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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LP여행] 김상희

[추억의 LP여행] 김상희

고려대 법대출신 여학사가수 1호라는 신선함과 더불어 164cm의 늘씬한 체구에서 뿜어댔던 힘차고 감미로왔던 <대머리총각> <울산큰애기> 같은 중음역의 노래들로 오랜기간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김상희.

전통적 대중가수로만 기억되는 그녀가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이키델릭 여성록커였다면 믿어지겠는가? 더군다나 팝, 뮤지컬, 민요, 가곡과 더불어 재즈까지 섭렵했던 비범한 아티스트였다면?

1943년 서울에서 외화수입업을 했던 부친 최예득과 모친 차금덕의 3남2녀중 맏딸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최순강. 어릴적부터 똑똑했지만 교실입구 문턱에 초칠로 미끄럼판을 닦아놓는 등 짓궂은 장난으로 선생님들을 골탕먹이는 유명한 개구장이였다.

풍문여고시절엔 반장과 학생회장, 학교신문반 사진기자 등으로 활약하며 졸업식 때는 우등, 개근, 모범, 교내신문편집상 등 무려 7가지상을 독식했을 만큼 평범치 않은 소녀였다.

대학입시후 KBS에서 전속가수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심심풀이 삼아 응모를 했다. 수백명의 준프로급 응모자중 옷이 없어 교복에 재킷만 걸치고 멜빵맨 바지에다 운동화를 신은 초라한 응모자는 김상희가 유일했다.

이때 부른곡은 마리오 란자의 커메 플리마(첫날밤). 직업가수엔 별 관심이 없던 그녀는 당당히 최종 8명에 뽑혀 신인가수로 선발되었다. 이때가 61년. 김상희는 심사위원이었던 손석우로부터 <텍사스 훌라>라는 데뷔곡을 받아 가수활동에 들어갔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쳤다.

대학진학후 법관을 꿈꾸며 고시공부에 전념했던 그녀는 건강이 악화되자 판검사의 꿈을 접었다. 대신 대학을 졸업한 65년 <처음데이트> <경상도청년> <뜨거워서 싫어요>등 빠르고 발랄한 음색의 노래로 본격적인 가수활동에 나섰다.

정상권의 인기가도를 달리던 68년, 전 국회의원 유청의 아들 KBS PD 유훈근과 팬들의 아쉬움속에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후 <빨간 선인장> <빗속의 연가>등 느릿하면서 분위기있는 무드곡으로 변신을 꾀한 김상희는 PD남편의 강력한 지원아래 MC활동까지 병행하며 <68년 가수납세1위>라는 부와 명예를 얻으며 더욱더 탄탄한 인기가도를 내달렸다.

펄씨스터즈가 활짝 꽃피운 사이키델릭사운드로 온나라가 발칵 뒤집어 졌던 69년. 전속사를 옮기며 펄자매가 결별을 선언하자 신중현은 가창력있고 품격있는 무대매너를 지닌 김상희를 급히 픽업, 1개월간 창법을 지도하며 사이키델릭 록커로 탄생시켰다.

늘 음악적 변신을 갈망했던 김상희는 명동에서 개최한 신중현사이키델릭 리사이틀에서 파격적인 제목과 가사 그리고 현란한 사이키 조명아래에서 에로틱한 제스처로 당시로서는 너무도 파격적인 <어떻게해-신향,DG1064,69년8월>를 발표했다.

팬들은 김상희의 상상을 뒤엎는 음악적 변신에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일부 팬들은 ‘펄씨스터즈의 모방’이라는 혹평도 있었지만 ‘결혼후 오히려 가수 연령을 5년이나 더 젊게 해주었을 만큼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했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놀랄정도로 현대적 감각의 여성사이키델릭 록커로 변신한 김상희의 새로운 모습은 단연 장안의 최고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이때부터 김상희와 펄씨스터즈는 사이키델릭 여왕자리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펼쳤다. 69년10월 시민회관에서 열렸던 신중현 리사이틀 쇼에서 벌어졌던 둘사이의 충돌은 진상조사단까지 구성되었을 정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늦게 도착한 김상희가 펄씨스터즈와 무대출연순서가 뒤바뀔 뻔하면서 욕설과 삿대질이 오간 선후배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진 이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인기정상을 다투던 둘간의 대단한 라이벌 의식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여세를 몬 김상희는 한국문화대상 수상자로 선정이 되며 70년 1월 최초의 리사이틀을 개최할만큼 최정상에 올랐다. 이때의 공연실황을 담은 <김상희 리싸이틀쇼-유니버샬,KLH7,70년3월> 음반은 그녀의 최고명반으로 손꼽히는 고가의 희귀음반. 배삼룡이 사회를 맡고 신중현과 퀘션스, 여대영악단이 세션을 맡았다.

이 실황음반의 압권은 2면에 수록된 사이키델릭 향기가 진동하는 7분50초짜리 명곡 <어떻게 해> 퀘션스의 신들린 애드립 연주는 듣는 이의 탄성을 불러낼 만큼 현란함의 극치를 들려준다. 또한 록버전으로 들어보는 색다른 맛깔의 <울산큰애기>도 놓칠수 없는 들을거리이다.

영역을 넓힌 김상희는 젊은이들이 즐겨찾던 무교동의 코파 카바나 클럽무대에 첫 등장을 하며 조선호텔 나이트클럽으로까지 진출, 젊은 남성층을 단숨에 사로 잡았다.

그러나 호사다마라 할까. <어떻게 해>의 가사내용을 <누워서 해>등 선정적인 내용으로 개사를 해 부르는 짓궂은 남성들 때문에 개사된 노래가 유행이 되자 처음으로 방송금지를 당하는 아픔을 겪으며 좌절했다.

다시 웨스턴 컨츄리풍으로 복귀, 71년엔 국내최초의 전속6인조악단을 조직하며 성공적으로 수차례의 리사이틀과 미국, 일본, 홍콩 등 해외공연을 이루어낸 김상희.

80년대엔 트로트디스코, 93년엔 발라드, 98년엔 재즈가수로 변신을 계속해온 그녀는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에 따라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즐겼던 진정한 음악탐험가가 아닐까?

최규성 가요칼럼니스트 kschoi@hk.co.kr

입력시간 2001/11/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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