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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종교적 전체주의

[미국 들여다보기] 종교적 전체주의

미국에 살면서도 일상 생활에 쫓기다 보면 자기 주변 환경이라는 창을 통해서 미국을 보게 되고 그것이 마치 전체 미국의 모습인양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신문이나 방송 등의 언론 매체를 자주 접하려고 노력하지만 주로 사실 보도 기사 정도를 읽고 나면 대개 시들해진다.

보다 공을 들인다고 하면 주요일간지의 사설이나 독자 의견란, 칼럼 등도 일독하지만 우리 나라 신문과 마찬가지로 고루하고 현학적인 표현으로 가득 찬 사설이나 칼럼은 별로 흥미로운 읽을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 빼놓지 않고 보는 것이 있다면 뉴욕 타임스에 실리는 톰프리드만(Tom Friedman)의 칼럼이다. 확인은 안 해 보았지만 이름이나 글 쓰는 문투로보아 유태인 같은 프리드만은 사태의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명쾌한 필치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정보화시대와 세계화를 다룬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그의 저서는 여전히 베스트 셀러 대열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칼럼에서 이번 9월11일 이후의 일련의 사태를 제3차 대전이라고 하면서 제2차 대전과 2차 대전 이후 전개된 냉전이 나치즘과 공산주의라는 세속적전체주의에 대한 싸움이었다면 이번 제3차 대전은 종교적 전체주의에 대한 응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서 지금 부시 정부가 아무리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나 알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공격이 소수 이슬람 과격 주의자들이 자행하는 테러리즘과 이를 지원하는 세력에 대한 전쟁이며 이슬람교 전체에 대한 문명전쟁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좀 넘겨짚어 말하자면 이슬람종교가 전체주의적인 요소를 벗어나 새로운 보다 근대적인 종교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그는 한 유태교 랍비(유대교의 율법교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성서에 뿌리를 둔 모든 신앙은 그것이 유대교든 기독교든 또는 이슬람교가 되었든 모두 자신들만이 배타적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탈레반 정권이 아프가니스탄의 석불을 파괴한 것도 이런 배타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이슬람 교 뿐만 아니라 유대교나 기독교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응되는 개념이 종교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다원주의인데 이러한 다양성의 메카가 바로 미국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을 멸망시키려고 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다원주의에 입각한 종교적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제2, 제3의 오사마 빈 라덴은 계속 출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제3차 대전의 진정한 전사는 아프가니스탄의 오지에서 기민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국이나 영국의 특수부대원이 아니라 바로 이슬람교, 기독교 또는 유대교 등의 종교지도자 및 이론가들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어쩌면 종교적 전체주의의 위협에 대한 처방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보다 신나고 살맛 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반적인 해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작 지켜야할 조그마한 절차는 편의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안 지키면서 편을 갈라 우리가 아니면 세상이 무너질 듯이 피 터지게 싸우는 일이 되풀이 되어왔다.

그렇게 싸우다가 지면 자손대대로 원수가 되어 집안으로, 지역으로 또는 학교에 따라 패거리를 만들었다. 우리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편견을 가지는 어른들한테서 아이들이 ‘왕따’ 이외에 배울 것이 더 무엇이 있었을까.

민주주의라는 도그마에 빠져서 우리는 정작 얼마나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여왔는지는 새삼 말을 꺼낼필요도 없을 것이다. 힘없을 때 정의나 공평이라는 이름으로 떼쓰던 것을 힘이 생기니까 필요 없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이다.

아마도 방글라데시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다 같은 외국인으로 볼 수 있는 우리, "참 잘했어요"라는 스티커뿐만 아니라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는 스티커도 붙여주는 학교, 반드시 교회를 나가지 않아도 천당에 갈 수 있다고 믿어도 되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살고 싶은 사회이며 좀더 자유롭고 덜 전체주의적인 사회가 아닌가 한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1/12/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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