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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美 국내 치안, 연방군이 나선다

[TIME] 美 국내 치안, 연방군이 나선다

본토방위사령부 신설, '경찰이 지역방어' 전통에 변화

미국 국내의 안보는 줄곧 경찰의 일이었다. 하지만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끼여들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군 종사자들은 미네아폴리스(미네소타 주의 주도) 같은 대도시의 도심이나 극장을 지키려고 군대를 직장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생각을 고쳐먹어야 할 것 같다.

펜타곤은 지난 주 미국 영토 방어를 책임질 고위 군 간부 자리를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인의 생명과 관련된 모든 일에 펜타곤이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9월11일 테러 대참사 이후 펜타곤의 전투기들이 미국 상공을 순찰하고, 수천명의 군인들이 공항과 주요 다리, 항구 댐 등을 지키고 있다.


복잡한 지휘체제로 본토방어에 '구멍' 우려

이들 군 병력의 지휘부는 서로 다르다. 전투기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항구는 해안경비대와 펜타곤의 통합사령부(Joint Forces Command)가 지휘하고 있고, 주 방위군(National Guard)은 주지사가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이 같은 지휘계통은 관료주의가 빚어낸 난장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군은 이제 4성 장군을 신설해 다른 4성 장군들이 유럽과 태평양 등을 맡고 있는 것처럼 미국 국토를 그에게 맡기려 하고 있다.

이들 지역 최고 사령관은 CINC(Commander in Chief)로 불린다. CINC는 50여년전인 2차 세계대전직후 만들어진 자리이지만 미국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4성 장군 같은 고위 군 간부까지 배치한 전례는 없다.

만약 새 사령관이 신설된다면 미국내 군 병력 80% 가량을 관장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통합사령부나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NORAD가 사령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방위사령관 또는 미국 사령관은 톰 리지가 이끌고있는 조국안보국을 보좌하게 된다.

물론 조국방위사령관이 조국안보국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테러 대참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에 조국방위사령관이란 개념이 자연스럽게 보일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상당히 과격한 발상이다. 펜타곤은 미국 내 도시 방어 등 국내 업무와 거리를 유지해왔으며 경찰과 소방관등이 지역방어를 대신해왔다.

이 같은 전통은 1878년에 제정된 민간자경단 소집법(PosseComitatus Act)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치안유지 범인체포 등 법 집행을 위해 보안관이 15세 이상의 남자를 자경단(posse)에 소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9세기에 제정된 '자경단법' 재검토

그런데 당시 의회는 이 법을 통과시키면서 자경단이 국내 치안에 기여를 할 수있는 만큼 군대를 치안유지 목적으로 동원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를 근거로 군대의 민간인에 대한 수색이나 구금, 체포 등은 불법(베트남전쟁 당시 반전시위나 93년 LA 흑인폭동 당시 군대가 투입됐음. 그러나 동원된 군인은 연방군이 아닌 주 방위군였음. 주 방위군은 주지사 지배하에 있는 모집된 국민군, 즉 자경단 성격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이 됐다.

이 법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그랜트가 남북전쟁에서 패전한 남부 주의 선거를 앞두고 군인들을 대거 연방 보안관으로 투입하자 남부 주들이 “그랜트가 자기 당의 후보를 보호하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제정됐다.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이며 국방위원회 소속인 존 워너 의원은 “21세기는 얼굴 없는 전쟁이란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21세기 관점에서 19세기에 제정된 낡은 이 법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자유주의자들은 민간자경단 소집법의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소식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팀 에드거는 “군인들이 경찰 업무를 해서는 안 된다. 군인들은 경찰 업무를 위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며 “엄청난 물리력을 동원해 적을 무찌르는 것과 시민을 상대로 때로는 협상까지 벌여가며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작전능력 약화" 신중론도

군내 전통파들도 미국 본토 방어를 너무 강조하다 보면 미군의 해외작전 능력이 약화된다며 법 개정에 대한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사령관 신설을 지지하면서도 새 사령관에 큰 힘을 주지 않으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심장인 위싱턴과 뉴욕이 어이없이 강타를 당한 데 따른 강력한 재발방지책인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펜타곤의 관료주의 정도나 견제하려는 소극적인 보완책인 것 같기도 하다.

미국사령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위기 관리시스템이 가동되면 대참사 발생시 911 당시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기관들은 현재 경찰 등 각종 법 집행기관과 위기대응기관이 맡고 있는 업무는 군 병력에 넘기기를 꺼려할 것이다. 주지사를 비롯한 주정부도 해당 지역에 정통한 자신들이 임시 주둔군보다 고향과 이웃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백악관이 미국사령관에 큰 힘을 주지 않으려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이 군인들은 ‘최후수단’으로 동원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리지국장의 주 지사 친구들(리지 국장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지냈음)은 ‘어릴 때부터 경찰과 함께 자라온 우리에겐 군인보다 경찰이 대하기가 편하고 펜타곤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장교들은 자신들의 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내년 초에 새로운 CINC를 임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펜타곤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만 활동하다 없어지는 임시 자리가 아니라 후임자가 계속 나올 영구적 자리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해병대 사령관으로 합동참모본부 일원인 짐 존스 장군은 “좋은소식은 사령관 신설과 관련된 모든 일이 거의 성사 단계에 들어갔다는 점”이라며 “사령부 신설은 수만명의 군인을 늘리는 대규모 병력 보강이라기보다는 군대를 재편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고 설명했다.

9월11일 워싱턴의 펜타곤 건물로 돌진한 아메리칸 에어라인 77기의 충격파가 이제는 직제신설과 군 인사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리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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