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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사람들](27) 서울대 재료공학부 유한일 교수(下)

[미래를 여는 사람들](27) 서울대 재료공학부 유한일 교수(下)

에너지 혁명 선봉에 선 세리미스트

“에너지 혁명은 불가피합니다. 수소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유한일 교수는 요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ㆍSOFC)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OFC는 전극과 전해질 모두가 고체산화물로 이루어진 연료전지다. 연료전지는 연료의 산화(酸化)에 의해서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전지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기오염이 전세계적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주 에너지로 쓰기 때문입니다. 지구상에 굴러다니는 자동차의 수만 해도 어림잡아 인구 10명당 한 대 꼴인 6억3,000여만 대에 이릅니다.

게다가 다 알다시피 화석연료는 머지 않아 고갈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료 종류의 변화주기는 30~50년으로 2000년대 중반에 채 못 미쳐 화석연료의 수명이 다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비책 마련이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OFC는 수소가 산소와 반응할 때 나오는 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장치 중 가장 효율성이 높습니다.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800~1,000도에서 70%이상 효율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또 오염가스는 전혀 배출하지 않는 완전무공해 연료입니다.”

연료전지의 원리는 영국의 과학자 그로브가 1839년에 발견했지만 정작 관심을 끈 것은 1959년 영국의 베이컨이 5kW의 수소-산소 연료전지에 대한 실증실험에 성공하면서 부터다.

그 후 1960~1970년대에 걸쳐 제미니 등 아폴로 우주선에 연료전지가 탑재되었다. 그러나 1세대 연료전지는 효율이 낮아 2, 3세대 연료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SOFC는 제3세대 고체전해질 연료전지

유 교수가 천착하고 있는 SOFC는 고체전해질 연료전지인 제3세대에 속한다. 실용화에 가장 접근한 1세대이지만 2, 3세대도 연구개발단계에서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려는 전환점에서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 국가들은 3세대, 특히 SOFC 연구에 국가적인 노력을기울이고 있다.

“현재 선진국들은 SOF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찍이 1970년대부터 연료전지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90년대 초부터는 에너지부(DOE)가 주관하여 기업체들과 더불어 SOFC를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60년대 연구를 시작한 유럽은 85년 유럽연합의 공동프로그램으로 SOFC 실용화 연구를 계속하고 있고, 이웃 일본은 74년부터 국가주요과제로 SOFC 개발연구를 추진해 지금은 평판형 SOFC 기술에서는 세계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우리 정부에 ‘불만’이 있다.

“우리나라도 90년대에 들어 쌍용양회를 참여기업으로 대학 등이 참가하는 G-7 과제로 SOFC 개발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98년 경제위기로 쌍용양회가 참여를 포기하자 정부는 참여기업이 없다는 이유로 SOFC 개발연구를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차세대 에너지 수급과 환경에 관한 문제인데 그 기술개발지원 여부를 일개사기업의 참여여부로 결정하려는 정책 결정자들의 자세는 정말 단견입니다.”

특히 그는 한국의 연료전지에 대한 기술수준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자세가 더욱 안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기까지 발동하고 있는 듯했다. 자칫 쌓아놓은 ‘실력’마저 도태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기 때문이다.


"차세대 에너지기술 연구 포기해선 안돼"

“정부가 손 놓고 있다고 해서 과학계마저 차세대 에너지기술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10년전에 비해 SOFC 연구인력도, 관련기술도 강화되었고, 오랜 인산형연료전지와 탄산염연료전지의 개발연구 덕택으로 주변기술까지도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제 모든 가용 연구인력과 능력을 한 데 모아서 SOFC 개발을 다시 시작할때입니다. 특히 거의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원통형 SOFC와 달리 우리에게 승산이 있는 평판형 SOFC는 아직도 기술이 확립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기술개발의 추이를 볼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가 SOFC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SOFC 연구개발의 핵심이 바로 그의 주전공인 세라믹스 소재와 가공기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물질은 크게 금속(Metal), 세라믹(Ceramic), 폴리머(Polymer)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세라믹은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원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결정상태를 이룬 금속이나 플라스틱과 같이 주로 탄소나수소로 결합된 긴 분자사슬들로 이루어진 비결정 탄화수소 물질인 폴리머와 달리 산소 질소 붕소 탄소 규소 등 비금속원소가 중심이 된 물질이다.

세라믹은 매우 강한 결합 형태인 이온결합과 공유결합 형태로 구성돼 강도가 높고 잘 녹지 않는다. 금속과 같이 자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전류가 잘 통하지 않고 강한 만큼 금속처럼 구부러지지 않고 깨진다.

“SOFC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같은 세라미스트(ceramist)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핵심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단전지(端電池ㆍ방전 중에는 보조전지를 차례로 직렬로 연결하고, 충전 중에는 보조전지를 격리하여 항상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전지)만 해도 성능을 높이려면 쌓아올려 스택을 만들어야 하는데 숙련된 기술이 요구됩니다.

학생들에게 정부의 무관심에 굴하지 말고 부단히 연구하고 준비할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SOFC는 세라믹 분야에 있어서 21세기에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며, 80년대 세상을 풍미했던 세라믹 붐이 SOFC 연구로 다시 일게 될 것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유 교수는 지난해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89년 안식년을 보냈던 독일의 하노버 대학을 다시 방문했는데 재료공학의 세계적인 거목으로 꼽히는 슈말츠리드 교수가 넥타이핀을 뽑아 그의 손에 쥐어줬다.

선물로는 전혀 걸맞지 않는, 색까지 바랜 오랜 된 넥타이핀이었다. 유 교수는 슈말츠리드 교수의 설명을 듣고서야 고희를 앞둔 그가 고색창연한 넥타이핀을 그토록 정성스럽게 자신에게 건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재료공학의 뿌리인 금속열역할을 개척한 과학자로 관련분야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다르켄 교수가 슈말츠리드 교수에게 물려준 정표였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물건을 수제자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 결국 넥타이핀은 일종의 수제자 인증서였던 셈이다.

“능력에 걸맞지 않는 너무 과분한 선물이었다”는 그는 “분발하라는 뜻으로 알고 차세대 에너지 연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1/2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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