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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가 입이 대권을 '쥐락펴락?'

점술가 입이 대권을 '쥐락펴락?'

대선정국 앞둔 정치권, 점바람에 편승한 시나리오 난무

정치권에 점술 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대선정국. 모든 가능성과 시나리오가 거론되면서 그럴듯한 역술인의 예언도 만만치 않게 나돈다. 과연 누가 권력을 거머쥘 기운을 타고났느냐? 누가 그것을 족집게처럼 맞출 것인가? 믿거나 말거나 당사자들 마음이겠지만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맞춘 예도 없지않다.

정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예언가는 경북 현불사 주지인 설송 스님. 1987년 대선 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당선과 1997년 대선때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을 적중시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는 민주당 한화갑 김근태 김중권 고문 등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에 얼굴을 빼놓지 않은, 정치인들과 친분관계가 넓은 승려다.


갖가지 아전인수식 해석

우리나라의 대권향배의 천기를 엿본 설송 스님의 시각을 요약해 설명하면 권력의 기운이 대구 경북지역에서 남하해 해안을 따라 호남으로 옮겨왔고 지금은 북상중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정치인들은 “이제 충청권, 수도권으로 올라간다” “북상에도 시간이 걸릴 테니 당분간은 호남에 머물 것이다”라는등 아전인수격의 갖가지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내년 대선에 대해 설송 스님의 입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김윤환 민국당 대표를 만나 “이번에도 당신이 미는 사람이 대권을 잡을 것이니 잘 선택하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최근 ‘킹 메이커 김윤환’의 3김 연대 프로그램이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에 한 줄기 관심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설송 스님의 예언이 늘 정확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수년 전 총선을 앞두고 설송 스님을 만났을 때 내게 분명히 당선될 것이라고 했는데 떨어진 적이 있다”며 신통력에 대해 의심을 표시했다.

사실상 설송 스님은 의원 개개인의 당락여부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틀린 사례도 더러 있다.

최근 동교동계 한 의원이 유력점술가한테 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점술가는 특정 성씨를 들며 “말띠 해(2002년)에 매우 운세가 안 좋은 수”라며 “그 성씨의 후보는 대권을 잡을 수 없다”고 예언했다. 이 점술가는 또 내년 운세가 좋은 띠로 호랑이띠, 말띠, 개띠를 들었다는 것.

호랑이띠, 말띠, 개띠에 해당되는 정치인은 과연 누굴까. 신고된 생년을 따져보면 민주당 대권주자 중 노무현 고문(1946년생)과 무소속 이한동 총리(1934년생)가 개띠다. 민주당 박상천 상임고문(1938년생)은 호랑이띠에 해당된다. 이밖에 한나라당 이부영(1942년생) 부총재는 말띠다.

반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1935년생)는 돼지띠, 이인제 고문(1948년생)은 쥐띠, 한화갑 김중권 고문(1939년생)은 토끼띠, 김근태 고문(1947년생)은 돼지띠다.

이 역술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에 대해선 “제왕의 기를 타고났다”면서도 “선출을 통한 길은 아닐 것”이라는 미묘한 말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김중권 상임고문이 최근한 역술인을 우연히 만나 들은 이름풀이는 김 고문 자신에게 매우 고무적이다. 그 역술인은 김중권의 한자 이름을 여러 가지로 풀이했는데 먼저 곧이곧대로‘권세(權)를 거둔다(重ㆍ무겁다는 뜻 외에 거둔다는 뜻이 있다)’는 이름풀이다.

한 자씩 따로 들여다 본 해석도 그럴듯하다. 권(權)자를 들여다보면 나무(木), 풀(艸), 2개의 입(口口), 새(住)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숲에서 새가 크게 운다’, 즉 대권을 놓고 크게 포효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중(中)자가 한 입(口)을 가운데에서 쪼개는 형상이라 분란 소지를 암시하는 데 반해 김중권 고문의 중(重)자는 위 아래에서 이중으로 든든히 받치고 감싸는 형상이라 분란을 막을 적임자라는 해석. 공교롭게도 김 고문이 영남후보로서 ‘국민 통합의 적임자’를 자처하는 것과 맥이 닿아있다.

이인제 상임고문의 한 측근은“이 고문이 1990년대 말 일본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수상(手相)과 족상(足相)을 보았는데 큰 권력을 잡을 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지나는 말처럼 이야기했다.

한편 이름의 한자 획수와 대권잡는 연도를 연관시킨 다소 장난스러운 해석도 떠돌고 있다. 즉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이름의 한자 획수를 합쳐보면 영삼(泳三) 12획(삼수변은 4획으로 계산), 대중(大中) 7획인데 이 숫자가 각각 대권을 잡은 1992년과 1997년과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시켜보면 내년 2002년 운이 좋은 사람은 이름의 한자 획수가 22획인 이한동(李漢東) 총리라는 결론이 나온다.


점술가들, 유명세 노리고 '가능성' 남발

최근 한 주간신문에 실린 예언도 정계에서 작은 에피소드를 일으켰다. 이 신문에서 한 역술인은 “희귀한 성을 가진 여성 정치인이 내년 권력을 잡을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이야기가 우연히 드문 성씨의 여성 국회의원의 귀에 들어갔고 기분이나마 한때 들떴다는 것.

그러나 그 역술인은 다른 여성 정치인을 지칭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치인 역시 중요한 사업적 결단을 앞둔 기업인이나, 이사 입시 등을 앞둔 사람들처럼 내년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정국에서 점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인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극성스럽게 나도는 점술일수록 현재 가장 유력한 여야 주자들을 배제한 내용인 것이 많다. 아직까지 가능성이 낮은 군소 예비주자들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미 뻔히 드러나있는 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예언은 관심도 떨어지는 데다가 가능성이 낮은 후보일수록 점술로라도 보탬을 얻고 싶은 심리가 반영된 탓이다.

역술인들 역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벌림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팔려는 시도가 많다. 혹시라도 맞을 경우, 특히 일반적으로 확신이 적은 후보에 대한 당선 가능성을 점쳐 적중할 경우일약 쟁쟁한 역술인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보와의 관계도 염두에 두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점술에 대해큰 무게를 싣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예언과 설이 만연할 때인 것만은 사실이다.

김희원 정치부기자 hee@hk.co.kr

입력시간 2001/11/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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