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의 한의학 산책] 체질과 술

술은 상승작용이 있어 적절히 사용된다면 약 못지않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그러나 술을 경솔히 여기다가 때로는 무서운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세미나 관계로 기차를 타고 광주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차내 방송으로 의사나 한의사를 급히 찾기에 방송실로 가보니 건강한 체구의 중년 남자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역무원 말로는 승객이 구토를 하기에 부축 했는데 느닷없이 발작을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응급 처치를 받고 다음 역에서 내려서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그 후 일이 궁금했습니다. 며칠 후 그 중년 남자가 말짱한 목소리로 필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살았다고 고마워하는 전화였습니다. 그는 병원에 갔더니 약물중독이라고 하더라며 진저리를 쳤습니다. 그날 기차를 타기 전 피부과를 다녀왔는데 피부과약을 먹고, 별 생각 없이 가끔 복용했던 관절염 약도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탄뒤 잠을 한숨 잘 생각으로 지나가는 홍익회 회원을 불러 술을 사서 마셨다고 합니다. 술이 흡수되면서 약물이 상승작용을 일으키자 순식간에 몸이 빳빳이 굳어지면서 경련을 일으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식은 있었는데도 심장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말을 할 수가 없더랍니다. 마치 바늘 끝이라도 몸에 닿으면 그대로 뻥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술을 적당히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가 있습니다. 남에게 술을 굳이 권할 일도 아니지만 어른이 나에게 술을 굳이 권할 때는 입술만이라도 적셔야 하는 것이 올바른 주도입니다. 그러므로 체질에 따라 술의 종류와 술을 마시는 방법에 관하여 알아 두는 것이 대인관계에 활력을 주며 개인적인 삶을 윤택하게 꾸려 갈 수 있습니다.

1. 소음인

비위가 약하고 몸이 냉하며 기가 부족하기 쉬운 체질이기 때문에 그 성질이 찬 맥주는 좋지 않습니다. 소주나 고량주, 양주, 찹쌀 동동주, 사과술, 대추술, 인삼술 등이 좋습니다. 소음인은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술을 많이 마셔야 할 경우 미리 인삼을 먹어 두면 술도 덜 취하고 피로도 덜하게 됩니다.

술을 마신 후에 인삼차, 생강차,꿀물, 북어국 등을 먹으면 빨리 회복합니다. 특히 음주 후 설사가 나면 건강이 나빠지기 쉬우므로 찹쌀 미음이나 생강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남들이 한다고 사우나나 찜질방에 가서 땀을 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2. 태음인

식성이 좋고 음식도 잘 먹으며 선천적으로 간의 기능이 다른 체질에 비하여 좋기 때문에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30대 이전에 과음하여 40대에 간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를 해야 합니다. 이 체질은 아무 술이나 잘 먹지만 장이 나쁜 경우 맥주보다 매실주가 좋습니다.

과음했을 경우 칡차, 율무차, 우거지탕, 무국, 콩나물국 등을 먹고 운동이나 목욕을 하여 땀을 많이 내게 되면 도움이 됩니다.

3. 소양인

열이 많고 음이 부족하기 쉬운 체질입니다. 생맥주가 좋습니다. 양주나 고량주같은 주류는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양주나 고량주를 소양인이 많이 마시면 혈열(血熱)이나 조열(燥熱)이 잘 생겨 번열(煩熱)이나 종기(腫氣)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과음후에 특히 변비가 생기지 않게 주의를 해야 하며 배춧국, 야채즙, 오이냉채, 북어국 등이 도움이 됩니다.

4. 태양인

간이 비교적 약하고 열이 많기 때문에 술이 잘 받지 않는 체질입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술은 생맥주가 괜찮은 편입니다. 소주, 양주는 좋지 않습니다. 소변이 시원하게 나와야 하므로 조갯국, 포도주스, 야채주스 등이 음주 전후에 도움이 됩니다.

신현대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1/11/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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