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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설, 설, 설… '3차 은행 합병의 실체는?'

들끓는 설, 설, 설… '3차 은행 합병의 실체는?'

다양한 구도 거론, 자발적 '짝짓기'등 물밑타진 활발

은행권이 또 다시 ‘빅 뱅’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은행간 추가 합병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합병설은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제일+하나, 제일+한미, 조흥+서울, 외환+서울, 신한+한미등 거론되고 있는 조합만도 5~6개에 달한다.

하지만 1년여간의 ‘연애’ 에도 불구하고 끝내 ‘파경’에 이르렀던 하나와 한미은행의 전례를 볼 때 아직 3차 금융구조조정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섣부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전의 은행 합병과는 달리 정부 주도가 아닌 은행들의 자발적인 짝짓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

더 이상 정부가 강제적으로 통합을 강제할 명분이 없는데다 총자산 180조원에 달하는 통합 국민은행의 위용이 기존 은행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축, 제일은행

1999년말 단 돈 5,000억원에 제일은행의 지분 51%와 경영권을 인수한 미국 뉴브리지캐피탈. 전형적인 헤지펀드인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인수를 통해 노린 것은 두 말 할 것 없이 단기에 투자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었다.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최고의 은행을 만들겠다”던 윌프레드 호리에전 행장의 일성에도 불구하고 제일은행의 변화를 기대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난 현재. 호리에 전 행장은 뉴브리지와의 갈등 끝에 결국 중도하차했고 신임 로버트 코헨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인력과 점포를 10% 이상 감축하겠다고 나서며 노조와 갈등관계를 형성했다.

이를 두고 금융계에서는 “지분 매각이나 합병을 위해 조직 감축 등의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해석이 파다하다.

제일은행 인수 2년째를 넘기는 내년부터는 지분 매각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데다 이미 상당한 투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순자산가치 증가분, 경영권 양도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수익률이 70~100%에 달할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단기 투자펀드인 뉴브리지로서는 이미 투자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뉴브리지가 파트너로 점찍은 곳은 국민, 신한, 하나, 한미 등 국내 우량 시중은행. “뉴브리지측이 9월께 이들 은행과의 접촉을 통해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을 제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언지하에 거절 의사를 밝혔고 신한과 한미은행도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당사자들의 적극 부인 속에서도 제일과 하나은행간 합병설이 급속도로 확산된것도 이 때문이었다. 두 은행이 합쳐질 경우 총자산이 78조원(하나 51조원, 제일 27조원)에 달하는 우량 대형은행이 탄생한다는 점에서 무시못할 파워를 형성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소매금융에 취약한 하나은행이 제일은행의 소매금융 분야의 장점을 흡수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 속에 합병설이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후 하나은행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뉴브리지가 오히려 하나은행보다는 한미은행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지분 매각이 아닌 합병의 방식을 택한다면 뉴브리지는 한미은행을 더 선호할 것이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칼라일 역시 헤지펀드인 만큼 양측의 이해가 부합되는데다 경영진 역시 씨티은행 출신이어서 뉴브리지의 ‘입 맛’에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번째 축, 서울은행

은행 추가 합병설이 급속히 확산될 즈음.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서울은행은 조흥은행과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서울은행에 ‘공개 구혼’을 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수차례 서울은행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지만 이 발언은 다른 시중은행들의 합병 움직임과 맞물려 상당한 파급을 불러왔다.

위 행장은 “서울은행 인수와 관련해서는 ‘웨이트 앤 씨(Wait and See)’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며 “기다린 끝에 기회가 온다면 주저없이 합병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현대 리스크’로 곤욕을 겪은 외환은행도 비록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서울은행 인수에 적잖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과의 합병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있다.

정부는 서울은행과 우량은행의 합병을 내심 바라며 이미 국민,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에게 인수 검토를 제의해놓은상태. 이들 은행은 그러나 “인력과 점포를 절반이상 줄이지 않는다면 인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당사자인 서울은행은 금융전업그룹 매각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등 이해관계자 3자의 희망사항이 서로 엇갈리고 있어 서울은행을 축으로 하는 합병 구도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세번째 축, 우량은행간 합병

신한(자산 57조원), 하나(51조원), 한미(34조원). 거의 모든 은행이 합병 대상으로 선호하는 몇 안되는 우량은행이지만 당사자들 합병 파트너를 찾는데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산 규모가 통합 국민은행(180조원)에 비해 3분의 1에도 못 미쳐 국민은행이 물량 공세를 펼칠경우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어 “세 은행 중 두 은행이 결합할 경우 나머지 한 은행은 도태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김승유 하나은행장도 “자산 규모가 100조원은 돼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누누이 밝히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가장 주목되는 조합은 신한과 한미은행의 결합.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하나와 제일은행간 논의에 비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신한과 한미가 서로 합병을 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무산된 바 있는 하나와 한미은행의 결합이 재추진될 수도 있다. 관건은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미 칼라일. 칼라일측은 합병에 대해서는일체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하나은행과는 이미 끝난 것 아니냐”고 밝히고 있어 재결합 성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하나+한미’의 3자 합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만약 이들 세 은행이 결합할 경우 자산 규모 142조원으로통합 국민은행과 쌍벽을 형성하며 명실상부한 초대형 우량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태 경제부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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