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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썰렁한 할로윈 데이

[미국 들여다보기] 썰렁한 할로윈 데이

스산한 할로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지가 얼마 된 것 같지 않은데, 벌써 한해가 흘러 다시 할로윈 데이가 되었다. 지난번에도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할로윈 데이는 10월의 마지막 날로,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아이들은 온갖 악마나 귀신들의 복장을 하고 동네를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사탕이나 과자를 달라고 한다.

귀신으로 변장한 아이들은 만일 주지 않으면 해를 끼칠 것처럼 위협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인기 있는 날이 바로 이날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카우보이나 악당 등으로 분장하여 출근하기도 하고 저녁에는온갖 귀신과 유령 복장으로 모여 파티를 즐긴다. 그야말로 미국 전역이 떠들썩한 날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는 부모들은 꼬마 귀신들을 달래주기위해 직장에서 일찍 귀가하면서 사탕과 과자를 푸짐하게 마련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할로윈 데이는 예년과 같지 않다. 먼저 이날 저녁에는 보름달이 커다랗게 비추며 귀신과 악마 복장을 한 아이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길을 비추었다. 할로윈 데이가 보름과 겹치는 것은 1955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보름달 하면 풍성한 추석 한가위를 생각하면서 소원을 비는 우리네와는 달리, 미국 등 서양세계에서는 보름달이 뜨는 날은 불길한 날로 여겨진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 되면 천지에 악의 기운이 가득 차 온갖 지하의 악령들과 귀신들이 일어나 나쁜 짓을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로 할로윈 데이에는 딱 어울리는 무대 설정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완벽한 무대 설정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전혀 축제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난 9월 일어난 테러참사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아직 비통해 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는 더욱 불확실해져 가고, 각 산업에서 대량 해고가 잇따르는 마당에 신이 날 이유가 없다.

미국은 테러 조직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하여 계속적인 폭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탄저병 균을 담은 우편물이 여기 저기에 발송되어 이미 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도 세균 테러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 어느 정도나 일어나고 있는 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미국 연방수사국이 테러 위협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한데 이어, 할로윈 데이 하루 전에는 미 법무장관과 연방수사국 국장이 언론에 나와 신뢰할 만한 정보를 근거로 하여 미국에 대한 또 다른 테러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내ㆍ외 기관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할로윈 데이를 맞이했는데도 각 지역 경찰은 경계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했다. 보통 때에도 할로윈 데이에는 강도 절도 등 각종 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에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는데, 금년에는 FBI 국장이 언론에 나와 발표할 정도로 테러의 위협이 높아졌으니, 초비상 경계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부모들도 과연 이런 때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를 돌면서 사탕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안전한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3분의 1이상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대로 집에 데리고 있겠다고 응답했으며, 12%는 낯선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대답한 것을 보면 올 할로윈 데이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당황한 과자 업계에서는사탕 등에 붙어 있는 하얀 분말은 통상적으로 생기는 것이므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가뜩이나 불경기 까지 겹쳐 매출이 떨어진상황에서 할로윈 데이 때문에 더 영향을 받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무섭고 스산한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웃고 즐겨 보자는 할로윈 데이가 스산해지면서 이번 가을이 더욱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IHTE 변호사 prakh@howrey.com

입력시간 2001/11/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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