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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푸대접 "열 받네유"

충청 푸대접 "열 받네유"

정치상황과 맞물린 '홀대'로 자존심에 상처

“충청도가 정치적으로 힘이 약해지니까 다시 푸대접을 받고 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는 11월 22일 도청회의실에서 지역 중견언론인 30여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행정력이 아무리 유능해도 정치적 푸대접 때문에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충청도민이 결집해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포스트JP’후보로 거론되는 그가 공식화한 이날 충청도 푸대접론은 정치상황과 맞물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힘 모아 '총청도의 힘' 보여주자”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물밑에 깔려있던 소외감이 서서히 분노로 치닫는 조짐이다. 충청도를 분노케 하는 홀대 시리즈가 대추나무 연 걸리 듯 줄을 이으면서 “착각에서 벗어나 다시 힘을 모으자”는 충청도 단결론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벌어진 ‘사태’는 충청권 홀대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11월 5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은 대전과 충남ㆍ북 출신 의원들의 거친항의로 개의 지연 소동을 빚기까지 했다. 지역차별 논란은 국가지원 지방도 사업비 배정에서 충청도가 철저히 소외되면서 비롯됐다.

이 사업비는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따라 판가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항목.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추경안은 호남 239억원, 영남 180억원, 경기 120억원 배정으로 메워졌다. 반면 충청도는 대전과 충남은 전무, 충북에만 단 1건 10억원에 그쳤다.

민주당 박병석(대전 서갑) 한나라당 김원웅(대전 대덕) 자민련 이양희(대전 동)의원등 지역출신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한목소리로 충청도 홀대를 질타하기에 이르렀다.

대전시 등 충청권 자치단체에게는 비장감을 넘어 무력감으로 다가왔다.

대전시의 경우 신탄진 석봉가도교 사업비 30억원을 배정받기 위해 매달렸지만 빈손으로 발길을 돌린지 어느새 4년째. 올해도 일구월심 국가지원 지방도 사업비 확보를 목표로 20회가 넘도록 상경로비를 벌였다.

영호남 틈새에 가위눌려 한탄하고 있는 대전시에 돌아온 정부의 답변은 “대전시로부터 예산 배정 신청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대전시 관계자는 “정부가 당초 예산 편성때 뜻대로 골라서 해놓고 엉뚱한 변명을 해대 할 말을 잊었다”며 분통터지는 기억을 되뇌었다.

충청도의 거친 항의는 결국 추가 예산 100억원 확보로 결말났다. 건교부 재원을끌어 대전시 30억원, 충남도 50억원, 충북도 20억원을 지원키로 20일 확정됐다.


해경청사 이전 무산 “정치적 농간” 주장

지난 14일 해양경찰청의 대전 이전 철회 발표는 단순한 충청도 홀대 수위를 뛰어넘었다. “정치적 농간에 휘말려 힘없는 대전시민만 우롱 당했다’는 반감을 촉발시켰다. 약속파기는 정부 신뢰의 문제이며 국민의 정부가 강조한 수도권 억제정책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여론이 드세다. 참담함을 ‘충청의 힘’으로 맞서자는 주장으로 비화하고 있다.

해경청은 인천의 비좁은 청사를 이전키로 하고 지난해 3월부터 청장을 비롯 직원들이 대전 이전후보지를 수차례 답사했다. 해경청은 같은 해 6월27일 정부대전청사 인근 월평동 282의1 일대 둔산터미널 이전부지 1만9,835㎡를 지목, 대전시에 공공청사터로 도시계획시설변경을 해주도록 요청했다.

이어 8월26일 재정경제부는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다. 해경청이 같은 달 행정자치부에 대전이전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보고하면서 대전시민들은 해경의 이삿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얼마못가 대전이전 계획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목포와 부산 등 영호남이 해경 유치에 나서고 국회의원까지 물밑 작전에 가세했기 때문.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대전시 간부가 최근 해양수산부를 찾았을 때는 이미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장관은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데 대전이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되풀이 했다.

