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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매립·간척사업] 개발논리에 매립된 매립지 정책

[뒤죽박죽 매립·간척사업] 개발논리에 매립된 매립지 정책

김포매립지 복합생태도시로 개발키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영종대교를 빠져 나오면 오른쪽에 펼쳐지는 황량한 벌판인 김포 매립지. 누렇게 쓰러진 갈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밭 작물 잔해, 말라 비틀어져 회색 빛을 띄는 하천 바닥… 이 매립지뒷편에 있는 산업단지내 공장에선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올라 더욱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변은 산업단지에서 배출된 매캐한 분진과 매연으로목이 잠길 정도로 공기가 탁했다. 인간에 의해 훼손된, 그래서 ‘돌연변이가 된 자연’ 바로 그것이었다.

김포 매립지(일명 동아 간척지)용도 변경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김포 매립지는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동아 건설 부도 위기 때 뜨거운 논쟁이 됐던 사안.

동아그룹은 IMF 비상 상황이었던 당시 회사가 위기 상황을 맞자 40억달러의 외자 유치 명분을 내세우며 이 부지의 용도 변경을 추진했다.

그러나 ‘개인 기업에 특혜를 줄 수없다’는 정부의 논리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땅은 6,355억원(평당 17만원)에 농림부 산하의 농업기반공사로 넘어갔다. 농업기반공사는 연간 600억원이나 되는 이자 비용을 떠 안으며 이 땅을 관리해 왔다.

김포 매립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된 것은 올해 초 인근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부터. 정부는 지난해 국토연구원이 짠 토지이용 계획에 따라 이곳에 새로운 개념의 농업생태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뉴라운드에 대비해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할 의사를 비치면서 김포 매립지를 당초의 농지 전용이 아닌 국제업무 관광물류 주거 첨단연구단지 기능을 가진 복합 생태도시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한마디로 당초 농업 전용 단지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고 복합 업무ㆍ관광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익' 내세운 국가권력의 전횡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이 곳은 국고가 아니라 은행에서 연간 500억여원의 이자를 주는 조건으로 자금을 빌려 평당 17만원에 산 땅인데 3만원 밖에 안되는 농지로 모두 분양할 경우 5,600억 정도의 국고 손실이 생겨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일부를 상업용지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농지를 최대한 보전하면서 토지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용도변경 계획을 세웠다. 용도 변경으로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국가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농지로 묶여 있는 김포매립지를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에 따라 절반 가량(48%)을 상업 및 주택 용지로 용도 변경할 경우 엄청난 연쇄 파장이 불가피하다.

우선 1998년 동아 그룹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당사자인 농림부가 불과 3년도 안돼 입장을 바꿨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물론 당시 농림부가 동아 그룹의 용도 변경을 거절한 것은 무조건 농지 전용을 고집했다기 보다는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원칙이 더욱 강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개인 기업은 안되고, 국가는 ‘국익을 위한다’라는 논리를 내세워 마음대로 전횡을 휘두를 수 있다는 논리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또한 인천시가 최근 미국 부동산투자 개발회사인 G&W 컨소시엄으로부터 60억달러(약 7조5,600억원)를 투자 받아 송도시에 120만평 규모의 국제 비즈니스 업무ㆍ관광 단지를 조성키로 결정해 중복 투자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김포 매립지를 용도변경 한다면 현대가 매립한 서산 간척지를 비롯해 매립이 완료됐거나 공사중인 전국의 모든 매립지들이 같은 혜택을 요구할 경우 이를 불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서ㆍ남해안의 갯벌들은 매립지로 변해 모두 사라져 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가 소유 땅인 공유 수면에 매립 허가를 받아 약간의 공사비를 들여 매립하면 수백만평의 금싸라기 상업 용지가 생기는 사업을 과연 누가 마다 하겠는가?


현대건설 향후 움직임에 촉각

현재 김포 매립지 용도 변경에 가장 촉각을 세우고 있는 기업은 현대건설이다. 현대는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직전까지 채권단에 대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서산 간척지의 용도 변경을 강력히 요구했다.

서산 간척지는 단순히 농업 용지인 김포 매립지와는 달리 용도 변경이 매우 까다로운 절대 농지인 농업진흥지역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이곳의 용도를 변경하려면 다른 지역에 같은 규모의 농업진흥지역을 조성해야 한다. 현대는 정부의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산업단지로의 용도 전환설을 흘리며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서산 간척지는 김포매립지(487만평)의 6배가 넘는 3,200만여평의 거대 농업 간척지다. 정부의 당초 계획에 따라 이 부지 중 1,448만평은 공사 피해 농민들에게 매각토록 돼 있다.

그러나 현대와 농민들의 가격차가 워낙 커 매각 협상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현대는 평당 감정가인 2만2,000원 선을 고집하고, 농민들은 김포 매립지의 예를 적용해 공시지가(1만1,500원)의 66%인 평당 7,000원 선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건설로서는 이 부지의 일부라도 용도 변경해 고가에 매각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농림부는 서산 간척지에 대해서도 김포 매립지와 유사한 해결책을 세워놓고 있다. 매각이 되지 않은 잔여지에 대해 채권단과 협의해 정부에서 유일하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농업기반공사를 통해 대리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설사 농업기반공사가 서산 간척지를 인수한다 하다라도 농림부는 김포 매립지처럼 상당 부분을 산업단지나 레저ㆍ관광 단지로 조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산 간척지는 아직 농사에 필요한 농로나 수로가 거의 만들어져 있지 않아 농사 짓기가 매우 불편하다.

현재도 경비행기로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대규모 기계화 영농으로 간신히 농사를 짓고 있다. 일반 농민이 이곳에서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농업기반공사로 소유권이 넘어 갔을 경우에는 김포 매립지처럼 생태형 농업단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또 다른 거대 산업 단지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화훼단지 등 친환경적 이용 바람직

환경연합의 장지영 간사는 “개인 기업에 매립 특혜를 줘 생태계의 보고인 갯벌을 망친 정부가 이제는 기업을 살려주겠다고 그 땅을 매입해 그것으로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이 진정 국민과 국익을 위한다면 더 이상의 갯벌 매립 간척사업 인허가를 일절 금지하고, 이미 만들어진 매립지는 농사나 화훼단지 같은 친환경적인 농업 타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매립지는 ‘개발이냐, 보전이냐’는 두가지 선택에서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은 가시적 이익이 보장되는 개발 논리가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생태계가 파괴됨으로써 후손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12/05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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