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만화토피아의 세계가 여기"

■ SIESTA(씨에스타)
(박희정 그림/시공사 펴냄)

국내 만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수준높은 개인 일러스트레이션 화보집이 출간돼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 여류 만화계의 선두 주자인 박희정(31)이 선보인 ‘SIESTA(씨에스타)’가 바로 그것이다.

이 화보집은 아마추어 만화 동호인으로 출발해 한국 순정 만화계의 주류로 성장한 만화 작가 박희정이 데뷔 후 8년간 그린 컬러 일러스트레이션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한 개인 만화가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단행본으로 엮어 나오기는 국내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일러스트 자체가 예술적 가치와 생명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이 독자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 지가 아직 국내에선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희정의 일러스트는 출판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출간됐다. 그것도 상당한 높은 가격으로. 이는 역으로 박희정이 국내 순정 만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인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 있었던 것이다.

박희정은 한국 순정 만화잡지 부흥기였던 1990년대 중ㆍ후반 잡지 표지를 가장 많이 그렸던 작가다. 국내에서 나온 순정만화잡지는 물론이고 잡지 캘린더, 브로마이드, 편선지, 노트 등에 그려진 컬러 일러스트의 상당수가 그의 작품이었다.

박희정은 순정만화 부문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 ‘호텔 아프리카’, ‘만화가네 강아지’, ‘theSTUPID’, ‘Secret’ 등을 내놓아 독자들을 사로 잡았다. 이런 배경이 개인 일러스트의 출간을 가능케 했다.

‘SIESTA(씨에스타)’에는 박희정의 초기 작품에서 최근 작에 이르는 113점의 컬러 일러스트가 수록돼 있다. 신비롭고 여성적인 감성이 가미된 모던한 캐릭터, 그러면서도 도발적인 펜터치와 섬세한 색채감이 조화된 일러스트들이 수록돼 있다.

단순히 통속적인 순정 만화 캐릭터를 보는 듯한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꿈과 이상, 상상 속에서나래를 펴는 10대 청소년들의 유토피아적이면서도 다소 반항적인 이미지들이 묘사돼 있다.

박희정을 좋아하는 만화 독자는 물론 미술 애니메이션 캐릭터등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지망생들에게도 유용한 자료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12/04 15:1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