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부자 시왕그룹 리우용싱 회장의 '돈·경영철학'

중국 최고의 백만장자는 기업경영과 돈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갖고 있을까. 중국 주간 ‘동방주말(東方週末)’지는 최근 ‘중국대륙 부호100위’에서 1위에 랭크된 시왕(希望)그룹 리우용싱(劉永行ㆍ53) 회장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쓰촨(四川)성 출신인 리우 회장은 1982년 동생 3명과 함께 양계장으로 시작해 20년이 채 못돼 중국 최고 갑부로 올라선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1991년 사료제조업으로 기반을 닦은 뒤 부동산, 전자, 은행, 보험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현재 시왕그룹의 연매출은 83억위엔(1조3,280억원), 4형제의 자산가치 역시 83억위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음은 동방주말지의 인터뷰 요약.

- 사업 시작 동기는 무엇인가. 거대한 재산은 어디에 쓸건가.

“처음엔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나에게 재산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내가 입고있는 와이셔츠는 11벌에 400위엔(6만4,000원)주고 산 것이다.

이 정도 생활이면 충분하다. 나의 최대목표는 재산을 이용해 주위환경,특히 다른 사람의 생존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친구와 회사직원들의 개인가치를 실현시켜 부단히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재산은 무엇인가.

“재산은 기업발전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이다. 비록 재산이 법률상 내 명의로 돼 있지만, 장기적으로볼 때는 결코 나 개인에 속하지 않는다. 재산은 모든 직원이 창조해 낸 것이자, 앞으로 사회의 부를 증가시키고 더 많은 사람의 능력을 배양하는데 쓰여져야 한다.

물론 나는 회사재산에 대한 지배권을 갖고 있으며, 이 사실을 매우 귀중하게 생각한다. 재산 창출자가 재산의 지배권을 갖는 것은사회 전체적으로 보아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재산이 분산돼 버리면 장래 더 큰 효율이 발휘될 수 없다.”

-돈을 더 벌고 싶은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많을수록 좋다. 현재로선 재산이 두 배로 늘어나도 통제에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만약 통제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면 사업을 분할판매하거나, 능력있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할 것이다. 기업에서 최고경영자의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최고경영자가 우수할수록 기업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수한 최고 경영자를 육성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후계경영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세계 어느 가문의 재산도 5대나 10대까지 전해지지 않는 것은 현실의 진리다. 기업을 길이유지시키려면 매 시기마다 가장 우수한 인재로 하여금 핵심적 위치를 맡도록 해야 한다. 내 가족들이 가장 뛰어난 인재일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가장뛰어나다면 가족을 앉히고, 그렇지 않다면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 일정 규모에 다다른 기업이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총수의 사고수준이 반드시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는데.

“은행과 보험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역시 기업발전에는 제조업이 가장 좋다고 본다.1991년 사료제조업에 2,000만위엔을 투자해 매년 5,000만위엔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현재 금융분야 투자에서는 매년 수익이 원금의10% 정도에 불과하다.

비록 시중금리보다는 높지만 제조업에 비하면 한참 낮다. 금융투자는 투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발전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로생각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 후 벌어들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리스크가 매우 크다. 특히 장외시장의 리스크가 크다. 현재 중국 실업계가 50~60배의 이익을 남긴다고 보기는 불가능하다. 10~20배 정도가 건강한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주가지수는 700포인트 수준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더 비판적인 의견은 500포인트 정도를 설정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현실과 괴리돼 있다. 투기를 통한 돈벌이는 일반 주식투자자를 속이는 행위다.”

-자본운용을 통한 자산증식을 싫어한다는 의미인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1991년부터 지금까지 40여개의 공장을 인수합병했다. 인수합병도 따지고 보면 자본운용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자본운용을 가장 일찍 시작한 사람이다. 문제는 자본운용을 자신의 능력에 맞게, 책임감을 갖고 양심에 따라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이베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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