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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괴담에 떠는 펀드매니저

퇴출 괴담에 떠는 펀드매니저

빗나간 시장전망으로 수익률 바닥, 몸값도 곤두박질

여의도 증권가의 펀드매니저들이 퇴출 괴담에 떨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우면서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어느해 보다도 추운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바람에 지난 9월말부터의 급등장에서 수익률을 거의 올리지 못한 펀드매니저들이 연말연초 연봉 협상과정에서 사실상 대거 퇴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한 투신운용사의 주식운용본부장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지자 증권가에서는 “괴담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 수난시대 올것”소문

S투신운용의 주식운용을 총괄했던 K 상무가 지난달 23일 사임했다는 소식은 국내 투신운용사나 기관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사표를 제출하게 된 것이며 주식 운용을 잘못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가 결코 아니라는 K씨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최근 주가 급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들이 적지 않다.

한 펀드매니저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K씨의 사임은 사실 이번 급등장에서 지수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했던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에게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며 “펀드매니저 수난 시대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선망의 대상에서 비애의 주인공으로?

투자신탁증권사나 은행, 보험,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의 투자 자산을 운영하는 담당자인 펀드매니저는 쉽게 말해 기관의 뭉칫돈을 갖고 주식이나 채권 등을 언제 얼마나 어떻게 사고 팔 지 등을 결정하는 전문가들이다.

통상 이들은 전문 지식과 시장 조사, 업계 경험 등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투자판단을 내리고 자산을 운용한다.

이들의 판단 하나에 수십억원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펀드가 황금알을 낳을 수도 있고 눈덩이처럼 느는 손해가 될수도 있다. 이 때문에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에는 펀드매니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른다.

1998년말과 99년의 대세 상승장에서는 연봉이 1억원을넘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다수 탄생했던 것도 이러한 펀드매니저의 역할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번만 잘못 판단해도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신세가 될 수있는 것이 또한 펀드매니저의 비애이다.


수익률 저조에 고객 항의 빗발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퇴출 괴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수익률을 제시할 수 없는 데에 기인한다.

사실 911 테러 이후 국내 기관 펀드매니저들은 증시가 추가 하락하거나 지루한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년여동안 500~630대의 박스권안에서 움직인 지수가 9월말 테러 충격으로 460대까지 추락하자 시장에는 400선도 위험하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 때문에 기관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을 갖다 팔기 바빴다. 그러나 외국인은 기관과는 달리 순매수로 대응했고 이러한 외국인의 힘에 지수는 올라갔다.

특히 기관 펀드매니저들은 지수가 500, 520, 550, 600까지 치솟을 때에도 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오를 때마다 주식 비중을 줄였다. 그러나 결국 지수는 암울한 비관을 모두 물리친 뒤 680대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갱신했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에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펀드매니저들을 모두 바꾸라는 고객들의 전화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지수가 떨어질 때에는 펀드 수익률이 저조해도 이해하는 편이지만 이번처럼 지수는 올랐는데 수익률이 제자리일 때에는 상대적인 소외감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썰렁한 연말 “아! 옛날이여”

달라진 접대 문화도 펀드매니저들에게는 더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8월 증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이 개정된 뒤부터는 ‘옛날같지 않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체감온도이다.

사실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법인 브로커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불려진다. 어느 증권사를 주문 창구로 쓰느냐가 펀드매니저의 고유권한인 상황에서 증권사 법인 브로커들이 펀드매니저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접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 법인부 직원이 법인카드로 펀드매니저를 접대할 경우엔 1회에 20만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한사람의 접대비가 200만원을 넘을 때에는 반드시 대표이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접대 사실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고 그 기록은 5년간 의무적으로 보관토록 했다. 밥 한끼 먹는 것도 기록으로 남는다면 펀드매니저들이 흔쾌할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개정된 규정은 사실상 펀드매니저들과 증권사 법인 브로커가 고질적인 접대 문화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눈치 빠른 법인 브로커의 경우 자기 카드로 펀드매니저 접대에 나서고 나중에 이를 회사에 청구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또 회사에서 법인부 직원 월급에 상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넣어 주면 이 돈으로 접대를 하는 등의 편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예전처럼 자유롭게 접대할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썰렁한 연말을 보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 뭇매에 “우리가 무슨 잘못” 항변

더군다나 최근에는 여론마저 펀드매니저들에게 뭇매를 때리고 나섰다. 한 경제지가 최근 2개월 동안의 급등장에서 국내 기관들이 중장기적 전망없이 초단기 매매에 집착하는 바람에 결국 수익률 저조에 허덕이게 됐다며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또 펀드매니저들의 연봉이 수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여론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수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연봉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한 펀드매니저는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는 연봉제로 계약을 하지만 연봉액은 개인별 능력과 회사 안에서의 직급과 경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능력있는 일부 팀장급 펀드매니저의 경우 억대에 육박하긴 하나 자산 운용이라는 것이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리서치, 위험관리, 마케팅 등의 다양한 조직이 후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에게만 거액의 연봉을 줄 순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다른 펀드매니저도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펀드매니저들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펀드로 돈이 들어오면 주식을 사고 환매 요구가 생기면 팔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투자자들이 중장기로 보지 않고 길어봐야 1년인 단기간의 절대 수익률로 펀드매니저를 판단하려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경제부기자 ikpark@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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