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로봇 찌빠

■ 로봇 찌빠
(신문수 글ㆍ그림/바다출판사펴냄 )

어느날 말썽꾸러기 꼴찌 대장 팔팔이앞에 나타난 깡통 로봇 찌빠. 미국에서 제작됐지만 설계상 오류로 내팽개쳐진 찌빠는 한국에 와서 팔팔이와 친구가 된다.

하늘을 나는 로봇 덕분에 지각도 안하고 도둑도 잡아 친구의 부러움을 샀지만 차츰 찌빠의 말썽에 곤욕을 치른다. 팔팔이의 빵점 시험지를 사방에 공개하고, 목욕 중 옷을 훔쳐달아나고. 그런 찌빠를 떼어 놓으려다 실패한 팔팔이와 찌빠는 어쩔 수 없이 한 몸이 되면서 좌충우돌, 요절복통의 일을 벌이는데…

1978년 어린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만화 ‘로봇 찌빠’가 23년만에 시리즈로 재출간 됐다.

‘로봇 찌빠’는 ‘꺼벙이’ ‘도깨비 감투’ ‘두심이 표류기’ 등과 함께 1970년대 명랑 만화 시대 전성기를 열었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한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신비한 소재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생 남자 주인공인 팔팔이와 로봇 찌빠라는 두 ‘말썽꾸러기’들이 이끌어 가는 이 만화는1970년대 한국 명랑만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말썽꾸러기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우리들의 귀여운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다.

주제는 물론 권선징악이다. ‘만화는 무한한 상상력의 산물이며 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만화가의 역할’이라는 작가 신문수의 말처럼 당시 이 작품은 청소년들에게 상상력과 꿈을 심어 주었다.

이 만화는 로봇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가지만 요즘의 SF 판타지풍 만화와는 그 스케일이나 소재면에서 판이하다.

요즘 만화들이 우주 세계나 외계인과의 전쟁, 사랑 같이 방대한 스케일을 취하고 있는데 반해 찌빠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를 다룬다. 주인공들의 모습도 총천연색의 날카로운 전사의 이미지가 아닌, 가는 선으로 투박하게 그린 소박하고 부담 없는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을 준다.

이 만화는 SF 판타지 만화에 익숙해있는 요즘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작은 미소를 짓게 하기에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작품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27 16:03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