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조선초기 왕권 둘러싼 권력자들의 암투

■ 上자下자
(백성민 글ㆍ그림/바다그림판 펴냄)

지난해 MBC의 창사 기념 특별기획 드라마인 ‘허준’이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TV 드라마는 온통 사극 일색으로 변했다.

사극은 이미 벌어진, 그래서 결과를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 당시 권력 쟁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를 긴박감 있게 각색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면서도 현실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다룬다는 점이 사극인기의 바탕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국내 만화에서도 역사를 소재로한 작품들이 늘고 있다. ‘만화 삼국지’를 비롯해 ‘상도’, ‘만화로 보는 한국단편문학선집’ 등 역사 만화가 붐이다.

이번에 대표적인 역사만화가인 백성민이 새로 선보인 ‘上자下자’는 국내역사 만화의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한 수작이다. ‘장길산’으로 알려진 백성민이 1999년 ‘삐리’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야심작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태조 이성계 집권이후 왕권 찬탈을 둘러싸고 암투가 벌어진 조선 초기다. 그간 민중의 삶과 애환을 주로 그렸던 저자가 기존 작품과 달리 민중의 삶을 움직였던 권력자들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명쾌한 갈등 구조를 갖고 있다. 태조 이성계와 이방원, 태종 방원과 그의 아내 민씨와 세 아들로 힘의 구분이 나눠져있다. 작품을 이끄는 핵심 코드는 ‘권력’이다. 작가는 이런 권력 구도를 ‘그림’이라는 매개를 통해 적확하게 독자에게 묘사했다.

작가는 세심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강인한 터치로 역사 만화의 중량감과 비장감을 유지해 간다. 흐트러짐 없는 붓질과 펜의 절묘한 조화, 유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붓의 선, 신속하고 극적인 스토리 전개, 정적인 컷에서도 느껴지는 울림 등 백성민 만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기에 역사 만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사료의 정확성에서도 여타 문학 장르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작품의 배경이 된 조선 초기의 의상, 성곽 형태, 말투 등 당시의 상황을 리얼하게 재현하고있다. 마치 한편의 역사 대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6:2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