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잠시 시름 접고 '햇볕 쬐기'

짙은 먹구름으로 잔뜩 뒤덮혀 있는 한국경제에 제한적이나마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한국경제를 웃기고, 울리는 반도체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서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 가장 고무적인 햇살이다.

최대 수입품목인 국제유가도 주초 반등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 배럴당 20달러선에서 머물고 있어 경제부처의 경제운용과 기업들의 코스트 절감 노력에 다소 숨통을 터주고 있다.

한국경제의 위기와 국제수지 불안이 이들 두개의 품목에서 비롯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긍정적인 시그널은 경제주체들에게 미약하나마 위안을 주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중국 WTO가입,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커

여기에 911 테러사태 후 빠져나갔던 외국인들이 이달중 증시에서 9,100억원이나 순매수 행진(바이코리아, Buy korea)을 벌여 주가가 모처럼 상승탄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국내산업생산도 지난 10월 소폭이나마 증가세로 나타난 것도 향후 길고도 지루한 불황터널 탈출가능성에 한가닥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지난주 올들어 10번째로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내리고,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동반인하한 것도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한 한국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시의 상승랠리 분위기 조성에 기여했다.

이런 때일수록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 금융, 세제 등의 적절한 ‘정책조합(Policy mix)’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등 경제부처는 밥그릇 싸움하는데 정신을 팔고 있어 기업들이 갈구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출자총액제한 등의 규제완화는 서랍에서 낮잠을 쿨쿨 자고 있는 실정이다.

미 테러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다시 막히고 있는데도 정부는 자금대란 가능성이 없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의 한숨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주 최대 화두는 지난주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칠 파급영향과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WTO 뉴라운드 협상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의 가입으로 불황터널에서 신음하는 한국경제는 단기적으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계 자본을 빨아들이며 승천하고 있는 중국에 한국제조업이 압살당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다.

13일 발표된 WTO 각료회의 선언문은 농산물 수출국(케언스그룹)의 입장을 상당부분 반영, 농산물에 대한 실질적인 관세인하와 시장개방을 촉구했다.

이로인해 그동안 단계적인 개방을 주장해온 한국은 향후 농산물부문에서 큰 폭의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도 낮춰야 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증시외국인 매수세로 600선 회복에 기대감

이번주 증시는 지난주의 상승장세를 이어갈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다. 지난주의 주가상승은 내년 상반기말을 전후한 미국의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지속적인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주식시장의 수급여건은 올들어 가장 좋은 상황에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지수 600선 탈환을 위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한국증시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증시도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무엇보다 연방정부의 금리인하 및 감세조치, 항공업계 지원등에 힘입어 지난주 다우 및 나스닥지수는 테러사태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주 발표된 미시간대학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83.5로 전월의 82.7에 비해 다소 호전돼 소비심리 회복가능성을 높여주고있다.

그러나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여전한데다,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거시경제지표, 불투명한 반도체 수요 회복가능성 등이 악재로 작용, 약세로 밀릴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이런 점에서 대세상승의 시작이 확인된 후에 올라타도 늦지 않다는 게 펀드매니저들의 분석이다.

유가(두바이유기준)는 지난주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하면서 다시 20달러대로 진입했다. 14일 OPEC총회에서 어느 정도 감산에 합의하느냐가 관건이지만 감산규모가 100만배럴을 넘지 않으면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14일, 16일에 각각 발표되는 10월 고용동향과 소비자전망조사 결과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9월의 실업률은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수 증가에 힘입어 전달보다 낮아졌지만, 10월들어서도 건설과 서비스산업의 고용흡수가 지속되고 있는 지, 9월의 제조업의 취업확대가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여부가 관심 포인트다. 지난 9월에 급랭했던 소비자 기대지수가 테러충격과 증시회복등의 무드를 타고 다시 살아날 지여부도 주목거리다.

이의춘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1/11/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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