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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보는 사회] 인터뷰/ 족집게 여대생 점쟁이(?)이다영 양

[점보는 사회] 인터뷰/ 족집게 여대생 점쟁이(?)이다영 양

점쟁이 하면 신기(神氣)가 내린 중년 여성이나 산에서 득도(得道)에 성공한 늙수그레한 도인을 연상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면 티에 청바지를 입은 깜찍한 신세대인 이다영(20)양을 보면 전혀 점쟁이(?)같은 느낌이 안 든다. 하지만 이 양은 이래봬도 다니는 숙명여대에서는 족집게 도사로 통한다.

숙명여대 영문학부 2학년에 재학중인 이양은 꿈 많은 여대생이다. 록그룹 ‘본조비’와 ‘자우림’ 을 좋아하고 배구 경기에 열광하는 이양이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점(占)에 빠져들게 된 것은 지난해 초 입학하면서부터.

어려서부터 별자리 같이 신비스런 자연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이양은 우연히 사주 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는 ‘구통도가’ 동아리의 소개 전단지를 보고 마음이 끌렸다. 선배들의 가르침에 따라 두 달여간 사주에 관련된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용한’ 점쟁이가 됐다.

“천간(天干)과 지지(地支)를 익히고 오행과의 연계성을 공부하고 나니까 사주에 조금 눈을 뜨게 됐습니다. 사주 공부를 하다보니까 덩달아 학교에서 교양 과목으로 배우는 동양 철학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마음에 끌려 시작했지만 배우면서 ‘상당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양이 지금까지 본 사람만해도 100명이 훨씬 넘는다. 고민도 애인 문제, 진로 상담, 성격 교정, 궁합, 가정 문제 등 다양하다. 90%가 여대생들이고 가끔 남자친구와 함께와서 운세를 보기도 한다.

5월 학교 축제 때는 한 장소에 임시 점 집을 차려 놓고 손님을 받는다. 사주 보는 데는 한번에 3,000원, 궁합은 5,000원을 받는다. 평상시에는 동아리 방에서 상시로 손님을 맞는다. 물론 벌어들인 수입은 전액 동아리 운영비로 사용된다.

“처음에는 남의 인생을 몇 마디의 말로 압축시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었습니다. 특히 사주가 나쁘게 나왔을 경우 어떻게 하면 상처 받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제일 힘듭니다.

그런 화술을 익히는 것을 ‘언통’이라고 합니다. 요즘에는 기가 센 사람의 사주를 볼 때는 기선을 제압해제 페이스로 끌고 갈 정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양은 사주에 대한 믿음이 매우 크다. 그리고 실제로 자신이 그런 경험을 한 적도 있다. “한번은 남자 친구를 사귀게 됐는데 마음에 들었어요. 그날로 돌아와 사주와 궁합을 봤더니 그만 서로 안 맞게 나오는 게 아니겠어요.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결국은 안 좋게 헤어졌지요.”

현재 숙명여대 구통도가 동아리의 인원은 20여명. 졸업한 선배 중 일부는 운명 철학관을 내거나 사주 카페를 낸 경우도 있다. 이양은 스스로 사주의 신빙성에 대해 약 80점 정도의 점수를 준다. 투철한 신앙이나 믿음을 있어 자기 암시를 주는 경우에는 사주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수천년 전에 만들어진 원리가 요즘 같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할 기회가 많고 주변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시대에 100% 적용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주는 자신의 운명을 미리 성찰함으로써 스스로의 약점이나 재앙에 대비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운명 개척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양은 끝으로 “사주나 관상에 너무 매달리거나 집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그것을 어떻게 개척해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라고 결론 지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1/1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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