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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直說의 지대’에 있는 언론인들

[어제와 오늘] ‘直說의 지대’에 있는 언론인들

뉴욕과 서울에서 빙글빙글 돌리는 기사에 반발하는 직필(直筆), 직설(直說)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11월 첫 주 논픽션 베스트 셀러에 팍스(Fox) 케이블 대담뉴스프로인 오릴리 팩터의 사회자 빌 오릴리가 쓴 ‘직설 지대(No Spin Zone)’가 1위로 올랐다.

또 TV뉴스의 인기도를 정확히 알려주는 닐슨 미터기에 따르면 오릴리의 인기눈금은 2.4로 179만명의 시청자가이 프로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대표적 토크 쇼 대담자인 CNN의 래리 킹은 인기눈금이 1.5로 시청자가 126만여명에 불과했다.

팍스 TV 관계자는 “킹은 이제 늙었다. 새로운 왕이 나왔다. 우리는 다시 이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1999년 10월에 ‘오릴리 팩터’라는 책을 써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자칭 ‘천박한 통신원’이라는 오릴리는 구부러진, 왜곡된 기사를 곧 바르게 하는 직설, 직언, 직필의 저널리스트가 된 것이다.

서울에서는 김대중 조선일보 주필이 10월30일 ‘직필(直筆)’이란 컬럼 집을 냈다. 교보문고 11월 첫 주 비소설부문에서 7위. 김 주필과 함께 돌아가며 컬럼을 쓰는 류근일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그를 “‘청개구리 심보’에‘기(氣) ’가 ‘이(理)’보다 강한 직정(直情)적인 사람, 대통령들을 주로 건드리는 사람, 독자들에게 잘 조준된 최고권부에 대한 저격장면을 보여주며 사도 마조키즘(가학 피학성 변태성욕)의 대리체험을 준다”고 요약했다.

김 주필의 책에 앞서 한겨레 신문의 정치부 성한용 차장은 ‘DJ는 왜 지역갈등 해소에 실패 했는가’라는 책을 냈다. DJ의 대선 선거를 취재하며 청와대에 지난해 10월까지 출입할 때 탐사했던 지역감정에 대한 침착한 목격담이다.

성 차장은 일부 언론에 의해 24쪽에 그치는 언론 부분이 마치 DJ정권이 언론과의 전쟁을 위해 투쟁한 것처럼 비친 것이 무척 곤혹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책은 지난 주에는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부문 7위, 11월 첫 주에는 11위였다. 정치 사회부문에서는 10월22일 출판이래 1위다.

세 책은 대양(大洋)을 사이에 두고 있고 특히 김 주필과 성 차장 사이에는 1939년생과 1959년생이라는 세대차와 조선과 한겨레라는 논조가 크게 다른 매체에 몸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물레에서 실을 빼낼 때 구부러진 실은 버리고 곧 바른 것만 뽑아 진실된 기사를 쓰겠다는 직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릴리는 그의 1시간이 넘는 토크프로의 주요 프로그램에 문제되는 인물을 불러 황소같이 식식대며 진실을 밝혀내는 ‘왜곡이 없는 지대’ ‘직설이있는 곳’을 만들고 시청자들에게 한말을 글로 다시 풀어 책을 낸 것이다.

오릴리는 보스턴 대학을 나와 그가 늘 자랑하듯이 여러 지방의 TV 및 신문의 천박한 통신원 노릇을 했다. 1981년에는 CBS의 본사에 가서 엘 살바로드의 반군, 아르헨티나의 포크랜드전쟁을 취재했지만 그때 앵커가 된 댄레더는 그의 발로 뛴 기사를 무시했다.

그런 레더를 19년후 그는 직설지대에 초대손님으로 모시고 질문을 던졌다. 오릴리는 “우리나라권력자들(댄 레더 같은 영향력 있는 앵커도 포함한 듯한 뉘앙스)은 서로 봐줍디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직한 사람인가요.” “물론 그는 정직한 사람입니다.”(댄 레더) “아니 국민이 지켜보는 TV 앞에서 거짓말한 사람이 그래 정직하단 말입니까”(오릴리) “우리중에 거짓말 안 해본 사람 있어요.”(댄 레더) “나는 한번도 국민이 지켜보는 TV 앞에서는 거짓말 한적이 없습니다.”(오릴리)

오릴리의 직설지대는 클린턴 부부와 헌금을 유용한 잭슨 목사에게 여러 차례 출연을 요청을 했다. 이들은 출연하지 않았다. 조그마한 반대는 있으나 그는 중도자 유파로 분류되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직정과 직설과 직필을 향한 일념때문이다.

김대중 주필은 그의 이번 컬럼 집 발행을 “식은밥으로 만든 잡탕”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DJ정권 등장이후의 컬럼과 언론 세무사찰로 겪은 고통을 약간 섞은 이번 컬럼집에는 DJ에 대한 동명이인으로서 비평이 있다. 애정은 없다. 직정에는 애정은 없는 것일까. 너무 DJ가 김 주필을 섭섭히 대 했을까.

김 주필은 “우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신문을 지능적으로 위협하고 탄압한 사람으로 기록 할 것”이라고 컬럼에서 선포했다. 김 주필은 2000년 9월9일자에 ‘김 대통령 당직 떠나야”라고 주장했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으니 애정 깃든 직정을 한번 베푸는 것은 어떨까.

성 차장은 격정이나 직정에 의존하기보다는 오릴리가 인터뷰할 인사를 최종결정하기에 앞서 출연후보에 대한 사전 탐사를 많이 한 것처럼 치밀한 조사와 취재를 거쳐 집필한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국회로 출입처를 옮긴후 줄곧 집에서 자료를 정리해 이 책을 썼다. 어느 대목에도 비아냥이나 오만이나 호기는 없다. 탐사의 조용한 눈빛만 있다.

“김대중 이란 정치인과 한국사회의 지역문제를 분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대중 집권이후 지역문제는 영남으로 확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남의 지역감정은 정확히 말해 김대중과 호남에 대한 거부감이다.

결국 지역문제는 여전히 김대중과 호남을 중심으로 그 문제가 전개되는 문제인 것이다.” 그 문제는 앞으로 그 누구의 몫이 될까. 성 차장의 책에는 해답이 없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1/11/1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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