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축구를 예술로 승화시킨 스포츠 영웅의 생애

■펠레-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
(펠레ㆍ로버트 L. 피시지음/유혜경 옮김/미다스북스 펴냄)

예술, 학문, 사업, 스포츠 등어느 한 분야에서 최정상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분명 일반인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것은 타고난 천재성이나 숨은 노력, 주변의 도움, 아니면 뜻하지 않은 행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그들만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이 뒷받침돼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단순한 성취감을 탐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자신의 삶과 이상을 실현시키고자 치열하게 살아온 것이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펠레. 사람들은 그를 20세기가 낳은 ‘축구 황제’라고 부른다. 일부 사람들은 그를 ‘공 하나 잘 차는 것으로 부와 명예를 얻은 행운아’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펠레는 세계 수억 인구가 즐기고 열광하는 축구라는 스포츠 분야에서 지존의 위치에 도달한 스타다. 그에게 축구는 하나의 삶이며 철학이자 종교다. 이것은 그가 스포츠계의 인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 절하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축구 황제’ 펠레(61)가 자신의 축구 인생을 담은 자서전 ‘펠레-나의 인생과 아름다운 게임’을 펴냈다. 펠레는 1958년 스웨덴, 1966년 칠레, 1970년 멕시코월드컵대회에서 3회 우승의 기적을 만든 신화적인 축구 스타. 그는 역대 월드컵 대회 사상 3번 우승한 팀에서 뛴 유일한 선수다. 그는 평생1,300골을 기록, 거의 한 경기마다 한 골을 넣은 기록도 갖고 있다.

매스컴 인터뷰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이며 88개국을 방문해 10명의 왕과 5명의 황제, 70명의 대통령, 40명의 주지사, 2명의 교황과 만난 주요 인물이다.

그는 축구 뿐 아니라 은퇴 후 영화배우 탤런트 시인 음악가로 활동했으며 검정고시로 대학을 나온 뒤에도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로 의사 소통을 할 정도로 비상한 재능을 보인 20세기형 월드 스타다.

이 책에서 펠레는 자신의 성장 과정, 축구에 대한 자신의 열정과 철학을 털어 놓는다. 자신의 자아와 세계를 향한 삶과 철학을 축구와 동일하게 여겼고, 팀이라는 공동체 철학이 관통하는 축구 경기를 ‘아름다운 게임’이라고 말한다. 축구라는 운동으로 기적을 만든 천재이자 영웅이다.

펠레는 자신의 어린 시절은 단 한가지 열정이자 전부였던 축구를 하기 위한 치열한 과정이었다고 술회한다. 가난하지만 엄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어린시절 구두닦이와 파이 장사를 하며 살림을 도와야 했다. 완고한 어머니는 아들이 변호사나 의사가 되기를 원했지만 어린시절 펠레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양말을 뭉친 공을 맨발로 차는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열정을 서서히 키워 나갔다. 유니폼과 운동화 공을 가진 정식 축구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카드 앨범을 팔고 땔감을 날랐으며, 몰래 땅콩을 훔치는 도둑질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 놓는다.

또한 무명 프로 축구 선수였던 아버지를 통해 축구의 기본 정신과 기술을 전수받았던 일도 술회한다.

이 책은 축구 황제 펠레의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다. 제3세계의 감성이 숨쉬는 성장 문학적 요소가 담겨 있으며, 축구라는 ‘아름다운 게임’을 삶의 철학으로 삼아 열정적으로 살아온 한 인간의 생애가 드라마틱하게 녹아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12/04 15:19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