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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 트인 법조계, 언로도 트이나

말문 트인 법조계, 언로도 트이나

현직 검사장·부장판사의 쓴소리 단소리

최근 두 검사장의 글이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특검제 도입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특별검사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서영제대검 마약부장의 글과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이 쓴 ‘검찰 간부의 바람직한 처신’이란 제목의 글이다.

김 부장의 글이 내부에 대한 이야기라면 서 부장의 글은 외부로 향한 것이다. 달리 이야기 하면 김 부장의 글은 자기반성을 통한 올바른 검찰상 정립이고, 서 부장의 글은 ‘이용호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가 추진중인 특별검사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서부장 “특검제는 삼권분립에 위배” 주장

서 부장의 주장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 부장과 파업유도 특검팀의 특검보 출신 김형태 변호사는 8일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특검제 도입의 위헌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서 부장은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 임명제청권을 주지 않고 대한변협으로부터 후보 2명을 추천받아 이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강제한 국회의 특검안은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특검제는 법무부 장관이 특검 발동권 및 임명제청권을 가진 상태에서 수사범위와 대상을 미리 정해 연방항소법원에 특검 임명을 제청, 스스로 권력을 양도하는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위헌 소지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삼권분립도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입법ㆍ사법ㆍ행정각부가 서로 권한을 제한하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며 "헌법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률의 효력을 갖는 긴급명령권과 계엄선포권도 보장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수사범위와 대상을 정하는 것이 수사ㆍ기소권을 갖는 행정부의 권한 침해라는 서 부장의 주장에 대해 "검찰 권한도 결국 국회가 만든 정부조직법으로 정해진 것"이라며 "국회 입법을 통해 검찰 임무와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용호 게이트' 특검의 운영방식에서는 큰 시각차이를 드러냈다. 서 부장이 "국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 특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 변호사는 "특검은 검찰이 잘하면 필요없는 제도이지만 상당기간 법무부나 검찰이 사건처리를 잘 하도록 상설 특검제 등을 도입, 견제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맞섰다.

이석연 변호사도 한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서 김변호사와 같은 논리를 펴면서 먼저 검찰이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 검찰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권력형 비리나 범죄에 대해 중립적이지 못했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현 정부들어서도 끊임없이 중립성 시비에 휘말린데 이어 최근 일련의 권력형 비리사건처리에 대한 의혹으로 또다시 특검제 논의가 일고 있다”고 전제한뒤 “검찰 수뇌부는 위헌론 제기에 앞서 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이런 상황에 까지 이르렀는가에 대해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부장 “검찰은 자기부터 점검해야”자성

이 같은 논란과 달리 김원치 형사부장의 글은 잔잔하면서도 검찰내부를 향해 뼈 있는 충고를 하고 있다.

김 부장은 글에서 검찰 간부가 갖춰야 할 첫번째 덕목으로 '자기 자신부터 점검하라'는 것을 꼽았다. 수신이 되어야 제가할 수 있고 나아가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검찰 간부는 그 직책상 업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 덕목을 얘기하면서 일제시대 외압에 굴복해 비리공무원 구속을 막은 일본인 검사장이 부하들로부터 '이누고로(犬子.강아지)'로 불리게 된 일화를 들며 '지위를 남용해 부하들의 경멸을 받는 상사는 강아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검찰 수뇌부를 비롯한 간부들이 '견찰(犬察)'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이어 '인사와 평가를 공정히 하라'고 강조했다. '아래 사람이 순서를 뛰어넘어 승진하면 승진할 사람이 승진못하게 된다'(在下者越遷卽應遷者不遷)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한 그는 "만약 부하를 능력대신 출신지나 친분ㆍ청탁으로 발탁한다면 검찰이 아니라 패거리ㆍ깡패조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검찰이 처한 일련의 바람직하지 못했던 사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브레이크(견제) 없이는 균형이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그는 세번째 덕목으로 '책임은 오로지 지휘관의 몫'이라는 '지휘관 무한책임주의'를 제시했다.

특히 각종청탁에 현명히 대처하는 것을 지휘관의 책임으로 꼽은 그는 "청탁 사실을 말하는 것 자체가 부하의 소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어떤 결론을 암시하는 언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신을 구속하는 검사의 직분은 말과 행동에서 다른 사람보다 절제되어야 하고 검사에게 그같은 권한을 준 것은 그같은 절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검찰 간부와 진정인간에 오간 녹취록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김 부장은 자신이 "구속피의자를 기소유예나 약식기소하려다 상사로부터 청탁이나 금품수수 의심을 받은때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는 예를 들며 "부하를 신뢰하고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부장은 이밖에 ▲부하들의 다양한장점ㆍ능력을 발굴하라 ▲부하의 말을 경청하고 소신을 존중하라 ▲칭찬을 많이 하고 아첨을 경계하라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하라 ▲상벌을 분명히 하되 널리 포용하고 감동을 주라는 것 등을 검찰간부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들었다.


윤 부장판가사 "법조인 윤리 현주소 어디인가"

윤재윤 부장판사는 최근 열린 아시아기독법률가대회에서 발표한 '신앙인의 법관윤리'에서 "부장검사가 고소인과 사건을 논의하고 국회의원 변호사는 전화로 피의자의 석방일자를 묻는 등 검사나 변호사의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이런 일들은 우리 법조인의 윤리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윤 부장검사는 우리 사회의 특성으로 ▲연고·지역·우리주의(Weism) 같은 집단주의 ▲엄격한 근엄주의 아래 만연한 부패와 천박함같은 이중 의식 ▲헌법위에 국민정서법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나친 감정주의를 꼽았다.

그는 "이런 의식 토대 위에 검사와 피의자가 밀착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용호 게이트도 생겼다"며 "들끓는 여론 속에 엄벌을 받은지 얼마 안된 전직 대통령들이 대통령 취임식장 단상에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의 자세로 "법관도 친교의 자유가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맡고 있는 변호사 접촉을 피해야 하고 이용호 게이트에서 보듯 검사나 법관에 대한 의도적인 접근도 가능하므로 일반인과의 친교도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법관들의 뇌물이나 향응 문제는 없지만 경제사정으로 사직하는 법관이 적지않다"고 전제한 그는 "그런 실정일수록 법관은 재물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세우고 지켜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사법권이 과거 권력에서 이제는 여론으로부터의 독립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판결에 대한 비난이나 법원 앞 시위 등이 있을 때일수록 냉철한 판단과 내면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적극적인 가치충돌이 일어나는 이슈에 관한 단체 참여나 견해 표명은 조심스러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1/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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