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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한·일 월드컵] "실력으로 말할 뿐, 행운은 없다"

[2002한·일 월드컵] "실력으로 말할 뿐, 행운은 없다"

한국 월드컵 16강 향한 본격 카운트다운

‘이제 주사위는 던져 졌다. 철저한 대비와 실리 축구로 16강의 틈새를 노린다.’

2002 한ㆍ일월드컵축구대회 본선카운트다운을 의미하는 조추첨이 끝남에 따라 한국 대표팀이 16강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갔다.

한국 대표팀은 1일 부산에서 벌어진 조추첨에서 당초의 기대와 달리 전통적 강세를 보여왔던 유럽 국가가 2팀이나 같은 조에 배정된 것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개최국이란 자격으로 사상 첫 1그룹 시드 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북미나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유럽의 전통 강호인 포르투갈 폴란드와 대적해야 하는 것에 축구인들은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


“홈그라운드 잇점을 살려라”

축구 전문가들은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확실히 얻는’ 실리 축구 전략을 구사하고,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보탠다면 한국의 16강 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버거운 상대인 포르투갈과는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대신 폴란드나 미국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축구에서는 ‘상대를 얼마나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느냐’는 정보전이 더욱 중요한 만큼 남은 6개월간의 기간에 전지 훈련 등을 통해 상대팀 정보를 축적하고 대비 하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에게 가장 무거운짐은 역시 포르투갈이다.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우승 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은 1960년대를 주름 잡은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예전에는 ‘유세비오’라고 통칭함)라는 축구 스타로 국내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팀이다.

에우제비오는 1966년 영국 월드컵 8강에서 북한에 0-3으로 뒤진 상태에서 4골을 작렬, 5-3으로 기가 막힌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주인공. 그 대회에서 3위에 올라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포르투갈은 이후 전력이 떨어져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년만인 1986년 멕시코대회에 진출했으나 조별 리그에서 최하위로 탈락했고, 1998년에는 FIFA랭킹 4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성인 대표팀과 달리 1980년대말부터 어린 청소년 선수들 사이에서 걸출한 예비 스타들이 자라고 있었다.

포르투갈이 최근 중흥기를 맞게 된것은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누누 고메스 등 1989, 1991년 세계청소년선수권 2연패의 주역들이 성장 하면서 부터다. 이들이 주축이 된포르투갈은 지난해 유럽선수권에서 영국 독일이 속한 ‘죽음의 조’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번 월드컵 유럽 지역에서도 포르투갈은 2조에서 무패(7승3무)를 기록,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를 가볍게 제치고 본선에 직행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최근의 포르투갈 전력은 유럽 전통 강호들도 두려워 할 정도로 가공할 수준에 있다.


폴란드ㆍ미국과 승부 걸어야

한국 대표팀이 ‘승리 또는 최소한 무승부’로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폴란드는 최근 몇 년간은 다소 침체했지만 1974년 서독대회와 1982년 스페인대회에서 두 번이나 3위에 올랐던 동구권 축구의 대표주자다. 4년 뒤인 1986년 대회에서도 2회전에 진출했지만 16강에서 브라질에 참패한 뒤 월드컵에서 자취를 감췄다.

폴란드는 이번에 16년만에 본선에 재진입한데는 23세의 흑인 엠마누엘 올리사데베의 공이 절대적이다. 1996년 나이지리아 득점왕 출신인 올리사데베는 1999년 폴란드에 귀화, 유럽예선에서 골 폭풍을 일으키며 제2의 조국 폴란드를 본선에 올려놓았다.

독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뛰고 있는 골잡이 파벨 크리잘로비츠와 마르신 줄라코프, 플레이 메이커 표트르 스비어체브스키 등이 경계 대상이다. 역대 월드컵 전적은 13승5무7패,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6승3무1패를 기록했다. 현재 FIFA랭킹은 33위에 있다.

미국은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의‘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팀이다. 19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4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고 있는 미국은 최근에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는 다크호스다.

미국내 4대 프로 스포츠에 비해 인기가 없지만 40년만에 본선에 오른 1994년 대회에서는 유고 출신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의 지휘 아래 16강에 진출했을 정도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자국 리그(MLS) 출신과 유럽파가 절반씩 구성돼 있고 주전과 후보의 기량차가 거의 없다.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아 중남미가 아닌 유럽 스타일 축구를 구사한다. 투 톱 어니 스튜어트, 조 맥스 무어로는 최종 예선에서 미국의 11골 중 7골을 합작했을 정도로 공격의 핵심을 이룬다. 하지만 미국은 주전들이 30대 중ㆍ후반으로 나이가 많아 체력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16강 해볼만 하다”

전문가들이 보는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전망은 대체로 ‘최상의 조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번 해볼 만은 하다’는 쪽으로 압축된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포르투갈은 유럽에서도 최고의 기술 축구를 자랑하는 팀이라 수비 위주로실점을 줄이는 작전으로 대응하고, 폴란드와 미국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하면 승산은 있다”고 말했다.

허정무 KBS해설위원도 “우리가 좋아하는 남미팀이 없고 유럽팀이 둘이나 포함된 것은 불운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미국을 상대로 1승을 올리고 나머지 경기에서 최소한 패하지않는 실리 축구 작전을 펴면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톱시드에서 탈락한 유럽 국가 중 포르투갈이 우리 조에 배정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더구나 폴란드까지 상대하게 돼 있어 예선전 어느 것 하나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힘겨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대표팀의 16강진출은 앞으로 있을 최종 전력 점검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9일 서귀포에서 본선에서 맞닥뜨릴 미국과 대결한다. 이 경기 이후 히딩크 감독은 본선에 출전할 최정예 베스트 멤버를 확정 짓는다.

이때 선발된 주전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내년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골드컵에서 또 한번미국과 재격돌할 기회를 갖는다.

2월에는 홍콩칼스버그컵대회(2월10~13일)에 출전하는 데 유럽 팀이 참가할 것으로 보여 좋은 시험 무대가 될전망이다. 3월에는 ‘유럽 타도’의 마지막 담금질로 스페인 전지 훈련을 떠난다. 대표팀은 그곳에서 한달간 머물면서 현지 클럽 팀들과의 친선 경기를 벌이며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A매치도 가질 계획이다. 4월말부터는 국내에서 최종 마무리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은 “포르투갈은 말할 것도 없고 폴란드 미국 등 같은 조에 있는 팀 중에서 어느 한 팀도 만만한 상대는 없다”며 “한국 대표팀은 최근 평가전에서 보듯 분명 나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에게는 누구보다 충성심이 강한 서포터스가 있어 이것이 큰 홈 어드밴티지로 작용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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