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로 간 암흑가 대부의 '좌충우돌'

무소속 루어푸쭈, 의사당 폭력등으로 사법당국 기소 움직임

대만에는 헤이서후이(黑社會ㆍ조직범죄단) 조직이 유달리 많고 강하다. 대만에 거점을 둔 주리엔빵(竹聯幇)과 쓰하이빵(四海幇)등은 홍콩 삼합회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달 타이베이(臺北)시 주리엔빵 북부지역 두목의 저택에서는 벨기에제 최신 P90 소총과 미제 MP5 소총, 권총, 실탄 300여발 및 다량의 마약이 압수돼 경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417명의 니우랑(牛郞ㆍ남창)을 고용ㆍ훈련시켜 온 한 호스트바가 지난달 27일 적발된 것도 암흑가의 세력을 대변해준다.

문제는 암흑가 세력이 정계까지 진출한 것이다. 10월 23일 타이베이시 검찰당국은 무소속 입법의원(국회의원) 루어푸쭈(羅福助ㆍ58)를 ‘중대한 리우망(流氓)’으로 규정하고 정식조사절차에 들어갔다.

리우망은 사전적 의미로는 깡패나 건달. 대만에 특유한 리우망 관련 법조항은 사회질서 파괴행위를규제하고 있다. 법원에서 리우망으로 최종 판정난 사람은 1~3년간 특별감화교육을 받아야 한다.


검찰 ‘깡패’ 규정 수사에 나서자 도피

루어푸쭈가 리우망 조항에 저촉된 직접적인 원인은 의사당내 폭력. 올 3월27일 국회회기 도중 신당소속 여성의원 리칭안(李慶安)이 그에게 암흑가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즉각 머리채를 휘어잡고 주먹으로 화풀이한 것이 발단.

폭행당한 리칭안의 고소에 따라 사건조사에 나선 검찰당국이 마침내 그를 리우망으로 규정, 기소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루어푸쭈의 의사당내 폭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1994년 입법의원 첫 당선 이래 8년간 폭력행사만 9건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주먹과 발길질은 물론이고, 신문철 등 잡히는 데로 휘두르는 불 같은 성미로 유명하다.

그는 쭈리엔빵, 쓰하이빵과 어깨를 겨루는 대만 내 3대 암흑가 조직인 티엔다오멍(天道盟)의 두목으로 알려져 있다. 본인은 이 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외형상 건설업으로 거액을 모았으며 대만을 비롯해 홍콩과 중국 선전에서 부동산, 증권, 오락사업 등을 벌여 왔다.

그는 검찰의 리우망 규정이 있기 하루 전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도피했다. 검찰의 리우망 규정 움직임을 감지하고 출국하기전까지 약 한 달간 그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강력한 정치적 투쟁을 벌였다.

자신을 정치적으로 박해하려는 집권 민진당과 이에 사주를 받은 검찰에 의해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언론플레이를 전개한 것.

그는 검찰의 행동을 ‘백색테러’로 규정하며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나아가 그는 검찰의 행위를 삼권분립 침해로 주장했다. 입법원에서 발생한 일은 입법원 자율에 따라 처리해야지 사법권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치탄압” 주장, 여론도 의외로 호의적

입법의원 재선을 노리고 출마한 그의 차남 루어밍차이(羅明才ㆍ국민당)도 아버지가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는 “민진당이 아버지의 입법의원 불출마를 조건으로 무혐의 처분에 합의해 놓고도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다수 야당 의원 역시 이들 부자를 편들고 있다.

그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상당하다. 루어푸쭈 외에도 폭력을 휘두른 의원들의 예를 감안하면 검찰의 리우망 규정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남자다울 뿐 아니라 부패한 의원보다는 낫다는 것.

지금까지 의사당 안에서 폭행을 당한 의원들에 대해서도 ‘맞을짓을 한 사람들이 맞았다’는 식의 여론이 적지 않다. 불의를 보고 못참는 성격인 그가 ‘버릇없는 의원들’을 가르쳤다는 식이다.

그에 대한 호감은 부패하고 비능률적인 입법원과 정치권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사진설명> 대만의 3대 암흑가 조직인 티엔다오멍 두목으로 알려진 무소속 입법의원 루어푸쭈가의사당 내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사진은 대만 입법원의 회의 모습.

타이베이=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1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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