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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의 낯 뜨거운 '오리발'

권력기관의 낯 뜨거운 '오리발'

국정원ㆍ검찰ㆍ경찰 미묘한 삼각관계 갈등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3대 권력기관이 3각 관계로 얽히고 설켜 미묘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크게 보면 수지 김 간첩조작ㆍ은폐 사건이 발단이다.

검찰이 밝혀낸 이사건의 조작ㆍ은폐의 중심에 국정원이 있고, 경찰은 국정원의 압력으로 수지 김 피살사건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조작으로 피해자인 수지 김 가족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면서 풍비박산했다.

국민이 분노하는 이 사건의 칼자루를 쥔 곳은 검찰이다. 검찰의 심기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신승남 검찰총장이 야당으로부터 사퇴 촉구를 받고 있다. 신 총장의 국회출석을 의결한 야당은 신 총장이 응하지 않을 경우 탄핵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그동안 각종 게이트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오던 검찰은 국정원의 수지 김 간첩조작ㆍ은폐사건을 터뜨렸다.

지난해 진승현 게이트 사건 수사에서 국정원 일부간부들의 개입 연루 의혹을 얼렁뚱땅 처리했던 검찰의 직격탄에 국정원이 당황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구 안기부의 구태를 답습했다는 비난 여론에 국정원으로서는 자체조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나 그 불똥이 어디까지 뛸지 전전긍긍이다.

그러나 국정원 일각에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협조적’(?)이던 검찰이 돌변한 것은 검찰에 쏠리는 비난을 돌려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없지 않다.

검찰의 수지 김 사건 수사가본격화하면서 국정원과 경찰,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국정원 간부들과 경찰 간부들이 줄줄이 소환을 당하면서 책임떠넘기기 추태가 벌어졌다.

먼저 수지 김 사건 수사중단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외압행사 및 경찰 수뇌부와의 공모 여부를 놓고 양측의 진술이 상반된다.

특히 김승일 전 국정원 대공수사국장이 최근 이무영 전 경찰청장에게 수사중단 외압사실을 감춰줄 것을 부탁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측간 폭로전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국정원ㆍ경찰 책임 떠넘기기 추태

김 전 국장은 검찰조사에서 “2000년 2월 이무영 당시 경찰청장을 찾아가 5, 6분간 수지 김 사건의 내막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혀 이 전 청장이 사건은폐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검찰에보낸 서면 진술서에서 “지난해 김 전 국장이 갑자기 찾아와 메모쪽지를 전달하며 협조를 부탁해 실무자들과 협의하라고 권고했다”며 사건내막에 대한 사전인지 및 공모 사실을 강력 부인했다.

경찰에 대한 외압 여부에 대해서도김 전 국장은 “사건내막을 설명했지만 수사를 덮어달라고 직접 부탁한 적은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김 전 국장이 메모를 전해주며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해 최소한 청탁 시도가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앞서 김모 전 국정원 대공수사1단장은 “김 전 국장이 수사무마를 요청해 이 전 청장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진술했고, 김병준 당시 경찰청 외사관리관(현 경찰청 정보국장)도 “이 전 청장이 국정원협조사항에 대해 검토해 보라고 지시해 사건을 국정원에 이첩한 뒤 구두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강수 당시 경찰청 외사 3과장은 김 외사관리관과의 대질신문에서 “김 관리관이 ‘청장의 지시니까 기록을 (국정원에)넘기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전 청장이 압력을 받아 수사기록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김 전 국장과의 협의 하에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대립이 심화하자 이 전 청장은 한발 더 나가 “김 전 국장이 지난 15일 찾아와 ‘내 (입장이) 곤란하니 죽은 엄익준 차장이 전화해서 처리한 것으로 해달라’고 요구해 엄 차장한테 전화받은 일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화를 내며 거절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청장은 모 일간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또 “국정원 일부 간부들이 경찰을 기만해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건 전모를 설명했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살인사건인 줄 알고도 협조를 하라고 했다는게 말이 안된다는 것이 이 전청장의 주장이다. 수사기록을 넘겨준 것은 대공사건으로 알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사건이 국가기관간의 갈등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는 말도했다. 하지만 이 전 청장이 사건 내막도 모르면서 수사중단을 지시했을 가능성은 적다.

이 전 청장의 발언으로 일단김 전 국장 등이 큰 타격을 입게 됐지만 국정원측이 이 전 청장의 약점을 들추며 반격할 경우, 상호 비방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높다.

비방전은 검찰의 수사로 ‘국정원과 경찰 고위층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라는 사태가 닥칠조짐이어서 관련자 개개인이 사법처리를 면하기 위한 진술과 조직의 상처를 덜받기 위한 조직간의 입맞추기 진술 등 두갈래가 예상된다.

결국 국정원의 외압 및 경찰 고위층의 공모여부, 구명로비 의혹은 이 전 청장과 김 전 국장, 실무자간 대질 신문을 통해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덤터기 씌운다”경찰 반발

현직은 아니지만 총수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경찰은 곤혹감과 함께 검찰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청장이 국정원 간부와의 교감 속에 내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처벌을 받을 경우 지금까지 이 전 청장에 의해 추진됐던 경찰 개혁의 정신이 훼손됨은 물론 경찰 위상의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이 전 청장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흘리는 등 경찰을 몰아붙이는 감이 없지 않다는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경찰은 우선 수지 김 피살사건이 대공수사와 관련이 있고, 국정원의 대공수사 조정권에 따른`선(先)수사 우선권' 등을 내세우며 수사관행상 경찰로서는 내사중단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그 같은 주장에 대해 조직과 조직원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주장대로 대공수사라면 오래 전에 결론이 난 것인데 뒤늦게 손을 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가족 등의 진정에 따라 간첩사건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국정원이 개입해 그만두었다가 압력에 따른 중단이라는 비난에다 관련자사법처리까지 거론되자 이를 회피하기위해 대공수사 조정권을 들먹인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검찰 분위기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힘없는' 경찰에 덤터기를 씌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경찰은 지금까지 대공사건은 물론 일반 사건도 여러 형태로 국정원과 검찰의 간섭을 받아왔다"면서 "경찰이 언제 한번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경우가 있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이 전 청장의 사법처리 가능성이 보도되자 `사실확인도 없이 국정원의 일방적 말만 믿고 경찰을 몰아부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경찰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국정원, 경찰 등 세 곳의 수사주체간`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자리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의 일방적 수사지휘나 무리한 간섭 등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이다. 해묵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문제로 번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정진황 사회부기자 jhchung@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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