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디지털 온 에어

바보상자라 불리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TV가 똑똑해 지고 있다. 선명한 화면과 ‘빵빵한’ 음향,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쌍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 방송 덕택이다.

디지털 방송은 방송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음을 알려 주는 '큐' 사인이다. 이에 발맞춰 TV 역시 디지털 만물 상자로 이미지를 바꾸고 컴퓨터와 같은 정보기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제3의 방송'이라 불리는 디지털 방송 시대를 연 주역은 KBS1, EBS, SBS등 이다. 이들 방송국은 1년여에 걸친 준비를 마치고 최근 '디지털 온 에어' 상태에 돌입했다. 12월에는 MBC와 KBS2가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디지털 방송 전파를 쏘아 올린다.

디지털위성TV(www.skylife.co.kr)도 10월 시험 방송에 이어 12월부터 본 방송을시작한다. 디지털 방송은 기존 아날로그 방송과 질적으로 다르다.

먼저 화질과 음향부터가 천지 차이다. 디지털 방송은 아날로그에 비해 4~5배 가량 선명한 고화질과 CD 수준의 입체적인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디지털 전파와 궁합을 이루는 HD TV는 극장용 스크린과 같이 16 대 9 비율의 대화면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예컨대 나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디지털 방송으로 방영하면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포착하기 힘든 나비의 미세한 털까지 확실히 볼 수 있다.

특히스포츠 중계에서 HD TV의 매력은 한껏 발산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를 지금 보다 더 많이 화면에 담을 수 있을 뿐더러 선수 개개인의 표정은 물론 심지어 땀방울까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 방송의 백미는 역시 데이터 서비스이다. 2002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이터 방송을 통해 시청자는 방송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단순하게 받는 수준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원하는 정보를 수신할 수 있다. 저장, 편집, 가공, 재사용이 가능한 디지털의 특성은 디지털 TV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TV에서 프로야구를 시청하고 있다면 팀의 성적과 개인 성적, 지난 경기 결과를 리모콘 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다. 혹시 놓친 경기 장면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다시 관람할 수 있다.

드라마라면 주인공에 관한 정보, 대본, 제작 과정 등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데이터 서비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TV를 통한 전자상거래다.

인기 연예인이 입고 있는 옷이나 시계, 구두,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면 자세한 상품 정보를 눈앞에 펼쳐 볼 수 있다. 물론 실시간 온라인 구매도 가능하다. 굳이 컴퓨터의 전원을 켜지 않고도 TV로 e메일을 받거나 보낼 수 있다.

시청자는 날씨 교통 뉴스 등 각종 생활 정보에서 PC 등 다른 통신 미디어와 연동해 주식 거래와 홈뱅킹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때쯤이면 정보통신과 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방송은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다.

우리 나라 뿐 아니라 이미 다른 나라도 오래 전부터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96년 프랑스가 디지털 위성 전파를 올린 데 이어 영국이 98년, 스웨덴과 스페인이 2000년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시작했다.

일본은 96년 통신 위성, 2000년 12월 방송 위성을 통한 디지털 위성 방송에 이어 2003년에는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에서 단계적으로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이 케이블 방송처럼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거둘지 아니면 인터넷까지 끌어안고 디지털 시대의 메인 미디어로 자리를 잡을지, 그평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1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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