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인권의 견인차를 기대한다

국가인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출범 첫날인11월26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이마빌딩에 입주한 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업무 개시 1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민원인 50여명이 찾아와 번호표를 받고 접수차례를 기다렸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소 의사 임용에서 탈락했다’는 이모씨가 서울대 의대 김용익 교수를 통해 첫 접수를 한 것을 시작으로 단병호 위원장 등 노동자의 대량구속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민주노총의 진정, 군에 입대한뒤 항명죄로 구속된 ‘여호와 증인’ 신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쏟아져 ‘인권진정’의 봇물을 예고했다.

그만큼 국민들의기대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지난 수십년간 군 경찰 검찰 국정원 등 국가권력기관의 인권유린행위를 비롯해 정부기관의 횡포와 사회각계에 만연한 인권 경시풍조를 감내해왔다.

그러나 인권위의 길은 결코 평탄치 않을 것 같다. 업무 성격상 다른 정부 기관으로부터 ‘왕따’를 당할 운명인데다 성별 신체장애 종교 빈곤 정견 출신지 등에 따른 인권침해와 차별을 바로잡는 일은 이상과 달리 현실 세계에선 지난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벌써부터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전화(12울1일부터 서울 경기 1331, 기타 지방 02-1331)와 이메일()을 통해서도 진정접수가 쇄도하고 있지만 인권위원 11명과 준비기획단 직원 27명, 시민단체 자원봉사자 10명 등으로는 진정조사나 인권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은 커녕 접수업무조차 버거운 상태다.

인권위의 파행 출범은 인권위의 ‘의욕’이 다른 행정기관에게 견제의 명분을 제공하면서 공직사회가 벌떼처럼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1실5국 체제에 장관급1명, 차관급 4명을 포함한 439명 규모의 조직을 요구했다.

또 인권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경력 14년 이상인 사람은 3급, 4년 이상 경력자는 5급 공무원에 임용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 등은 조직과 인원이 너무 방대하고, 9급 공채 공무원이 5급까지 승진하는데 20~30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인권위의 경력인정이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들은 ‘밥그릇 다툼’보다는 합리적인 절충이 시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창국 위원장은 “국민들로부터 인권위 활동을 보니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보자”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인권위가 국내 인권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11/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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