 책상 서랍 속에서 하릴없이 지내야 했다. 장비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본격적인 분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97년말, 과학기술부가 공모한 창의적 연구진흥사업에 이 교수가 제출한 ‘자외선 우주망원경연구’가 채택되면서 갈렉스가 쏟아낼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관측자료 자동분석 소프트웨어가 개발됐다.

여기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경험이 있는 손영종 박사가 캐나다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합류하면서 칠레에서 가져온 관측자료는 마치 주인을 만난 요술램프처럼 우리 은하와 오메가 센타우리의 생성비밀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우리 연구단은 얼마 전(8월13~16일) 영국 캠브리지 대학이 주관한 국제학술회의에 5명 전원이 초청을 받고 참석, 학회를 휩쓸고 돌아왔습니다. 99년 저의 논문발표이후 오메가 센타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서인지 주제 자체가 오메가 센타우리였습니다.

또 저와 우리 팀의 박사과정 학생이 초청강연을 했고, 2편의 연구논문도 발표했습니다.

특히 박사과정 학생의 논문은 조만간 학술지에 소개되겠지만 굉장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회 초기에는 ‘이상한 나라의 엉뚱한 연구팀이 우리 장비를 이용해 굉장한 발견을 했다’는 질투심 때문인지 우리 팀의 연구결과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회의와 토론이 계속되면서 우리 연구결과가 논의의 중심이 됐습니다. 연구단이 분석한 자료가 다른 연구자들의 자료보다 탁월하게 정밀하고, 적용한 모델계산도 관측자료와 정확하게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제 협력 관측에 사용할 기본자료로 인정을 받았고, 저의 논문을 이번 학회의 결론으로 그대로 인용됐습니다.”


배타주의 등으로 두뇌 해외로 뺐겨

연세대를 나와 89년 예일(Yale)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교수는 연세대가 아니라 미국의 명문학교인 메사츄세츠공과대학(MIT)의 교수로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허블우주망원경 발사를 기념해 제정된 허블장학생 1회로 선발돼 90년부터 93년까지 미국 NASA의 우주망원경연구소의 연구과학자로 연구를 하던 그는 연세대 교수와 MIT 교수를 선택할 수 있는 행복한 입장이됐다.

파격적인 지원과 명예가 따르는 허블장학생은 천문학계의 로즈장학생(미국 최고 우수 엘리트의 상징과도 같은 장학생 제도)으로 불릴 만큼 미국에서 높이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그가 94년 발표한 ‘헬륨연소단계의 항성’은 최근 5년간 한국인연구자가 쓴 논문 중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될 정도로 성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결정을 잘 한 것 같아요. 국내에서 연구하는 데 어려움도 많지만 그래도 미국보다 한국에서 일하니까 그 만큼 보람도 큽니다.

유감스러운 점은 우수한인재들이 국내 진입이 어려워 귀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국내 대학에 자리가 없어 세계적인 명문인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 교수로 간다는것이 말이 됩니까.”

이 교수는 요즘 또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함께 일을 한 연구자들의 진로이다. NASA에서 근무하다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에 합류, 미국 분소를 이끌던 이석형 박사가 바라던 한국행을 접고 지난해 9월 옥스포드 대학 교수로 옮겼다.

이 교수는 국제적인 비구면 분야의 전문가인 김석환 박사가 귀국해 함께 연구를 계속하기를 원하지만 국내의 배타주의에 밀려 이석형 박사처럼 외국의 명문학교 등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이 교수는 “첨단기술일수록 기술장벽이 심해 NASA 같은 기관의 핵심기술은 우리처럼 순수과학 분야의 공동연구가 아니면 기술이전은 물론 접근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갈렉스 계획처럼 선진국의 첨단 과학기술을 축적한 연구진들이 국내에서 보다 활기차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시급히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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