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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단풍, 추석전후로 본격 남하, 10월말 절정

[추석특집] 단풍, 추석전후로 본격 남하, 10월말 절정

22일 오전6시, 설악산 대청봉. 밤새 산에 올랐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 봉우리를 감싸고 넘는다. 구름은 짙지 않다. 발 아래 속초시와 양양읍의 새벽 불빛, 바다에 떠있는 오징어잡이배의 집어등이 희미하게 보인다.

천불동과 공룡계곡의 칼날 같은 능선도 검은 실루엣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오렌지빛으로 동녘하늘을 물들이던 해가 드디어 떠오른다.

△ 22일 설악산 중청봉 기슭. 아래의 봉우리들은 여전히 푸르지만 꼭대기에는 이미 단풍이 들었다

장쾌한 일출. 혼이 빠지는 순간이다. 해가 모습을 완전히 보이고 나서도 한동안 부동자세. 눈이 부셔 오면서 비로소 시선을 돌린다. 그제서야 바라 본 대청봉의 능선. ‘이런! 불이 붙었다.’ 장엄한 분신(焚身)의 의식, 단풍이 시작된 것이다.

20일께 설악산대청봉에서 불씨를 터뜨린 단풍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북에서 남으로 산록을 타고 흘러내리다 11월 하순 남도의 섬에서 온기를 거둔다. 올단풍은 예년보다 3~7일 늦다.

그러나 가을에 들면서 일교차가 컸고, 강수량이 많지 않아 보기 드문 아름다운 단풍이 되리란 전망이다.

‘첫 단풍’은 산 전체의 20%, ‘절정’은 80%가 물들었을 때를 뜻한다. 첫 단풍은 주로 정상 부근에서만 볼 수 있어 체력 좋은 등산인들의 차지이고, 일반인이 중턱에서 단풍을 만끽하려면 절정기에 찾는 것이 좋다.

명산치고 단풍이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다. 그 가을빛 때문에 ‘명산’의 칭호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금수강산으로 미리 떠난다.


# 설악산

22일 현재대청, 중청, 소청봉의 정상 부위에만 물이 들었다. 이 달 말이 되면 산을 타고 급강하해 추석 명절에는 한계령, 공룡능선, 10월 중순에는 천불동, 수렴동계곡이 불타오를 전망이다.

10월 20일 이후에는 설악동과 비선대, 백담계곡 등 산 아래에서도 편안하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마음 속 깊은곳까지 붉게 물들이려면 내·외설악을 관통하는 정상정복 산행과 봉우리를 잇는 능선산행이 제격이다.

용대리-백담계곡-수렴동-봉정암-대청봉(1,708㎙)-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를 잇는 32.8㎞의 코스가 단풍 산행에 좋은 정상정복 코스. 쉬지 않고 주파하면 19시간이 걸린다. 1박 2일, 혹은 2박 3일 산행에 적당하다.

반대 방향으로 넘는 방법도 있지만 천불동 계곡을 오르는 철계단과 희운각에서 소청봉에 오르는 격한 오르막 때문에 초반 체력 소모가 크다. 백담계곡에서 시작하는 산행은 봉정암에 오르는 일명 ‘깔딱고개’를 제외하고는 난코스가 별로 없다.

이 코스 중천불동계곡이 설악 단풍의 으뜸 경관으로 꼽힌다. 비선대에서 희운각에 이르는 이 계곡에는 귀면암, 오련폭포, 천당폭포 등 설악비경의 열 손가락안에 꼽히는 명소가 줄줄이 늘어서 있다.

하얀 바위를 타고 내리는 옥색 물줄기와 그 위를 뒤덮은 오색의 단풍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평소에는 3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코스이지만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시멘트로 포장된데가 셔틀버스가 다녀 다소 운치가 바랬다. 그러나 백담사 이상부터는 장대한 계곡미를 자랑한다. 수렴동-봉정암 구간에서 넋이 빠진다.

능선산행의 백미는 희운각과 마등령을 연결하는 공룡능선. 오르락 내리락 5시간이 걸리는 힘든 산행이지만 하늘을 찌르는 기암 봉우리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색을 피워내는 단풍 등 신비로운 체험이 기다린다.

길을 잘 아는 리더가 없거나 악천후에는 절대 산행 불가. 충고를 듣지 않으면 실종되거나 실족하기 십상이다. 설악산 관리사무소 (033-636-7700, 2·강원 속초시)


# 지리산

1,500㎙가 넘는 봉우리가 15개이고 둘레만 800리에 이르는 지리산.

