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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영감님의 실수는 곧 나의 찬스"

[바둑] "영감님의 실수는 곧 나의 찬스"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20)

절대처를 린하이펑(林海峰)이 차지하자 이창호는 순간 흔들렸다. 그러나 이창호도 별 수 없다는 듯 특유의 기다림으로 찬스를 엿본다. 5번승부에서 1승2패로 뒤진, 그래서 이 한판이 막판인 사람답지 않게 인내했다.

린 9단이 60번째 수를 두드리는 모습이 자못 경쾌했다. 슬그머니 중앙 백은 곤마에서 세력으로 변모한 셈이다. 완연한 백의 호조. 린하이펑은 부채를 접었다 폈다 하면 형세판단에 여념이 없는 기색이다.

이 부채가 또 상당한 얘기 거리가 되었다. 전국에 TV로 생중계가 되는 상황에서 린 9단이 부채를 쥐었다 폈다 하는 모습이 방송에 가감 없이 타게되니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얘기인즉, "어린애를 앞에 두고서 저렇게 소음을 내면서 수읽기를 방해해도 되느냐." 아무래도 애와 어른이 한판승부를 겨루는 관심 있는 대국이므로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시청자의 대열에 앞장섰다.

그러다 보니 바둑세계를 너무나 모르고 일반적인 정서상 "곤란하지 않겠냐"라고 판단하여 '오버'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창호는 그것이 부채소리였는지 대포소리였는지 알 수도 없거니와 혹시 들린다고 하더라도 대국에 몰두해 있는 사람에겐 무심한 염불소리일 뿐이다.

린 9단이 조금 유리한 가운데 오후대국이 속개되었다. 모양 사나운 팻감을 쓰기 싫어하는 경향. 이것은 돌의 미학과 품위를 중시하는 고단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미학파라기 보다는 실전파인 린 9단이지만 대국상대가 자신의 나이보다 서른두살이 어린 소년을 앞에 두고 보면 자신도 모르게 품위를 의식하게 되나 보다.

기피감이었다. 일종의 기피감이 바둑을 버려놓곤 한다. 결정적인 찬스를 린9단이 스스로 외면해버리는 이 너그러움(?)이 이창호에겐 곧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었다. "곧 던질 것 같아요. 끝이예요 끝..." 이창호가 던진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 즈음 린 9단은 쉬운 길을 마다하고 딴 데를 보고 있다. "결정적인 장면에서 참을 줄 안다는 것이 그의 최대장점이었는데 나이 탓인가?" 조훈현의 한마디는 이 한판의 복선이 될 수 있었다.

총명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바둑을 그르친다. 중반 이후 먹여 쳐야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냥 잇는바람에 한 수가 놀게 되어 패착이 되고 말았다. 돌의 미학을 지나치게 고려한 탓에 그만 완만한 수가 되어 그대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이창호가 그 기량이 빛을 발한 것은 역전 이후. 컴퓨터에 비견되는 거는 끝내기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자기보다 나이가 3배나 많은 린하이펑을 멀찍이 따돌린다. 불계패를 당하리라던 예상을 완전히 깨고 이창호는 반면 10집을 남겼다. 이창호의 기백이 돋보인 한판이었다.

2:2의 명승부가 이미 되어있었다. 마지막 5국은 흐름상 이창호에게 좀 더 유리하겠거니 짐작은 되지만 그것도 관전자의 일반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리하여 건곤일척의 승부, 대망의5국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틀 뒤 같은 장소 라마다 올림피아 호텔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TV생중계 덕에 호텔은 선전이 잘되어 제4국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운명의 제5국이 벌어진다. 물론 지구전의 양상이었다.

바둑저널의 표현이 멋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샅바싸움이었다. 두 사람은 문자 그대로 난형난제 백중지세였다. 여기저기서 아무리 국지전이 벌어져도 늘 팽팽한 제자리걸음 50대와 10대의 두 신선이 낚시질을 즐기는 것 같았다."


[뉴스화제]



·유창혁 7연승 행진-패왕전 본선연승전

유창혁 9단의 연승행진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10월30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두어진 제36기 패왕전 본선 제7국에서 유 9단은 한종진 4단을 맞아 189수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연승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이번 대국을 승리함으로써 유창혁 9단은 7연승 수립에 성공했으며, 전기에 이창호 9단이 세운 18연승 신화의 재현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유 9단은 본선 첫판에서 강적 조훈현 9단을 제압한 기세를 타고 이후 연승행진을 거듭한 가운데, 중간 고비인 이세돌 3단과의 대국에서도 승리를 거둠으로써 본격적인 연승기록 수립에 나선 바 있다. 이로써 모두 20명의 기사가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벌이고 있는 이번 패왕전 본선은 전년도에 이어 유 9단의 완봉행진을 누가 마감하느냐가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11/0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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