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애증으로 얽히고 설킨 칼잡이 세계

■자객

오노다 요시미키의 1995년 작 <자객 鬼平犯科帳 Onihei'sDetective Records>(18세, 새롬)은 실존 인물 하세가와 헤이죠 노부타메에 대한 짧은 기록을 토대로 한, 이께나미 쇼따로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세가와는 1786년에 수사대 (현대의 도청과 경찰청을 합친 것 같은 조직으로, 마을 행정부를 보좌하는 특수 경찰 격. 에도 시대 중기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굶주림으로 인한 방화, 강도, 공갈, 사기 등을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지녔다)의 보좌직에 임명되어 이듬해 10월 본직에 오른 후, 8년이란 세월을 수사대장으로 봉직하다 1795년, 50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하세가와가 근무한 시기는 대흉작으로 1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굶어죽는등 사회 불안이 고조된 때로, 살인과 강간, 약한 자 약탈을 자제해온 도적들마저 흉적으로 변한 흉흉한 시절. 강직한 성격의 하세가와는 범죄 수사에 개가를 올렸고, 범죄자 갱생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작가 이께나미는, 너무 힘들어 1~2년 근무에 그치는 수사대장직을 8년이나 맡아 한 하세가와의 공적과 파란만장한 삶, 호탕한 성격에 반해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1967년부터 1990년까지 135편의 시리즈를 발표하여, 서점에 '오니헤이 코너'가 생길 정도. 시리즈물은 판매부수 1,600만부를 기록하는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TV 드라마와 연극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께나미가 하세가와에게 '오니헤이 (귀신)'란 별칭을 지어준 것은 높은 범죄 검거율, 도적과 대치했을 때 보여준 압도덕인 검술과 완력, 도적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용병술, 고문할 때의 공포감 조성 등, 모든 면에서 악의 이미지가 없는 일본 귀신에 잘 어울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 속으로 쫓겨온 도둑 두목 헤이쥬가 "인원이 정비 되는대로 에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바람이 몰아치는 순간, 헤이쥬의 목에 칼을 들이민 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귀신잡는 하세가와 헤이죠(나까무라 기찌에몬).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간다고 했지? 네가 죽인 22명의 원혼을 갚는다"며 하세가와가 긴 칼을 휘두르는 순간, 화면은 컬러로 바뀐다.

도적 집단 기쯔네비의 두목 유고로(세라 키미노리)는 배다른 아우이자 부두목인 분키치(엔도오 켄이치)를 쫓아 오사카에서 에도로 온다.

분키치는 도적질 할 때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기쯔네비의 율법을 어긴 망나니이며, 오사카의 또 다른 대도 기꾸에몬(후지타 마코토)과 내통하여 형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간악한 인물. 이 정보를 얻은 이는 기쯔네비에서 일했던 유고로의 옛애인 오마사. 오마사는 지금 하세가와의 밀정이 된 처지.

한편 도적들의 적인 하세가와를 없애려는 기꾸에몬은 에도의 여두목 오가타(이와시타시마)와 내통한다. 오가타는 하세가와가 젊은 시절에 잠시 마음을 주었던 여인이나, 결혼을 하고 수사대장이 된 하세가와는 그녀를 잊은지 오래다.

하세가와에게 애증을 품고 있는 오가타는 하세가와에게 반항하는 철부지 아들 다쯔(토네사쿠 토시히데)를 미끼로 삼기로 한다.

크게 두 가지 사건을 병행시키며 하세가와의 공적, 사적 삶을 따라가는 협객물. <자객>의 감상 포인트는 하세가와의 인간적 매력. 부하를 다룰 때 보여주는 엄격함과 자상함, 가정의 법도 세우기, 자식 교육, 한을 품은 옛 여인에 대한 처리, 그리고 자신의 고독을 다스리는 법까지-이보다 더 매력적인 인물이 있을까 싶다.

입력시간 2001/11/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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