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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봉급쟁이들 '쌍코피'

엎친데 덮친 봉급쟁이들 '쌍코피'

임금인상 그림의 떡, 가중되는 세부담·고용불안

“수입은 줄고, 세부담은 느는데, 고용불안까지 겹치니….” 요즘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한탄이다. 샐러리맨들에게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다. 그런데 내년은 올해보다 더욱 힘든 1년이 될 전망이어서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을 위시한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영환경 때문에 내년도 인건비총액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에 그칠 것으로 보여 샐러리맨들의 임금 인상은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또한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환란(換亂) 직후 샐러리맨들을 급습했던 고용 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다.

반면 일반 샐러리맨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나 의료보험료 등 지출 부분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어서 ‘유리 지갑’은 더욱 얇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 불투명, 임금인상 최소화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도 임금 인상을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내년도 사업계획과 관련, 각 계열사에 이미 인력과 인건비 총액을 동결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들이 이에 맞춰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삼성은 인력 규모 축소 여부 및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연계해 탄력적으로 인건비수준을 결정토록 함으로써 구조조정과 경영성과에 따른 차별적인 보상체계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LG전자도 내년 인건비 총액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원칙 아래 경영환경 변화에 맞추되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신축성 있게 인건비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SK㈜는 아직 계획수립 단계이지만 내년도 인건비 총액 증가분이 예년 수준을 넘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포항제철도 올해 수준의 인건비 총액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인건비 규모를 늘리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인력 규모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기침체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반도체, 전기ㆍ전자 관련 기업들은 당장 연말 상여금도 대폭 축소할 전망이다. 일부 형편이 좀 나은 기업들은 소폭이라도 임금을 인상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평균 5%를 넘어서지 않을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임금을 올릴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상당수의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임금을 인상할 형편도 아니다.


불어닥칠 감원태풍에 전전긍긍

설상가상으로 몰아치는 ‘감원태풍’은 샐러리맨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승객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항공업계와 공급과잉 몸살을 않고있는 화섬업계, 정보통신(IT)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벤처업계, 외국계 회사 등 전 업종에 걸쳐 올 연 말이나 내 년 초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단행할 전망이어서 샐러리맨들을 노심초사하게 한다.

가장 심각한 곳은 화섬업계로 2005년까지 1만6,000명의 인력중 3분의1이 넘는 6,000명 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내 년 초까지 총 500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잡고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샐러리맨들에게 정신적 위안과 함께 성취감을 주는 승진은 고사하고 퇴사압력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다행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사의 숨통을 틔워줄 신규사업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를 자제하는 상황이니 승진인사가 대폭축소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승진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그룹차원에서 주요 계열사별로 임원정원만 배정, 신규임원 승진의 여지를 최소화했다. 삼성은 또 계열사들이 과ㆍ부장등 간부사원 비율을 일정수준 이상 넘기지 않도록 권고, 직원들의 승진인사 폭도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ㆍ포철ㆍ한진ㆍ금호ㆍ효성등은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부장급이하 승진인사는 예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임원승진은 삼성과 마찬가지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올해 신임임원으로 올라서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힘든 형편이다. 실제로 삼성전기의 경우 올해 임원승진 대기중인 고참부장이 줄잡아 200여명에 이르나 그룹방침에 따라 임원승진자는2~3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사, S사등 일부 대기업에서는 아예 임원승진 대상자들에게 '올해는 승진이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흘리며 인사발표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얇아진 유리지갑, 더 늘어날 ‘원천징수’

이 같은 처지의 샐러리맨을 더욱 짓누르는 것이 늘어날 ‘원천징수’다. 유리지갑은 얇아지는데 소득세, 의료보험료 등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정부가 밝힌 세입예산을 보면 샐러리맨들의 내년도 세부담은 올해보다 10%이상 커질 전망이다. 내년에 정부가 거둬들일 소득세는 예산상 20조2,439억원으로 올해 거둬들일 18조1,961억보다 무려 11.3%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샐러리맨들의 내년 보험료도 9% 또는 11.7% 인상된다. 복지부는 최근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 요율(총보수액 대비 보험료 비율)을 현행 3.4%에서 3.71%나 3.8%로 조정키로 했다. 이럴 경우 직장가입자 639만명의월 평균 보험료는 5만7,500원에서 6만2,700~6만4,200원으로 오른다.

나이 든 샐러리맨들을 우울하게 하는 또 하나는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 상태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곧 졸업하는 자녀들이 ‘원초적 실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입’을 하나 덜어도 시원찮은 마당에 자식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자식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스트레스이다. 자식의 마음도 편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이는 곧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 샐러리맨은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세부담도 늘어나는데 월급이 제자리라면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아무리 봉급생활자가 봉이라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고 비명을 질렀다.

박희정 경제부 기자 hjpark@hk.co.kr

입력시간 2001/11/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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