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섹스는 부끄러움이 아닌 원초적 욕망

■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Sex for One)
(베티 도슨 지음/곽라분이옮김/현실문화연구 펴냄 )

페미니즘은 1980년대 이후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문화 코드다. 하지만 국내에서 페미니즘은 주로 성희롱이나 성폭력 같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여성이 여성으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권리를 찾는 적극적이고 실리적인 방향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나가고 있다. 특히 ‘여성의 신체를 찬양하며’, ‘아주 작은 차이’ 같은 페미니즘 서적에서 볼 수 있듯 여성의 성적권리를 찾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성 성기를 주제로 한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재공연에 들어갔고, ‘마스터베이션’이라는 곡을 불러 화제가 된 가수 지현이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미술가이자 성 교육자인 페티 도슨이 쓴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현실문화연구 펴냄)는 ‘여성의 성적 욕망에 대한 긍정’이라는 소극적 수준을 뛰어 넘어 ‘자위(Masturbation)’를 통해 여성들이 성적 쾌감의 권리를 향유하도록 하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성 만족을 추구하는 것은 남녀를 떠나 인간의 기본적 욕망이자 권리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자위 행위’는 금기나 수치가 아니라 인류 최초의 자연적인 성적 활동으로 스스로의 에로티즘을 발견하는 ‘성적인 진화’이자 페미니즘의 일상적 실천이라고 말한다. 성에 대한 자각과 인식을 깨우쳐 줌으로써 성적 두려움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더 나아가 성적 자신감과 책임감을 배울수 있는 평등의 실천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무지와 사회적 편견에 얽매여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을 했던 과거와 이혼 후 새로운 남자 친구를 만나 함께 자위를 즐기며 오르가즘에 도달했던 이야기를 상세히 소개한다.

자신의 성기와 성적 쾌감에 눈을 뜨면서 예순 아홉이 된 어머니에게 “엄마, 요즘 자위 하세요” 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로부터 자신이 5세때 자동차 뒷좌석에서 처음 자위를 하다가 들켰다는 이야기도 소개한다.

저자는 성교육 전문가로 변신한 뒤성에 무지한 여성과 함께 오럴 섹스와 바이브레이터 같은 자위 기구를 가지고 성을 즐긴 경험도 고백한다.

또 스스로를 양성애 페미니스트라는 털어놓는다. 두피 마사지기, 호흡 조절법, 딜도 삽입 등의 성기구를 사용해 여러 번 절정에 오르는 멀티 오르가즘을 체험한 이야기한다. 또 남성 바디섹스워크숍 강의에 나가 참가한 기혼 남성들에게 자신의 성기를 직접 보여주고, 그들과 함께 자위 행위를 하며 성적 쾌감을 공유했던 일도 숨김없이 기술한다.

저자는 남녀 모두가 자위를 통해 자신의 오르가즘을 책임짐으로써 남성은 성교시 ‘여성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여성은 사회적인 올가미에서 벗어나자신의 성적 쾌감의 권리를 찾음으로써 진정한 성적 평등과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여타의 기술처럼 섹스도 배워서 훈련해야 한다며 여성 성기의 특성과 성적 오르가즘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자신의 오르가즘을 찾아내 향유하는 것. 그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인 성(性)적 통제권을 찾는 일이라는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27 16:01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