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85)] 마음의 귀를 가진 사람들

인간은 오감을 통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하지만 청각이나 시각장애자의 경우는 다르다. 심청전에서 심봉사(=심 청각장애자)가 눈을 뜨는 장면이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 것이다.

그러면 이들 장애자들이 듣고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심청이처럼 인당수에 몸을 던져서 가능한 일이면 그래도 희망은 있는 일이겠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오래 전 카페 칼럼에서 인공눈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칼라로는 볼 수 없지만 명암의 구분까지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면 청각장애자를 위한 장치는 없을까? 물론 보청기라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청각기능이 남아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완전 청각장애자는 어떻게 해야할까? 영화 "더 댄서 The Dancer"를 보면 청각장애자인 댄서에 매료된 과학자가 댄서를 위해서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 음악을 진동으로 전화하여 듣게 하는 감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음악의 천재 베토벤은 청각장애가 오면서 피아노의 다리를 잘라버리고 바닥에 붙여놓고 연주함으로써 그 진동을 통해서 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청각장애인은 음악을 진동으로 느낀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베토벤이 떠난 지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에 대한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는 없었다. 그런데 그 현상이 첨단과학을 통해서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뇌의 청각중추에 대한 연구에서, 청각장애자가 보통사람이 듣는 것처럼 진동을 통해서 듣는 것이 가능함을 밝힌 것이다.

워싱턴 대학의 시바타 교수는, 선천성 청각장애자가 진동하는 플라스틱관을 잡고 있으면, 뇌의 청각 중추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사실을 발견했다. 청각장애자의 뇌는 소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진동을 처리하는 기능을 한다고 한다.

청각장애자들 뇌의 청각중추는 소리의 처리보다 진동의 처리에 더 익숙하게 적응해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영국 런던대학의 루터 캠프벨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비장애인이 소리를 듣는 과정과 같은 과정을 진동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소리를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 청각장애자들, 그들도 분명 춤을 추고 리듬을 느끼며 즐긴다. 그리고 청각장애자는 진동에 대해 보통사람보다 더 민감하며, 바로 이런 민감함이 청각장애자가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시각장애자의 경우 청각에 아주 민감하고 접촉 감각이 월등히 발달한다는 사실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후천성 청각장애자의 경우는 진동과 시각을 통해서 보다 효과적으로 음을 들을 수 있다.

음에 대한 경험이 뇌에 축적돼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사람이, 날씨가 굳을 때마다 엄지발가락이 가렵다거나, 코를 마지면 다리를 통해서 감각을 느끼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다리의 감각처리에 적응된 뇌의 상태가 잔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듯 후천성 장애자의 경우 진동을 통한 청각훈련으로 과거에 경험한 소리를 뇌가 유추해서 처리할 수 있는 정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에서처럼, 청각장애의 극복을 위해서 소리를 진동으로 전환해 주는 "진동촉감" 장치를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선천성인 경우 가능한 일찍부터 이런 훈련을 하면 진동을 통해서 소리 청취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고 한다.

육체적인 귀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진동으로 마음의 귀를 되살리는 첨단기술, 보다
빨리 실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입력시간 2001/12/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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