주봉인 천왕봉(1,915㎙)을 중심으로 사방 부채살처럼 패인 수많은 골짜기가 단풍의 바다에 잠긴다. 시기는 10월 중순부터로 전망된다.

▷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 맑은 계류와 함께하는 맛이 일품이다

가장 좋은 단풍 산행은 역시 종주. 체력과 시간이 요구된다. 노고단에서 천왕봉(1,915㎙)을 잇는 주능선이 산행길이다. 지도상의 거리는 25.5㎞이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 한다. 산행만 2박3일이 걸린다.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 노고단-임걸령-노루목-명선봉을 거쳐 벽소령대피소(011-854-1426)에서 1박을 한다. 둘째 날은 벽소령 대피소에서 선비샘-영신봉-세석평전을 지나 장터목산장(0131-45-1750)까지 이른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연봉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산행이다. 셋째 날은 서둘러야 한다. 오전 5시에는 출발해야 천왕봉에서 일출을 맞는다.

가벼운 산행을 원한다면 계곡에 들어야한다. 대표적인 단풍계곡은 피아골. 어쩐지 ‘붉다’는 선입견이 드는 지명. 논에 많이 나는 잡초인 피가 많이 자라 피밭골로 불리던 것이 피아골이 됐다.

가을이면 피아골은 실제로 붉다.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선유소, 연주담, 통일소, 비룡계곡, 상제탑, 삼홍소, 잠용소 등 골을 따라 연이은 물웅덩이와 암석이 선계의 풍광을 자아낸다.

연곡사에서 출발하면 직전마을, 피아골을 거쳐 노고단에 이르게 되는데 4시간 정도의 산행이면 단풍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칠선계곡도 만만치않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서 천왕봉에 곧바로 오르는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곳.18㎞에 가까운 계곡이 단풍으로 가득하다.

가도가도 끝없는 오색 등산길. 색깔에 지쳐버릴 지경이다. 지리산은 고도 때문에 정상과 능선의 온도차가 섭씨 10~15도에 이른다. 단풍철 꼭대기에 눈이 내리면 난·온·한대의 산록을 감상할 수도 있다. 지리산관리사무소(055-972-7771·경남산청군), 북부관리사무소(063-625-8911·전북 남원군), 남부관리사무소(061-783-9100·전남 구례군).


# 한라산

한라산의 가을여행은 3색 여행이다. 산꼭대기는 눈을 맞았고 산 아래는 여전히 푸른 여름이다.

그 사이의 산록은 붉에 타오른다. 한라산 산행은 그렇게 여름에서 겨울로 한꺼번에 이동하는 계절 여행이다.

한라산에는 모두 4개의 코스가 있다. 2개는 등반거리가 짧고 경치가 좋은 대신 백록담 정복을 할 수 없다. 나머지 2개는 백록담까지 닿을 수 있지만 지루한 산행을 각오해야 한다.

△ 한라산의 단풍은 높이 오르수록 노란빛으로 변한다.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한라산 중턱.

가을산행은 대부분 정상을 포기한 영실-윗새오름-어리목 코스를 택한다. 특히 영실코스는 한라산의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해발 1,100m가 넘는 영실코스입구부터 단풍이 기를 죽인다. 숲의 바닥은 키 작은 대나무가 뒤덮고 그 위로 빨갛고 노란 단풍이 반짝인다. 병풍바위 능선을 타면서 다소 땀이 흐르지만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영실기암의 장관 때문에 힘든 줄 모른다.

시선을 오른쪽에 두고 감탄을 연발하다 보면 어느덧 병풍바위의 꼭대기에 닿는다. 병풍바위를 지나면 길은 갑자기 평지가 되고 바위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윗새오름까지는 약 30분. 윗새오름에서 어리목으로 내려가는 길은 거의 평지이다.

너덜(바위)지대이지만 바위가 크지 않아 힘들지 않다. 사제비동산, 만세동산 등 다리를 쉴 곳도 많다. 분위기가 독특하다. 멀리 바다가 펼쳐지고 오름들이 젖가슴처럼 솟아있다. 키 작은 관목이 드문드문 서있을 뿐 온통 억새와 잡풀의 천지이다. 꿈결 같다. 관리사무소 (064)742-3084


# 내장산

예로부터 춘변산 추내장(春邊山 秋內藏)이라 했다. 봄이면 변산(전북 부안군)의 신록이 으뜸이요, 가을에는 내장산 단풍이 최고라는 이야기이다.

