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단일기전 싹쓸이 우승에 도전한다

이창호의 '미완성의 승리- V100'(23)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이창호 왕국'에 2001년은 의미심장한 한 해가 되고 있다. 저마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희망에 가득 찬 새해에는 새 출발을 하기 마련이다. 이창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보다 구체적이었다.

우선 첫 목표는 바로 ‘남들’이 다 한번씩 차지해본 응씨배를 우승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은 단일기전 싹쓸이라고 하는 바둑사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워보겠다는 포부였다.

이와 함께 프로생활 14년만에 감히 누구도 범접하지 못한 대기록인 타이틀 100개 돌파를 달성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웠다. 어느 하나도 놓치기 싫은 목표였다. 응씨배 우승은 4년만에 한번 씩 찾아오는 기전이므로 이창호에게는 각별하다고 하겠다. 이 기전이야말로 한번 찾아온 찬스에서 우승을 못하면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창호는 2000년에 시작한 제4회 응씨배 결승에서 중국의 창하오(常昊)와 마주 앉게 됐다. 이창호가 무난히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조훈현(1회 89년) 서봉수(2회 93년) 유창혁(3회 97년)에 이어 우리나라의 4인방이 차례대로, 그것도 선배순대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국내 바둑계는 들떠 있었다.

단일기전 싹쓸이 우승은 세계 바둑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쾌거이다. 이창호는 패왕전에서 무려 18연승을 달리며 최종주자 조훈현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이 기전은 본선멤버를 차례로 20명을 줄을 세워서 한 명씩 번호를 붙인 다음 1, 2번이 붙어서 승자가생기면 3번과 붙고, 또 승자는 4번과 붙어 2연승을 거두면 최종결선에 진출하게 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그런데 여기서 이창호는 공교롭게 2번주자가 되었는데(2번이나 1번이나 같다, 가장 먼저 맞붙는 관계로) 처음부터 줄줄이 상대를 쓰러뜨리더니 최종주자인 조훈현 9단만을 남겨놓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기게 되면 한 기전을 싹쓸이로 우승을 하는 진기록이 연출된다. 지면 연승전에서 18연승을 거둔 이창호와 고작 이창호에게만 1승을 거둔 조훈현이 동등한 입장이 돼 타이틀 보유자를 가리게 되어있었다.

즉 한판만 사력을 다하면 기록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돈과는 관계가 없는 신기원이었다.

세 개의 목표 가운데 가장 볼품없는 기록은 타이틀 100개 보유라는 ‘v-100’ 기록이다. 100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는 분명 있으나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달성될 기록이기에 그리 개의치는 않았다. 그러나 스포츠맨도 '아홉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2000년도까지 이창호가 달성한 타이틀은 모두 96개.

창하오 9단과 만나는 응씨배 결승. 역대전적에서도 무려 12승2패 정도로 압승을 거두고 있는 이창호에게 창하오는 상대가 되지 못하였다. 칭하오는 3:1로 간신히 한판을 만회한 것에 만족하며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바둑팬들의 시선은 생각보다는 뜨겁지 않았다. 창하오는 애당초 이창호의 적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미 새해 벽두부터 이창호에게는 김빠지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훈현과의 한판 승부였다. 앞서 소개한 패왕전 대국이었는데 그만 이창호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못해 단일기전 연승 및 완봉우승이라는 새로운 불패신화 작성에 실패했다. 그래도 18승과 1승의 만남이라는 결승전에서는 이겨서 타이틀을 추가한다. 타이틀 획득수 99개.

대망의 타이틀 100개는 과연 어떤 기전일까. 그리고 어느 누가 이창호폭풍의 희생양이 될까. 이창호는 당시 LG배에서 연전연승을 하고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얼굴의 이세돌이라는 17세 소년도 연전연승을 하고 있었다.


[뉴스화제]



·윤성현 승리, 천원전 1승1패 호각

윤성현 7단이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5번기 제2국에서 승리, 1:1 동률을 만들었다. 윤7단은 11월18일 강릉시 경포대에 위치한 선교장에서 벌어진 제6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2국에서 박영훈 2단을 상대로 224수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1국에서의 패배를 설욕했다. 이날 승리로 윤성현 7단은 박2단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2승2패를 기록, 팽팽한 균형을 이뤘다.


·한국 아시아바둑선수권에서 단체전 극적 우승

제3회 아시아바둑선수권 대회에서 한국 아마추어팀이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11월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과 강원 홍천 대명 비발디에서 벌어진 이번 대회에는 바둑강국 한·중·일 3국을 포함한 모두 10개국에서 30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단체전과 개인전으로 기량을 겨뤘다.

단체전에서 한국(박성균, 홍맑은샘, 김동근)은 1차전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패했으나, 막판에 예상을 뒤엎고 대만이 일본을 꺾은 데다, 4회전에서 한국이 강력한 우승 후보인 중국을 눌러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개인전에서는 세계선수권자인 리다이춘 아마7단이 우승했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11/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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