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고 맞춰보고…살아보고?

인터넷 동거사이트 회원확보 경쟁 치열

사이버 공간의 ‘동거(同居) 둥지’가 뜨겁다.동거를 알선하는 중계소 구실을 하고 있는 인터넷 동거사이트들이 치열한 회원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solo’ ‘샤필’ ‘너랑나랑 동거클럽’ 등 10여곳에 이른다.

A사이트.운영자측은 동거 알선 사이트의 원조라고 주장한다.남자대학생은 2만원, 남자일반인은 3만원, 여성의 경우 회비 1만원을 내야 정회원으로 등록된다.현재까지 500여쌍이 연결됐다고 한다.

B사이트 관계자는 정회원만 1만명 이상이라고 한다.여성은 무료로 가입할 수 있고, 남성은 준회원 7만원, 정회원 10만원을 내야만 가입 가능하다.이 사이트는 남녀회원 정보를 공개 중이다.살펴 보면, 동거를 원하는 여성 대다수는 20대.30대도 가끔 눈에 띈다.


경제분담 뿐 성생활 배제형등 다양

동거 형태는 생활수준별로 다르다.돈이 없어 돈 있는 남자(혹은 여자)와 동거를 원하는 경우에는 ‘현모양처형’과 ‘봉사형’, 돈이 많아 돈이 없는 남자(혹은 여자)와 동거하며 공주·왕자처럼 살겠다는 것은 ‘공주형’과 ‘왕자형’으로 규정된다.

이 밖에 같은 수준끼리 동거한다는 ‘삐까삐까형’,서로 계약을 상세히 하고 동거에 들어가는 ‘계약 동거형’, 직업적이나 경제력으로 풍요한 동거를 원하는 ‘VIP형’도 있다.

VIP형 동거가 성사되려면 여성은 미모, 남성은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동거 사이트에는 ‘대졸전문직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들이 많다.대부분 키 165㎝ 이상, 몸무게 40㎏대라고 내세우고 있다.이들이 원하는 동거형태는 계약동거형, 즉 서로 조건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 동거하고 1년 동안 충분히 재미있게 살았을 경우 재동거하는 형과 순수동거형으로 대별된다.

순수동거형은 직장인, 학생 등 경제부담 분담을 바라며 성생활을 원치 않는 남녀들이다.일부 여성은 ‘결혼은 절대 안한다’는 결혼배제형을 택하고 있다.

남자회원은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이 많다.학교 근처에서 원룸을 얻어 함께 자취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동거 알선 사이트를 찾는 이들은 “가장 현실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결혼에 얽매이지 않고 남녀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동거가 순수한 이성관계일 수 없으며 특히 성의식과 관련,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여성은 무료로 가입시키고 VIP 남성회원은 100만원까지 가입비를 받아 관리해준다는 데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매춘 알선 사이트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실제로 게시판에는 섹스파트너를 찾는 남자들의 글이 다수 올라있다.

회원 확보경쟁 과정에서 피해자도 나타나고 있다.S네티즌은 ‘동거남을 구한다’는 G모 여성의 글을 사이트 게시판에서 보고 전화를 했다가 “전화가 계속 걸려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다.나는 글을 쓴 적이 없으며 누군가 내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게시판에 무단으로 올린 것 같다”는 푸념을 들어야 했다.

최근 모 대학에는 ‘저와 함께 동거할 이성 룸메이트를 찾습니다’는 광고가 붙었다.남학생이 한 방 쓸 동거녀를 구하는 문구.휴대전화 번호를 기록해 뒀다.


당당해진 ‘동거인 구하기’

쉬쉬하며 음성적으로 이뤄져온 남녀 동거가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동거 상대를 구하는 이들의 태도는 당당하다.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동거 선호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은 대부분 자취나 하숙을 하게 된다.혼자 살림을 꾸리다 보니 상당한 비용이 들게 마련.방을 같이 쓰면서 비용을 공동 부담하면 용돈이 넉넉해진다.남학생은 ‘남자보다는 깔끔한 여성과 동거하면 집안이 깨끗해진다’는 짐작으로 이성을 선호한다.

이처럼 동거 선호 환경이 조성된 데는 역시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원룸이 한몫했다.‘나만의 공간’이 확보됨에 따라 동거 호기심을 충족시킬 여건이 무르익은 것이다.박모(22·K대 3)양은 “군에 간 남자친구가 제대하면 학교 근처 원룸에서 동거생활하기로 했다”며 “부모에게는 알리지 않고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가 아니라 편한 상대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것 말고는 다른 목적이 없다”며 “월세 반감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동거주의자의 특징은 관계가 깨지면 언제든 깨끗하게 갈라선다는 것.또 서로 생활에 참견하지 않으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동거 유행은 혼전 성관계 인식이 갈수록 개방돼 가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천리안’이 회원 1만3,887명을 대상으로 ‘혼전동거’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더니 응답자의 87%가 혼전 동거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여성(89.3%)이 남성(85.3%)보다 오히려 개방적 사고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여론조사를 통한 통계수치는 숫자놀음이 아니다.대학가에서는 실제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시험 때 공부시간 확보를 명분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연인과 함께 학교 앞 여관에서 ‘밀월 외박’하는 대학생들이 드물지 않다.

