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나타났다" 소주시장 비상

기능성 소주 '한송이'로 주류업계 진출

소주시장에 ‘롯데 비상’이 걸렸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주시장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자본ㆍ영업ㆍ기술력 등 3박자를 갖춘 유통업계의 거대산맥 롯데의 본격적인 소주시장 진출에 주류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칠성은 송이 성분이 함유된 기능성 소주 ‘한송이’ 시제품 1만5,000병을 만들어 애주가들의 입맛을 떠보고있다. 소주시장의 맏형 격인 진로와 두산은 롯데의 시제품 분석에 나서는 등 치열한 정보전과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중이다.

롯데가 내놓은 소주‘한송이’ 는 녹차 성분이 함유된 두산의 ‘산’과 같은 기능성 소주로 알코올 도수 22도의 순한 맛이 특징.

특히 롯데는 360ml 한 병의 가격을 990원으로 책정, 기존제품 출고가 보다 50% 비싼 프리미엄급소주를 지향하고 있어 대중주의 이미지에서 차별화한 소주의 업그레이드(Up-Grade)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관측이다.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을놓고 일부에선 소주업계의 철옹성인 ‘진로의 벽’을 과연 롯데가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중단기적으론 어려움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이 단지 소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류업계전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소주ㆍ맥주ㆍ위스키 등 국내 주류 시장 전체를 노리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주류 왕국’에 대한 야심찬 도전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국내 최고 음료 유통망 보유, 성공 자신감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음료 유통망을 보유한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은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우선 그 배경에 깔려있다.

‘유통 자이언트’ 롯데는 단지 일반 음료시장뿐 아니라 이미 주류시장에서도 그 저력을 한 차례 확인한 바 있다. 바로 롯데칠성의 위스키 제품인 ‘스카치블루’ 돌풍이 그것이다.

‘스카치 블루’는 임페리얼, 윈저, 딤플 등 국내 위스키 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빅3의 벽’을 단기간에 비집고 들어가 9월말 현재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58만8,000여상자(500ml짜리 6병 기준)를 판매,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스카치 블루’ 돌풍이 연말까지 계속될 경우, 시장 점유율 13%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여 롯데의 저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류업계의 관심은 단지 매출 규모 보단 롯데의 영업력에 더 모아지고 있다. 롯데가 ‘스카치블루’ 판촉에 나서면서 소매유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주류 도매시장에 대한 영향력의 강화가 야심찬 소주시장 진출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롯데의 입장에선 대중주 중심의 소주시장에 대한 신제품 출시는 롯데 주류 영업력의 실체를 재확인할수 있는 또 다른 실험인 셈이다.


주류도 사업영역 확대 의미

소주업계는 겉으로는롯데의 ‘한송이’의 시제품 출시에 대해 “예견됐던 것”이라며 “단지 올 것이 왔을 뿐”이라는 덤덤한 반응이다.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은 이미 1년전부터 예고돼왔기 때문이다. 단지 롯데가 과거 위스키를 생산했던 경기 부평 공장의 ‘하야비치’ 생산라인(현재 스카치 블루 생산)을 확장하기위해 재투자할 것인지, 타 업체 인수(M&A)를 통해 시장진출을 노릴 것이지 여부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시제품 출시는 자체개발을 통한 소주시장에 대한 본격 진출과 함께 롯데가 야심차게 음료사업에서 주류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산의 최형호 상무는 “롯데가 소주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예견됐지만 자체 개발에 의한 시제춤 출시라는 점이 특징”이라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의 소주사업 진출은 신격호 그룹 회장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스카치 블루’(현재 시장점유율 10%)의 성공적인 위스키시장 진출에 고무된 롯데로선 대중주인 소주제품 출시는 위스키에 이어 제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시너지를 이끌어내고 새롭게 종합주류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예정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롯데가 맥주사업에까지 손을 뻗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롯데는 이미 올해 초 일본 주류시장을 벤치마킹해 과즙맥주 ‘하이주’를 선보였다. 아사히 맥주로부터 수입하는 ‘슈퍼드라이’에 대한 판촉도그룹 계열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에서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가장 쉬운 곳에 배치하는 등 판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ㆍ두산과 치열한 3파전 예상

진로와 두산은 이번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로 단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울과 수도권을 둘러싼 소주시장이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조심스럽게 진단하고 있다.

진로의 김영진 상무는 “소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긴 했지만 올해 초 두산이 ‘산(山)’ 을 출시하면서 전국의 소주 소비량이 지난해보다 무려 16% 늘어났다”며 “롯데의 신제품이 나온다면 소비자들에겐 더 많은 선택권을 줄 수 있고 기능성 소주라는 점에서 3사간의 불꽃경쟁은 불가피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들어 소주시장에 다시 시동을 건 두산의 반응은 한층 조심스럽다. 두산의 최영호 상무는 “롯데의 전략은 우선 프리미엄급 기능성 고급 소주에 타깃이 맞춰져 있어 중단기적으로는시장점유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음료 시장에선 최강자인 롯데 이지만 과연 주류시장에서 그 영업력을 살릴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남권을 사수하고 있는 대선과 금복주 등은 한층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다. 대선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일단 수도권 시장부터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하지만 롯데의 본거지가 부산인 점을 감안할 때 경남을 기점으로 ‘북진’에 초점을 맞추는 영업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롯데의 소주시장진출은 단기적으로는 미진에 그칠 수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 영업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역량이 발휘될 경우 2, 3년 후에는 소주업계를 흔들어놓을 수 있는 복병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주류업계의 전망이다.


주류회사로 거듭나는 롯데칠성

롯데의 소주시장 진출로 소주ㆍ맥주ㆍ위스키 등 3대 주종(酒種)을 모두 보유한 종합 주류 메이커로 변신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송이’ 출시 등 롯데의 주류기획을 전담하고 있는 사령탑인 정황 롯데칠성 영업담당 상무는 “앞으로 롯데가 소주사업을 본격화하기까지는 영업력 강화와 시설완비 등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소주공장을 짓기 위해선 앞으로 1년간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현재부평 위스키 공장에서 ‘한송이’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새로운 생산라인이 들어설 공장부지를 물색 중”이라고밝혔다.

정 상무는 ‘한송이’의 출시배경에 대해 “롯데칠성이 주류사업을 또 다른 핵심 사업 군으로 육성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태스크 포스팀인 주류기획부를 구성, 주류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 상세 계획을 수립해 왔다”며 “이번소주 신세품 출시는 주류기획부의 첫 작품으로 테스트 마케팅이 끝나는 내년초부터 본격적인 소주 영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경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1 14:51


장학만 경제부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