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여권 內紅, 돌파구 찾기 분주

민주당 내분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10ㆍ25 재보선 패배 후 소장개혁파의 쇄신요구로 촉발된 당내 갈등은 지난 주 최고위원 일괄사퇴 파동을 거치면서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다.

7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최고위원 간담회가 한 고비가 될 수 있으나 이인제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간담회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간담회의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공백사태, 해결책 놓고 고민

우선적인 관심사는 최고위원일괄사퇴로 빚어진 민주당 지도부 공백사태가 어떻게 수습되느냐다. 당초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고위원 일괄 사퇴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 번복 불가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일괄사퇴 수용이 불가피해졌다.

정식 지도체제를 구성하려면 전당대회를 열어 최고위원들을 선출해야하는데 정기국회 중인데다 준비기간 등을 감안할 때 연내 전당대회 개최는 불가능하다. 이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과도적 지도체제를 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과도지도 체제형태로는 우선 대통령이 지명직 최고위원과 당 3역 등만을 새로 임명하는 방안과 당무회의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을 선출, 12명 최고위원 전원을 보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당원 전체의 신임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체제여서 전당대회 준비 등 실무적 당무만을 수행하는 데 머물 개연성이 높다. 전당대회준비 문제도 대선주자들 간의 이해가 걸린 대의원 수 조정 등은 손을 대기가 어렵다. 손해 보는 주자들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이를 제어할 힘이 없기때문이다.

과도지도체제가 들어설 경우 한광옥 대표의 유임여부도 관심사다. 한 대표는 내심 유임을 희망하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최고위원 일괄사퇴를 주도한 한 대표가 혼자 지도부에 남는다면 일부 주자들이 격렬하게 반대할 것이 뻔하다.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 개혁파도 한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 대표가 물러날 경우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위치에 있는 김원기 박상천 최고위원 등이 대표를 맡을 개연성이 있다.

형식적인 과도지도부와는 별도로 당정쇄신과 전당대회 개최 시기 및 절차 문제 등을 논의할 특별기구 발족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과도지도체제 출범과 함께 특별기구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소장개혁파가 요구하는 쇄신과 일부 주자들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조기전당대회실시 문제는 여전히 난제로 남는다.

개혁파의 쇄신타깃이 되고있는 인사는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이다. 그러나 권 전 최고위원은 현재 아무런 직책도 갖지 않고 있는 자신을 물러나라는 것은 마녀사냥이며 인권유린이라고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동교동계 구파의 반발도 거세다. 박지원 수석은 소장파들의퇴진 요구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근거도 없이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을 삼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김 대통령의 의중인데 7일의 간담회에서 김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날지는 불투명하다.

전당대회개최 문제는 시기와 성격이 쟁점이다. 구체적으로는 1~2월에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른 뒤 지방선거 후 후보선출 전당대회를 열자는 2단계 전당대회론과 지방선거 전에 대선후보와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한번에 치르자는 후보조기 가시화론으로 갈린다.

최고위원 가운데 이인제 노무현 김중권 최고위원은 조기가시화론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이인제 최고위원은 내년 3~4월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뽑아 그를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르는 것이 대선승리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화갑 최고위원과 김근태 최고위원은 우선 당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대선 후보는 지방선거후인 내년 7~8월에 열자는 입장이다.


정당대회ㆍ인적쇄신 문제 여전히 논란, DJ 결단이 관건

특정인 퇴진 문제는 김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문제로 의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이 있지만 전당대회 개최시기 및 성격 문제는 대선주자들의 이해관계에 직결돼 있어 한 동안 논란이 예상된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한화갑 최고위원 측은 벌써부터 전당대회 시기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일괄사퇴를 2단계 전당대회를 관철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음모론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대립의 산물이다. 한화갑 최고위원 측은 음모론에 대해 ‘한심한 망상’이라고 일축했다.

쇄신문제가 결론이 난 뒤 개혁소장파가 전당대회 시기 문제에 어떤 태도를 표명할지도 대선주자 간 전당대회 개최시기를 둘러싼 힘겨루기 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11/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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