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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공적자금 퍼주기는 나라 말아 먹는 일

[이상호의 경제서평] 공적자금 퍼주기는 나라 말아 먹는 일

■ 2003년 일본국 파산
(아사이다카시 지음, 신장철 옮김/ 사람과 책 펴냄)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일본인들도 일본의 지난 19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거품이 터지면서 발생한 극심한 불황으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 20세기 말이라는 것이다. 그 부진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언제 경제가 회복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2000년 경제 불안, 2001년경제 위기, 2002년 파국 직면을 거쳐 2003년에는 파산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2003년 일본국 파산’이라는 제목은 한국 독자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자극적이지만, 일본에는 이런 종류나 제목의 책들이 꽤 있다. 제목만을 보고, 내후년이 되면 일본에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나 일본이 곧 없어지는것은 아닌가라고 지레 짐작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책이 말하는 국가 파산의 의미는이렇다. 불황대책이라는 명목 하에 공공사업 또는 금융기관 구제를 위한 공적 자금을 양수기의 물처럼 계속해서 투입한다면 수년 후의 나라의 재정은 완벽하게 파탄되고, 일본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본은 ‘풍요로운 생활을 하는’ 현재의 모습을 말한다. 저자는 로마제국 이후 역사를 들먹이며 국가가 파산하면 극심한 인플레이션 및 대폭적인 세금 징수와 함께 국민의 재산이 한꺼번에 휴지조각이 되는 세가지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세가지 현상을 나라의 빚인 국가 채무를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투융자 등 세 부문을 전부 합산한 차입금과 부실 채권의 총액이 800조엔에 달한다.

이는 일본 국민들 연간 수입의 16배가 넘는 규모다. 그 동안 설마 하던 경제학자들이 컴퓨터로 정확히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95%의 확률로 가까운 미래에 일본은 파산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기에 노령화 문제도 끼어 든다. 노인 대국화가 국가 파산과 공명 현상을 일으켜 한꺼번에 국가를 짓눌러버리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저자가 제기한 문제들이 상당 부분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채무 문제는 우리 경제에도 엄청난 부담이다. 지난 총선 기간에 정부와 야당은 국가 채무가 얼마나 되느냐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렸다. 지난 5월에도 또 한 차례 충돌했다.

야당은 국가 채무가 1,000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120조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야당은 잠재 부실까지를 계산했고, 정부는 국제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산 방식의 차이지만, 어쨌든 나라 빚이 많은 것은 사실이고, 국민들의 부담도 그만큼 큰 것이다.

노령화 사회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은 얼마 전 우리도 본격적인 노령화 사회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더구나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러다 보니 노령층을 부양해야 할 젊은 세대들의 부담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연금이 방만한 운영과 수입에 비해 과다한 보상체계 등으로 30년 내 재원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저자가 부실의 대표격으로 비판하고 있는 재정투융자(특수법인) 문제도 우리와 비슷하다. 재정투융자는 제2의 예산이라고 불리지만, 거의 통제를 받지 않는 방만한 경영 등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에는 낙하산식 인사도 한 몫을 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와 별로 다를 바 없다.

90년대 초 일본에서는 두 가지의 PKO가 뉴스의 초점이 됐다. 하나는 지금도 뜨거운 감자인 평화유지군이고, 다른 하나는 Price Keeping Operation이다.

즉 주가폭락을 방지하기 위한 공적 자금에 의한 주가 떠받치기를 말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대장성이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것으로, 결국 불황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주가 부양을 위해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당시 일본이 생각나는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이런 종류의 일본 서적이 대개 그렇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풍부하지 않다. 몇 개의 보고서나 서류, 신문기사, 들은 이야기 등이 거의 전부다. 다만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열심히 취재해 얽어낸 능력은 평가 받을 만하다.

또 같은 내용을 계속 되풀이 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게 쓴점은 인정하지만, 조금은 지루하고 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상호 shlee@hk.co.kr

입력시간 2001/11/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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