내장산은 호리병을 뉘어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입구가 좁고 기슭이 넓은 산세를 가진 산은 대체로 단풍이 곱다. 강원도의 오대산과 가칠봉 그리고 내장산이 그예에 속한다.

특히 내장산의 단풍나무는 그 잎이 작고 얇다. 앙증맞으면서도 투명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올해에는 10월 말부터 그 고운 자태를 볼수 있다.

내장산의 장점은 해발 763㎙의 얕은 산이기 때문에 오르기가 쉽다는 것. 등산 출발지점인 내장사 일주문에서 주봉인 신선봉까지 가장 가까운 금선계곡 코스를 타면 2시간 40분이면 오른다.

때문에 단풍철이면 사람들로 바다를 이룬다. 내장사 경내로 들어가는 500여㎙의 단풍길만으로도 수많은 관광버스를 불러들인다. 골수 등산인들이 애써 이때를 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9년 특히 연자봉에 오르는 케이블카가 개통돼 해마다 인파가 더 늘어난다.

단풍을 돌아보는 등산코스는 서래봉-불출봉-망해봉-까치봉을 돌아 신선봉에 오르는 것. 오르는 데 3시간 30분, 하산할 때 금선계곡을 타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금선계곡의 맑은 물 위로 가을의 잔해가 떠내려 가는 것을 바라보는 맛도 그윽하다. 관리사무소(0681_538_7875).


# 금강산

이제는 가 볼수 있는 북녘의 산. 남쪽보다 일찍 가을이 왔다. 현재 8부 능선까지 단풍이 내려왔고 10월 중순이면 절정을 맞으리란 전망이다. 가을이면 풍악(楓岳)으로 이름을 바꿀 정도로 설명이 필요없는 절경을 만들어낸다.

신계사터에서 상팔담으로 이어지는 구룡연코스는 가을이면 천상(天上)의 길이 된다. 옥류동, 연주담, 비봉, 무봉, 구룡폭포 등 외금강의 명소가 좌우에 즐비하다.

절정은 역시 상팔담. 팔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신비의 팔담은 설화 ‘선녀와 나뭇꾼’의 소재가 된 바로 그곳이다. 옥빛의 물과 은빛 바위가 붉고 노란 단풍에 어우러져 세상의 시름을 덜어준다.

▷ 금강산의 구룡폭포, 신비경이 따로 없다.

상팔담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비룡대. 서남쪽 비로봉에서 흘러내리는 구담곡, 동남쪽 세존봉의 천화대, 남쪽의 비사문, 북쪽의 옥녀봉과 관음연봉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마디로 ‘장쾌하다.’

만물상 코스도 매력적이기는 마찬가지. 기기묘묘한 바위병풍과 그 틈새에 뿌리를 박은 단풍나무의붉은 색이 마치 절규하는 듯하다. 세 신선이 우뚝 서있는 듯한 모습의 삼선암, 준수한 외모의 세자봉이 만물상을 호위한다.

천선대에 오르면 단풍진 만물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세 곳의 망양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도 만만치 않다.


단풍은 왜 물드는가

단풍은 활엽수의 잎 속에 있는 다양한 효소(색소)가 기온의 차이로 우열이 바뀌기 때문에 물든다. 기온이 떨어지면 잎자루와 줄기가 붙어있는 기부에 분리층이 생겨잎에서 생성된 당(糖)이 줄기로 이동하는 길이 막힌다.

잎에 당의 함량이 늘면서 봄부터 여름까지 녹색을 내던 클로로필 색소는 분해되고 붉은 색의 안토시안색소, 황색을 내는 카로틴 또는 크산토필색소가 생합성된다. 잎은 자연스럽게 녹색을 잃으면서 붉은 색, 또는 황색으로 변해간다.

기온, 습도, 자외선 등 외부조건에 따라 다양한 효소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단풍의 색깔은 같은 수종이라 하더라도 다양하고, 해마다 그 질이 다를 수 있다. 단풍은 평지보다 산, 강수량이 많은 곳보다는 적은 곳, 음지보다는 양지, 기온의 일교차가 큰 곳에서 특히 아름답다.

권오현 문화과학부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1/09/2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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