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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해의 中國통신](10) 도전받는 ‘하나의 중국’

[배연해의 中國통신](10) 도전받는 ‘하나의 중국’

중국정부에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은 금과옥조다. ‘중국과 대만은 하나’라는 이 원칙은 중국의 통일정책과 민족주의를 압축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대만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하기만 하면 언제든, 어떤 문제든 협상하겠다고 천명했다. 반면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고 독립을 지향하면 전쟁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은 대만에서 별로 호소력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중국의 희망과 달리 대만을 중국과 별개의 독립국으로 위상을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집권기부터 표면화된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민진당이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통치를 종식시키면서더욱 세를 얻는 추세다.

천쉐이비엔(陳水扁) 대만총통은 최근 “대만과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했다는 ‘92공식(共識ㆍ공동인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천 총통은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는 것은 대만의 홍콩화, 대만의 중국 종속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중국이란 베이징(北京) 정부 위주의 체제를 의미하며, 여기에서 타이베이(臺北) 정부가 설 자리는 없다는 주장이다.

천 총통이 존재 자체를 부정한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홍콩에서 최초로 협상채널을 개설하면서 합의한 대화의 전제조건.

중국과 대만의 반관영 협상창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海峽會)와 해협교류기금회(海基會) 실무진은 당시 협상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공감하되, 그 의미는 각자 나름대로 표시한다’는 데 합의했다.

92공식은 우선 중국과 대만이 같은 국가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별개의 당국이 존재하지만 장차 통일을 지향한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다. 아울러 하나의 중국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쌍방이 제각기 해석하기로 한 점에서 탄력적이다. 쌍방이 전중국에 대한 대표성을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천 총통이 양안관계의 초석인 92공식을 부정한 것은 곧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 재설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천 총통의 발언은 자칫 양안관계 악화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독립지향적인 민진당이 집권한 이후 양안관계가 고착되거나, 이질성이 강화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해 왔다.

발언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일단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 총통의 발언이 12월1일 입법원(국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민진당에 대한 지원차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는 인상이다. 과도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 대만인들의 정서를 자극해 민진당 지지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양안관계 악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천 총통이 강경발언을 하고, 또 그의 말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토양이다. 그 토양은 다름아닌 대만의 정체성 혼돈이다. 상당수 대만인들은 국력과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국제적 지위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의 압력에 눌려 국가인지 아닌지 자체가 헷갈리는 현실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리 전 총통과 천 총통, 집권 민진당이 표방하는 독립지향적 ‘대만의 대만화’ 노선이 힘을 얻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이들이 대만인의 정서를 자극함으로써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구 2,300만명에 무역규모 세계 14위인 대만이 유엔가입도 못한 채 ‘국제미아’가 된 현실에 광범위한 불만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대만의 독립지향적 경향은 가속화하고 있는 양안 민간교류, 경제협력 추세와는 걸맞지 않는 감이 있다. 경제교류가 양안을 밀착시키고 있다면, 정치적 대립과 이로 인한 대만의 고립감은 양안을 분리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류관계 심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시험대 위에서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mrbaeyh@yahoo.co.kr

입력시간 2001/11/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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