방학을 앞두고 부모 몰래 연인과 함께 한시적이나마 ‘한지붕’ 생활을 계획하는 ‘동거족’도 있다.

‘신촌 동거녀 구함, 외모 준수 15평 아파트 원룸.’ 이렇듯 동거는 당당해졌다.‘동거 커밍아웃’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심지어 대학가 게시판에 ‘룸메이트 구함, 남녀 불문’이란 벽보가 나붙는 등 ‘이성동거’가 어느덧 예삿일로 자리잡고 있다.


동거동호인 수천명, 연령층도 다양

댄스그룹 쿨의 히트곡 ‘점퍼 맘보’도 동거를 찬양하는 듯한 노래말 일색이다.‘같이 삽시다.살아봅시다.과연 우리 서로 잘 맞는지, 어떤지를 한 번 겪어보면 어떨지….’

동거를 ‘일탈행위’쯤으로 보는 시선은 촌스러울 정도다.포털 사이트의 동거 동호회에서도 수천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동거인을 공개수배하고 있다.

“제 나인 19살이구염….그냥 편한 친구, 오빠를 찾아요” “곧 있음 집을 나올건데, 갈 데가 없네요.돈도 없구요.공짜로 재워줄 사람 없나여” 등등 사연도 가지가지이고, 연령층도 10대에서 30대까지 다양하다.

군 전력 증강사업의 하나인 백두사업 로비에 연루돼 고역을 치렀던 여성 로비스트 린다 김(48·한국명 김귀옥)이 자서전에서 여고 2학년 당시 12년 연상의 모 재벌 2세와 서울 삼청동에서 살림을 차렸었다고 고백해 눈길을 끈적이 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K(20)양은 고교 1학년인 17세 때 우연히 편의점에 들렀다가 4살 연상의 ‘오빠’를 만났다.만남이 거듭되면서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낮에는 학교생활, 밤에는 그를 만났다.자정이 되는 게 두려웠다.내일 또 만날 수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웠다.

시간에 쫓기는 사랑을 하다보니 너무 힘들었다.그래서 동거하기로 결심했다.방은 오빠가 구했다.조그만 월셋방이었다.‘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어도 둘이 오래 같이 있을 수 있어 행복했다.처음에는 아무리 늦더라도 집에 들어갔다.K양은 학교에서도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그녀를 집 밖으로 내몰았다.집에 들어가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급기야 독서실 공부를 핑계 삼아 오빠집에서 잤다.K양은 올해 초 졸업하면서 “결혼한다”고 깜짝 발표한 뒤 지난 4월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여고생 주부들 중에는 아예 양가 부모의 허락 아래 남자 집에 들어가 사는 케이스도 있다.‘민며느리’인 것이다.결혼 약속을 했기 때문에 남자집에서 사는 게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J(25)씨는 “여고에 다니는 예비 아내가 너무 좋다”며 “양쪽 집에서도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한 상태라 아내가 졸업하면 당장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공원인 J씨는 “아내에게 생활비도 준다”며 “어린 아내가 낮에는 학교생활을 하고 밤에는 주부 노릇을 하는 것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물론 학교에서는 이 사실을 모른다.


지방 캠퍼스 주위 보통 200~300쌍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유학’간 대학생들 중 이성친구와 부정기적 동거를 즐기는 ‘동거족’은 겨울방학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가족은 물론 친구들의 눈치 볼 필요없이 ‘화려한 밀월’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동거족은 방학을 해도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집에는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명분을 설명하기 위해 잠시만 들를 예정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보충강의가 있어서…’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등등 집을 나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동거족에게 학교생활은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방학은 이 장애물이 사라지는 기간인 것이다.기성세대의 눈에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라고 받아들여질 이같은 행동에 대해 신세대는 파격적인 사고로 설명한다.

이들은 사랑한다면 굳이 ‘금욕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S대 지방캠퍼스생인 동거족 이모(20)양은 “두달 전 사랑하는 오빠와 동거를 시작했다”면서 “동거생활에 들어간 정신적으로 행복해졌음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워졌다”고 고백했다.이양은 “대학 10여개가 몰려 있는 이 지역에만 200∼300쌍이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동립·스포츠투데이 사회레저부 기자 estmon@sportstoday.co.kr

입력시간 2001/11/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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