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바람] 몸이 재산…건강은 돈

경제 침체로 불한한 미래, "몸이라도…" 거센 건강바람

건강이 국민 화두다. 건강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재산이라는 생각에서다.

건강을 다지는 행렬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쉽게 목격된다. ‘달밤에 체조한다’는 말은 더 이상 엉뚱한 짓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1998년 ㈜메디다스가 사내 벤처 사업의 형태로 건강 사이트를 출범시킨 것을 최초로, 국내의 건강 관련 인터넷 사이트는 현재 7,300개를 웃돌고 있다. 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말해준다.

신문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건강신상품(헬스 마케팅)이 전면으로 광고된다. 체중감량ㆍ체형관리ㆍ체질개선을 동시에 잡는다는 한방 다이어트에서, 여성 건강을 책임진다는 호르몬 요법ㆍ혈당혈압강하 기구ㆍ남성 의학 상품 등 이상야릇한 광고가 우후죽순이다.

비단 신체 건강뿐 아니다. 1980년대 서구에서 정신 건강에 유념, 꾸준히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은 국내에서 반향이 증폭됐다. 1999년 심신의학학회가 창설을 본 데 이어, 스트레스학원 이나 대체의학 연구소 등이 속속 생겨났다. 서구 실증의학의 그물망으로는 포착될 수 없는 심신의 이상을 짚어 내고 있다.

IMF사태와 명퇴 파장 이후, 건강은 아예 돈이다. 오늘도 마을 뒷산 약수터나, 군데군데 체육 공원에는 가쁜 숨을 하얗게 몰아 쉬며 활기차게 인사 나누는 이웃들이 있다. 일과 이후에는 헬스 클럽, 에어로빅 댄스, 스킨 스쿠버 수영 등이 기다리는 현실이다.


나이들고 가난할수록 '건강'이 제1순위

흥미로운 수치가 기다린다. 1995년부터 3년 마다,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시행해 오고 있는 보건 의식 행태다. 최근판인 98년도의 ‘국민 건강ㆍ영양 조사’ 결과는 연령별 건강 유념 정도에 대해 이렇게 결론내렸다.

조사에 따르면 남녀를 불문, 60세를 넘으면 4할이 건강에 대해 항상 걱정한다. 특히 70세를 넘긴 여성의 염려 지수는 45.6%로 수위를 차지, 여성 지위의 향상과 오래살수록 더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를 반영한다.

항상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의 비율은 교육 수준과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초등졸 이하가 36.7%, 중졸은 23.2%, 고졸은 13.9%, 전문대졸 이상은 10.1%가 그렇다는 대답을 한 것이다.

가구 소득면에서 봤을 때는 월 51만~150만원이 8.2%, 151만~300만원이 6.2%인데 반해 50만원 이하는 19.6%가 항상 우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301만원 이상은 4.7%만이 그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갈소록 벌어지는 빈부차이로 인한 심인성 우울증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담배를 많이 피운다. 매일 흡연자의 경우, 가구소득 매월 50만원 이하가 36.1%로 최대치였다 점점 감소, 301만원 이상에서는 28.7%로 최소치를 보였다. 흡연율과 관련, 서방 선진국에서는 최근 감소추세이지만 한국 성인의 경우는 변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67.6% ).

여성의 흡연율은 외국에 비한다면 아직 낮으나,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1992년 3.4%, 1995년 5.1%, 1998년 6.7%를 각각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편 성인 음주율은 1989년 45.8%, 92년 46.8%, 98년 52.1%로 소폭 증가했다.


수명은 선진국, 건강은 후진국

2000년 9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4.4세.

그러나 이와 함께 국내에서 첫발표한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4.3세(남자 63.3세, 여자 65.4세). 일본(75.2세), 독일(71.5세) 등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는 수치다.

당시 함께 발표됐던 한국인의 10대 만성질환은 충치-피부병-관절염-요통ㆍ좌골통-위염ㆍ소화성궤양-고혈압-잇몸병-치질ㆍ치핵-당뇨-축농증 등의 순이었다. ‘평균 수명은 선진국, 건강 수명은 후진국’. 착잡한 쌍곡선이다.

장병욱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1/27 17:58


장병욱 주간한국부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