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쇼크] 황수정, 왜 언론의 표적이 되나?

지난주 가장 국민의 관심을 끌었던기사는 ‘반군의 카불 함락’, ‘민주당 내홍’,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아니었다. 다름 아닌 ‘예진 아씨’ 황수정의 히로뽕 투약 사건이었다. 지난주 스포츠신문과 방송 연예 프로그램은 온통 황수정 이야기로 도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스포츠 신문들은 황수정의 히로뽕 투약 사실이 밝혀진 다음날인 14일자 가판부터 일제히 1면 머릿기사로 연일 ‘황수정 폭로’에 여념이 없었다. 이 기사 중에는 아직 검찰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않은 상태인데도 사적인 부분까지 건드리는 등 평소 때보다 훨씬 강도 높은 내용이 실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현모양처형 외모와 다른 사생활

한 스포츠 신문은 1면에 황수정이 그간 나이를 속이고, 술도 못 먹는 체하며, 노출 기피증을 보이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했다며 ‘황수정, 왕내숭’이라고 제목을 붙였는가 하면, 다른 스포츠지는 ‘황수정은 내 여자다’라는 제목으로 한 매니저의 주장을 여과 없이 실었다.

그런데 매니저 업계에 따르면 그 매니저는 예전에 연기자 이름으로 외제차를 뽑아 달아나는 등 문제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황수정의 매니저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포츠 신문은 황수정이 올해 8월 환각 상태에서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1면에 ‘환각 연기?’라는 제목을, 최음제 발언설을 근거로‘성 집착?’이라는 다소 인신 공격적인 제목을 각각 달기도 했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황수정에 대한 기사가 다른 연예인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다소 선정적이고 예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우선 황수정 파문이 갖는 비중 때문이라고 말한다.

황수정은 지난해 ‘허준’의 히트 이후 청소년에서 중ㆍ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려왔다. 지난 1년간 황수정은 10여편의 CF에 출연해 무려 25억여원의 개런티를 받았다. 지금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는 의견 외에도 황씨를 동정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 있다.

여기에 그간 황수정에 대한 쌓였던 일부 담당 기자들의 한풀이도 한몫을 하고 있다. 황수정은 데뷔 이후 현모양처형 외모와 달리 숱한 스캔들을 몰고 다녔다. 그럼에도 항상 본인은 단호하게 결백을 주장해 왔다.

히로뽕 사건이 터지기 2주전인 지난달 말 황수정의 열애설이 퍼졌을 때도 황수정은 단호하게 절대 부인으로 일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사 기자는 “지난번 박찬호가 귀국했을 때 황수정이 ‘박찬호를 보고 싶다’는 의사를 수 차례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시각과 달리 연예가에서 황수정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지못한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포츠지 폭로경쟁도 문제

스포츠 신문간의 치열한 경쟁도 폭로 전에 불을 댕겼다. 현재 국내 스포츠 신문업계는 올해 10월 ‘굿 데이’가 가세하면서 5개사로 늘었다.

스포츠신문은 1면 제목과 사진에 어떤 내용이 올라 가느냐에 따라 그날 판매 부수가 확연히 달라진다. 더구나 황수정 사건이 터진 시기는 국내 양대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시즌이 끝난 시기라 더욱 증폭됐다는 것이다.

한 스포츠 신문 기자는 “황수정에 대한 최근 기사가 다소 감각적이고 폭로적인 면에 치중된 것은 사실”이라며 “연예인 잘 나갈 때는 한 없이 치켜 세우다가 흠집을 잡으면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는 언론의 냄비 속성도 한번쯤 자성해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수정씨측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사들의 보도에 대해 법정 소송을 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변호사를 물색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0 19:15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