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3대 게이트' 문고리 잡기

검찰과 국가정보원 두 권력기관에 대한 한나라당의 파상공세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나라당 공세의 출발점은 정현준ㆍ진승현ㆍ이용호씨 사건 등 ‘3대 게이트’에 국정원 간부들이 개입됐고 검찰은 이 사건 수사를 축소ㆍ은폐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1차적 목표는 신승남 검찰총장과 신건 국정원장의 사퇴인데 이번 주는 국회와 당 차원에서 이 사퇴공세가 한층 가파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검찰총장 국회출석 놓고공방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년도 예산처리와 이 문제를 연계시켜 공세를 펴고 있다. 예결위가 지난 주부터 신승남 검찰총장 출석 문제를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한 것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전략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이 3대 게이트에 대한 수사를 게을리한 만큼 검찰의 예산집행 검증을 위해 검찰총장이 예결위에 출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한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야당의 주장은 내년 양대 선거를 의식한 공권력 무력화 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낙연 대변인은 “이용호사건은 특검에 넘기기로 여야가 합의했고 진승현 사건은 검찰이 재수사하기로 했으므로 검찰 재수사와 특검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신승남 검찰총장과 신건 국정원장 사퇴와 대통령의 사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 제출과 탄핵소추발의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도 예산 중 정치활동 목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는 예산의 대폭 삭감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는 최근 성명을 통해 “내년 양대선거를 맞아 국정원과 검찰의 정치개입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산심의 과정에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비 등 정치활동 목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는 불투명 예산은 대폭 삭감ㆍ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1일부터 29일까지 러시아와 핀란드를 방문하는데 이 일정이 한나라당의 공세를 무디게 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최근의 대여공세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인 이 총재가 없는 사이에 한나라당의 공세가 한층 격화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통령은 18일 저녁 이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잘다녀 오시라”고 인사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달 이 총재가 싱가포르를 방문하기 전에도 전화를 했고 자신이 외국 방문 시에는 늘 전화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뜻이 없다는 해석들이나 총재직 사퇴 후 야당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의 전화는 관심을 모았다.

검찰과 국정원에 대한 한나라당 공세가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에는 자민련의 동조 여부도 수다. 국회에서 ‘수’로 여당을 압박하는 데에는 자민련의 몇 석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충청권 세 확장 여파로 한나라당과 자민련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적어도 3대 게이트를 둘러싼 대여 공세에는 자민련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종필 총재가 11월18일 “내각제 정권 같았으면 벌써 정권이 바뀌었을 것”이라며 3대 의혹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데서도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DJ ‘대선불개입’ 선언 불구 한나라당 의심 여전

11월17일 김 대통령이 제주도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 불개입 입장을 밝힌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 시점에서 당연한 얘기를 강조한것은 총재직 사퇴 이후 야당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대통령이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직ㆍ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류가 있는 한 김 대통령이 민주당 당 총재 및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분란에 휩싸일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을 필요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DJ 신당창당설을 제기하면서 김 대통령의 속셈에 대해 계속 토를 달고 나섰다. 권철현 대변인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재직사퇴 후 국정 쇄신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언반구 없어 실망스럽다”면서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퇴에 복선과 노림수가 있지 않겠는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봄부터 ‘헤쳐 모여’를 통해 신당 창당 등 정계개편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DJ, 반 이회창 구도로 설득력을 얻으려 할 수 있고 이 경우 집권하면 좋고 아니더라도 퇴진 후 안전판 확보를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입력시간 2001/11/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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