대전시는 기습적인 약속 파기 공문이 날아든데 이어 해경청의 인천잔류를 고수하기위한 편법 동원 실태까지 드러나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해경청은 송도신도시로 신축 이전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우고 지난해 12월 부랴부랴 연수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속사정은 올 1월5일부터 공공청사 신축이 불가능한 수도권 정비계획법 시행에 대비한 것.

해경청은 관련 법 시행을 불과 한달 앞선 시점에서 건축물 설계도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인천 잔류 절차를 서둘렀다. 또 시일이 걸리는 교통영향평가를 비켜가기 위해 당초 예정한 8,500평에 이르는 신축건물 규모를 임시로 1,800평으로 축소하기도 했다.

대전 도시정책포럼 이인혁 대표는 “정부 기관이 스스로 내린 결정을 내팽겨쳐 국가 권위는 물론 지역민의 자존심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며 “힘의 논리가 국민갈등을 양산하는 불행한 사례”라고 비판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대전개발위원회와 대전여성단체협의회등 시민단체는 범시민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해경청 이전 계획 철회가 충청권 홀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약속 이행을 촉구할 방침이다.


꽃 박람회 중복 위기 “김빼기냐?”

충남도가 국내 처음으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의 공인을 받아 내년 4월26일부터 5월19일까지 개최하는 ‘2002년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를 둘러싼 사태도 충청도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경기 고양시가 최근 국제규모 꽃 전시회를 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행사기간은 기가 막히게도 충남의 박람회 개막을 바로 이틀 앞둔 4월24일부터 5월8일까지.

안면도 국제 꽃 박람회는 충남도가 1996년부터 총사업비 283억원을 투입하는 공인엑스포이다. 세계 30여개국 170여개 화훼업체와 국내 관람객 72만명 유치를 목표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고양시는 자체 꽃 전시회가 열돌을 맞는다며 해외 참가국수를 예년의 두배수준인 20개국으로 늘려 충남도와 동시 개최로 맞설 태세다.

심대평 지사는 이런 웃지못할 사태가 빚어지자 “박람회의 규모와 질 면에서 비교조차 할 필요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충청도는 허탈감도 그렇지만 걱정이 앞서고 있다. 같은 성격의 국제행사를 한 나라에서 동시 개최하면 성공 여부를 떠나 예산 낭비는 물론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서 최악, 탈 자민련도 주춤

11월중 벌어진 이런 일련의 사태는 충청도가 홀대받은 지난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지난해 프로농구단 현대걸리버스가 대전 연고지를 버리고 전북으로 떠나간 서운함이 되살아나고 있다. 장군국가산업단지 개발의 중심축이 충남 장항에서 전북 군산으로 옮겨간 현실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조흥은행 본점의 대전 이전 방침이 여전히 미뤄지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충청도 푸대접론이 불씨를 지피면서 대전 충남ㆍ북 수장들이 21일 대전에서 회동했다. 겉으론 연례 행정협의회였지만 실제론 예정보다 한달가량 앞서 이뤄진 ‘결속 재확인’의 자리였다.

홍선기 대전시장은 예상대로 이날 충청도 소외론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례적으로 손수 작성한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방 균형발전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대적 개발제외지역으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방이전이 확정된 기관이 정치적 수의 열세에 밀려 이전 방침을 철회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 할 지 답답하기만 하다”며 홀대받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런 지역 정서를 반영하듯 충청도의 탈자민련 한나라당 입당 바람은 주춤거리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충남지역 기초단체장 가운데 무소속인 보령시장이 유일하게 한나라당에 입당했을 뿐이다. 나머지 대전 및 충남지역 자민련 소속 기초단체장 모두가 마음을 다잡고 있다. 한결같이 앵무새처럼 “어려울때 일수록 똘똘뭉쳐 자민련을 지켜야 한다”며 단합론을 펴고 있다.

대전시의회 이강철(자민련)의원은 “주민 사이에 더 이상 어떠한 정치적 농간이나 정책적표류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의식이 일고 있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나 행정에 대하여는 거부 등 강력한 저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정복 사회부기자 cjb@hk.co.kr

입력시간 2001/11/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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