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댄스 협객 열전'…기성 무용계의 무거움을 유쾌함으로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이 댄스 고수들의 한판 놀이마당으로 거듭난다. 댄스 무림의 고독한 댄스 협객들이 남산의 만추를 평정한다. 무슨 내용인지 도통 모를 기성 무용계의 현학적 춤에 반기를 내건 ‘댄스 협객 열전’.

개방ㆍ실험ㆍ창조ㆍ젊은 예술 등의 기치 아래 문을 열었던 별오름 극장의 이념에 딱 부합되는 무대다. 유랑 퍼포먼스 가무쇼단, 댄스 팩토리 온&오프 무용단, 가관 등 세 춤패가 돌아 가며 공연을 펼친다.

21~25일 열리는 첫 무대는 춤패유랑 퍼포먼스 가무쇼단의 ‘다시 돌아 온 불후의 명작’(안무 김민정)이다. 무거운 내용을 경쾌하게 풀어내, 관객으로부터 웃음을 끌어 낸다. 인기 유행가의 몇몇 장면을 재구성해 그 시절 풍경을 코믹하게 담아 내는 150분의 무대다.

안무가 김씨는 한성대 무용학과와 대학원에서 연극과 무용 등 두 분야에 걸쳐 활약한 소장 실험 작가이다. 간결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웃음에 담아 전달하는 데 특히 강하다. 1998년 독립예술제에서 ‘그렇게, 그날로 우린 살고 싶었다’로 데뷔, ‘불후의 명작-불후의 명작은 없다’(2000년 독립예술제), ‘현상학적 변신, 도덕적 구멍’(2001년 드램 앤 비전 댄스페스티벌)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어 27~29일은 댄스 팩토리 온&오프 무용단의 ‘메시지-0’(안무 김은정)가 펼쳐진다. 인간의 내면에 있는 동물성을 끌어 내 표현하고 인간성과 동물성을 몸짓으로 보여준다. 인간성 회복을 염원하는 무대다. 이 무용단은 지난 여름에 결성, 일렉트릭 사이버 시대를 사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해 내고 있다.

안무자는 1997년 신인 안무가전에서 ‘배꼽’으로 데뷔, ‘서푼짜리 살풀이’(1999년 문화축제 장) 등의 작품으로 기억된다.

12월 1~2일은 창작춤집단 가관의 마지막 무대 ‘가관인 원더랜드’이다. 자동인형, 흥들리는 숲, 여우조연상등 에피소드를 통해 따스한 무대를 펼친다. 최은화, 조세진 등 4명의 공동 안무작이다.

이 춤패는 기성 무용계의 무거움과 현학성에 반기를 들고, 가벼움을 무기로 대중에게 다가선다는 것이 목표이다. 1998년 ‘목욕탕’으로 데뷔, ‘은하철도 999’ㆍ‘어느 찌그러진 양은 냄비의 이야기’ㆍ‘외계신호수신장치’ 등 유쾌한 무대를 만들어 오고 있다.

세 작품 모두, 여타 무용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유쾌함이 전편에 흐른다.

주최측인 독립예술제 사무국은 “연줄과 학연을 떠난 젊은 춤꾼들의 몸짓을 통해 한국 무용계의 진정한 미래를 조망할 기회”라고 밝혔다. 전근대적 도제 시스템, 줄서기, 평론가들과의 유착 등 일체의 관행을 끊고,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맨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겠다고 나선 고독한 춤꾼들의 마당이다.

이들은 공연 비수기인 한여름에 관객을 불러 모으는 재주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닌 7~8월에는 ‘오프시어터 2001 퓨전앙상블’로, 9월은 ‘독립예술제 2001 이구동성’ 등으로 일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 무대는 고집스럽지만 아름답다. 낯설지만 열려 있다. 모든 공연은 오후 7시 30분. 단, 12월 1일은 오후 4시ㆍ7시 30분(2회 공연), 11월 26일ㆍ30일은 공연 없음.(02)762-0815.


[연극]



ㆍ 극단 떼아트르 노리 '차이다'

진정한 미성년자 관람 불가 연극을 표방한 극단 떼아트르 노리의 ‘차이다’가 공연된다. 30대의 신문 기고가인 댄이 타고 가던 택시에 20대 초반의 스트리퍼 앨리스가 살짝 치이는 것으로 시작하는연극이다.

둘의 관계에 이전의 애인들이 끼어 들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에서 우리 시대 사랑의 모습을 본다. 1997년 영국 로열 국립극장에서 초연, 각종 공연 예술상을 석권하더니 1999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전회 매진을 기록했던 작품이다.

주종휘 연출, 이남희 우현주 이항나 박상종등 출연. 11월 3일~2002년 1월 6일 바탕골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02)764-8760


[영화]



ㆍ예술·사랑·음모의 '왕의 춤'

17세기 프랑스 절대 왕권이 화려하게 재현된다. ‘왕의춤’은 왕이 되기엔 아직 어린 열네살의 소년 루이 14세를 둘러 싼 예술과 사랑, 음모의 이야기다.

루이를 연모하며 곡을 지어 바쳐 그의 춤을 돋보이게 했던 작곡가 륄리, 빛나는 언어로 왕의 마음을 사로잡은 희곡 작가 몰리에르의 미묘한 삼각 관계다. 그것은 때로 동성애적 관계로까지 번져 나간다. 절정기에 달한 바로크 음악, 요즘과 현격히 대비되는 힘찬 발레 장면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풍성하다. 10일 개봉.


[콘서트]



ㆍ 김경아·김준차 듀오 리사이틀

바이올린 주자 김경아와 피아니스트 김준차의 듀오 리사이틀이 열린다. 드뷔시의‘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 브람스의 ‘피아노 트리오 b 단조’ 등 늦가을 정취에 어울리는 곡들이 연주된다.

첼로 주자 김철호씨가 찬조 출연, 피아노 트리오곡을 협연한다. 26일 오후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02)583-6295


[라이브]



ㆍ 피아노로 펼치는 퓨전음악세계

도쿄 태생의 제일동포 2세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새 앨범 ‘Into the Light’의 홍보차 내한 공연을 갖는다. 의사로 1년간 병원근무하다 대중 음악가로 전환, 퓨전 음악의 세계를 다채롭게 펼쳐 보이는 피아니스트다.

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를 통달, 요즘은 컴퓨터 음악으로도 이름 높다. 이번 공연은 일본인으로 꾸며진 6인조 밴드에 국악 타악 그룹 푸리의 협연으로 이뤄진다. MBC-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상도’의메인 타이틀곡 등 그의 최근작까지 망라한다. 17일 오후 7시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02)720-6633


[무용]



ㆍ 한울무용단 15주년 기념공연

김숙자 한울 무용단이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을 갖는다. 한 여인이 자살을 택할때까지의 과정을 그린 ‘그때까지의 삶’, 살풀이를 현대 무용으로 승화시킨 ‘비가’, 죽음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천지간’ 등이 먼저 22일 공연된다.

이어 23일 49재 제의에서 죽음을 생각해 본 ‘그 기억을 위한 비상’, 인생은 암중동굴에서의 몸부림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보여 주는 ‘프라다칼로의 동굴’ 등이 공연된다. 오후 7시 30분 한전아츠풀 센터.(02)760-4101.

장병욱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4:18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