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마케팅] 얄팍한 상술에 부모들 '혈압'

청소년에게 과소비·충동구매 조장, 사회적 부작용

남매를 두고 있는 회사원 황성철(46)씨는 지난달 날라온 4가족의 통신료 청구서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황씨의 한달 월급의 10%가 넘는 25만원이 통신비로 나온 것이다.

황씨 자신과 아내의 휴대폰 두 대 사용료 10만원, 집의 유선전화와 초고속 통신망 사용료 5만여원, 컴퓨터 게임광인 중3큰 아들의 휴대 전화비와 월 게임비7만원, 여기에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딸의 휴대폰 사용료 3만원 등.

이 일 이후 황씨 자신의 전화 사용 절제는 물론 큰 아들의 컴퓨터게임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막내의 휴대전화 요금을 상한선이 있는 정액제로 바꿔 월 1만9,000원 이상이 못 넘어가게 바꿔 버렸다.


"일단 팔고 보자"과열 마케팅

기업에 있어서 마케팅은 생존의 문제다. 만든 재화나 정보를 팔아 수입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 일부 기업의 마케팅은 효율적인 상품 광고나 정보 제공의 차원을 넘어 과소비와 충동 구매를 조장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사회적 영향이나 파장은 안중에 없이 ‘일단 팔고 보자’는 기업 이익 논리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국내 기업의 마케팅은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소비 성향이 높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그들만의 새로운 문화 코드’를 만드는 전략이 한창 유행이다.

‘ⓣing’, ‘Bigi’, ‘카이홀맨’ 같은 휴대폰 업체들의 10대 전용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브랜드는 단순히 휴대폰의 상품 종류가 아니다. 회원 전용의 동호회를 구성하고, 이들만의 전용 공간을 제공하며, 이중 일부를 선발해 국내외 연수나 인턴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10대에게 그들만이 누릴 특권과 유행을 제공해 줌으로써 하나의 거대한 청소년 문화 흐름으로 만들어 가려는 전략인 것이다. 이런 유행에 끼지 못하면 시대에 뒤쳐진 ‘왕따’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TV와 신문, 잡지 광고가 동원된다.

이런 마케팅 전략은 많은 부작용을 양산 한다. 무분별한 과소비를 부추길 우려가 매우 높다. 요즘 서울 웬만한 초등학교 4년 이상의 학생들은 절반 가량 휴대폰을 갖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생일 선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1위가 휴대폰이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서울 중ㆍ고ㆍ대학생 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한달 용돈의 절반 가량(대학생 10만원, 중ㆍ고생 2만5,000원)을 통신비로 지출한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광고마다 문자 메시지 무료 제공, 벨소리 무료 다운로드, 요금 인하 같은 당근을 제시하며 청소년들의 가입을 유혹한다.

현재 SK텔레콤의 경우 만10세 이하의 청소년 가입자가 무려 1만5,000여명이나 된다. 휴대전화 사업자들은 10대의 경우 신규 가입시 부모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월 사용총액을 제한해 무분별한 사용을 막고 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0대 경쟁의식 부추기는 상술

휴대폰 이외에도 패션 의류, 팬시용품, PC 게임, 캐릭터 용품, 가방, 신발, 액세서리, 고가 학용품 등 10대들의 경쟁 의식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펴는 상품들이 많이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10대들은 실용성 보다는 단순히 또래 집단의 영향을 받아 충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10대를 대상으로 한 각 기업들의 마케팅은 결국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10대 탈선을 부추길 위험성이 높아 조심스럽게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1/28 11:54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