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흑인 엘리트들의 사랑과 우정


■ 브라더스

게리 하드윅의 2001년 작 <브라더스 The Brothers>(18세, 콜림비아)는 흑인 감독이자 배우인 포레스트 위테커의 1995년 작 <사랑을 기다리며 Waiting to Exhale>의 흑인 청년판이라할 수 있는 영화다.

의사, 변호사, 기업 간부 등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상류층 엘리트 흑인 남성 4명이 어릴 적부터의 우정을 이어 가며,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위로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사랑을->의 최상류층 중년 커리어 우먼의 고민이 29살 청년으로 옮겨갔다고 보면 정확하다. <브라더스>를 보며 떠올리게 되는 또 한편의 영화는 릭 화무이아의 1999년 작 <더 우드 The Wood>다. 결혼을 앞둔 흑인 남성의 불안과 이를 극복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세 편의 영화와 조지 틸만 주니어의 1997년 작 <쏘울 푸드 Soul Food>는 흑인 영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과는 거리가 먼, 범죄와 마약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드라마다. 생일 선물로 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할 정도의 경제력을 과시하는 아버지, 수영장이 딸린 저택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파티를 여는 화려한 어머니를 둔, 최상류층 흑인의 삶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이 경제적 풍요만큼, 이들이 고민하는 문제도 이제까지 보아온 흑인 영화의 그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어떻게 하면 진지한 사랑, 참된 사랑을 찾아 행복을 배가할 수 있을까만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모두에게는 가정사로 인한 갈등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행복한 결말을 위한 장식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만 그려진다.

할리우드 근방의 고급 주택가에 살고있는 4명의 친구 잭슨, 테리, 브라이언, 데릭은 일주일에 한번은 만사를 제쳐놓고 농구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를 해주는 오랜 친구 사이.

변호사 브라이언(빌 벨라미)은 "사귀던 여자마다 나를 괴롭힌다"면서도 오늘도 여자 꼬시기에 여념이 없다.

그의 유일한 고민은 10년 전 집을 나간 남편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자신과 동생에게 애정을 표현 않는 어머니. 간부급 회사원 테리(쉐마르 무어) 역시 여비서 산드라의 유혹이 싫지 않지만, 29살이됐으니 두 달 사귄 비비와 결혼해야겠다고 발표한다.

유일한 유부남인 데릭(D. L. 휴즐리)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건만 아내 쉴라가 오럴 섹스를 거절하며, 양로원의 어머니를 모시려 들지 않는다고 부부 싸움을 한다.

소아과 의사 잭슨(모리스 체스넛)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있던 신부가 총을 겨누는 악몽을 꿀 정도로 애정관에 문제가 많다. "여자는 돈, 오르가즘, 발에 맞는 번쩍이는 구두만을 원한다"고 정신과 상담의에게 털어놓을 정도다.

잭슨이 이러한 생각을 갖게된 것은 25년의 결혼 생활 끝에 바람을 피운 아버지와 이혼 후에도 끊임없이 여자를 바꾸는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 탓이다. 프리랜서 사진 작가인 드니스를 만나 모처럼 진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된 잭슨은 드니스가 아버지와 사귄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절교를 선언한다.

이 소프트한 남성 드라마를 만든 게리 하드윅은 TV 시리즈물의 각본과 제작을 거쳐, 데이빗 하워드의 코믹 데뷔작 <트리핑>의 시나리오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브라더스>는 그가 직접 각본을 쓴 데뷔작으로극 중 T-Boy 역으로 깜짝 출연까지 하고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11/0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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